교실서 카드게임·판치기…사행성 오락에 학생들 무방비

"판치기 할 사람!" 점심시간이나 쉬는 시간에 교실에 들어가면 종종 듣는 소리이다. 판치기는 동전을 이용한 도박으로 보통 교실에서 행해지며, 규칙이 간단하기 때문에 학생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게임이자 도박이다. 이렇듯 학생들은 도박에 아무렇지 않게 노출되어 있다. 판치기뿐만 아니라 스포츠 토토, 인형 뽑기, 카드 게임 등의 도박도 청소년들은 쉽게 접할 수 있다.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에 따르면 2018년 실태조사 결과, 우리나라 청소년 약 14만 5000명이 도박문제 위험집단(문제군 약 3만 4000명, 위험군 약 11만 1000명)으로 추정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나날이 증가하는 추세로 도박문제 위험집단 비율은 2015년 5.1%보다 1.3%p 증가한 6.4%로 나타났다.

▲ 판치기는 동전을 이용한 게임으로 규칙이 간단해 학생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도박이다. /필통

청소년 도박문제는 나날이 심각해지고 있다. 학교에서는 카드 몇 장, 동전 100원만 있어도 아무렇지 않게 도박이 일상처럼 행해진다. 단순한 재미로 시작하였다가 판이 커지는 경우가 대다수다. 판이 커지고, 돈을 따고 잃고 하는 과정에서 단순한 재미를 위한 놀이가 중독으로 이어지게 된다. 교사들이 제재를 가하고 주의를 주지만, 학교의 솜방망이 처벌과 도박에 대한 무감각 속에 학생들은 경각심을 느끼지 못한다.

도박을 쉽게 접할 수 있는 환경이 가장 큰 문제다. 스마트폰이 청소년의 돈내기 게임에 대한 접근성을 증가시키고 나아가 청소년 도박문제를 심각하게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스마트폰 사용 시 학생들은 유튜브, 페이스북, 카카오스토리 등 소셜미디어 앱에서 불법 토토사이트에 대한 광고들에 적나라하게 노출된다.

문제가 심각하다. 그러나 그렇게 심각한 만큼 그것에 대한 고민이나 대책은 거의 없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먼저 도박을 쉽게 접할 수 있는 환경에 대한 특별한 대책이 요구된다. 도박문제 예방 및 치유활동을 전개하고 청소년 자신이 도박에 대한 경각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교사들의 엄격한 처벌과 주의가 필요하다. 스마트폰으로 쉽게 접할 수 있는 스포츠토토, 불법 토토 등을 차단하여 그것이 불법행위임을 확실히 인지할 수 있게 해야 한다.

▲ 창원시 마산회원구 합성동 한 인형뽑기방에서 청년이 인형 뽑기를 하고 있다. /경남도민일보 DB

청소년들의 불법 도박. 학업 스트레스와 쳇바퀴 도는 학교생활 속에서 즐길 거리가 마땅치 않은 청소년의 현실도 이런 현상에 한몫을 하였을 것이다. 하지만 불법은 불법이다.

호기심 때문이었더라도 도박의 유혹에 잠시 빠졌었다면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당장 그만둬야 한다. 순간의 호기심과 잘못된 선택이 돌이킬 수 없는 큰 상처로 남아선 안 되기 때문이다.

호기심에 문신을 했다가 후회하는 청소년들이 속출하고 있다. 도박은 문신 같은 것이다. 단순호기심과 순간적인 재미만을 좇다 보면 도박 역시 문신처럼 크게 경각심을 가지지 못한다. 문신은 그나마 지울 수 있다. 그러나 도박은 우리의 정신을 멍들게 해서 지우고 싶어도 쉽게 지워지지 않는 영혼의 문신이 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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