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인]김종원 단장(폰스 아모리스 윈드 오케스트라)

매달 셋째 주 화요일. 창원시 마산합포구청 앞 광장서 음악이 울려 퍼진다. 트럼펫 등 여러 관악기의 화음이 거리를 채운다. 연주하는 이들은 김종원(64) 단장을 중심으로 뭉친 '폰스 아모리스 윈드 오케스트라'다. 2016년 4월을 첫 시작으로 매달 이어온 이 작은 음악회는 지난 4월로 36회, 만 3년을 채웠다. 스무 명 남짓의 일반인들이 주기적으로, 열정 넘치게 음악을 하는 배경은 무엇일까. 김 단장을 통해 그들의 음악 이야기를 들어봤다.

▲ 김종원 폰스 아모리스 윈드 오케스트라 단장. /이종현 기자

-음악과 인연을 맺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완월성당에 다니는 가톨릭 신자다. 2000년도가 완월성당 설립 100년이 되는 해였는데, 100주년 음악회를 크게 열었다. 그때 진행할 성가단장을 맡은 게 음악과의 첫 인연이었다. 음악에 대해 아는 것도 아니어서 거절하려 했는데, 당시 추진위원장께서 "성가단장 자리가 꼭 음악을 해야 하는 자리가 아니다. 단원들을 조율하는 역할이니, 행사를 위해 맡아 달라"고 해서 맡게 됐다. 이걸 계기로 천주교 마산교구 전체 합창단이 조직됐고 자연스레 내가 초대 단장을 맡아 2013년까지 이끌었다."

-폰스 아모리스의 원래 이름이 '사랑샘'이라고 들었다. 아마도 가톨릭과 연관이 있을 듯한데. 이름의 뜻은 무엇인가?

"둘 다 천주교에서 유래된 이름이다. 천주교 안에 레지오 마리에(Legio Mariae)라는 단체가 있다. 성모 마리아를 존경하는, 기도하는 큰 단체다. 이 단체 안에 '사랑의 샘'이라는 곳이 있는데, 이를 따라 '사랑샘'이라고 이름 지었다. 폰스 아모리스는 그 이름을 라틴어로 바꾼 거다. '폰스'가 샘, '아모리스'가 사랑. 굳이 사용하던 이름을 바꾼 건, 조금 웃기기도 한 이윤데. 이런저런 행사에 초청받아 연주하러 가면, '밴드'라고 하니까 소규모 밴드 같은 걸 생각하는,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정작 갔더니 우리 인원이 들어갈 공간도 안 나오기도 했고…. 소위 '있어 보이는' 게 조금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내부에서도, 외부에서도 나와서 바꾸게 됐다."

▲ 지난 2016년 4월을 첫 시작으로 매달 셋째 주 화요일 창원시 마산합포구청 앞 광장서 작은 음악회를 열고 있다. 사진은 활동 모습들. /폰스 아모리스 윈드 오케스트라

-폰스 아모리스의 조직 배경, 마산교구 합창단의 영향인가?

"그렇다. 완월성당 100주년 행사 직후 창단해서 20년 됐다. 성당 내에서 활동하는 걸로는 아쉽다 보니 우리끼리 모임을 만들어서 활동 반경을 넓혀보자는 생각에 모였다. 하지만 음악 장르를 가리진 않는다. 종교색을 띠는 음악부터 대중가요, 팝, 동요, 가곡 등 다양하게 연주한다."

-'윈드 오케스트라'는 무엇인가?

"윈드 오케스트라는 바람을 통해 소리 내는 오케스트라, 즉 관악기(관 속의 공기를 진동시켜 소리를 내는 악기)가 주가 되는 오케스트라를 말한다. '취주악단'에 가깝다. 우리 악기 구성이 색소폰, 트럼펫, 트롬본, 클라리넷, 플루트 등 관악기가 많다. 물론 기타, 키보드, 드럼 등도 있다."

-지역 내 이런저런 행사에 많이 참여하고 있다. 활동 내역 소개해 달라.

"고정적으로 하는 행사와 비고정적으로 하는 행사가 있다. 고정적으로 하는 행사는 1년에 30회 정도다. 매월 마산합포구청 광장에서 하는 공연부터, 창원파티마병원 위문 공연, 마산 국화축제, 진해 군항제, 창원시에서 주최하는 토요 야외 음악회, 창원 봉림사 초파일 연주 등이 주가 된다. 비고정적으로는 사회단체나 복지시설 등의 요청에 의해서 연주하는 것들, 또 천주교 마산교구 내 행사에서 하는 것들 등이 있다."

▲ 지난 2016년 4월을 첫 시작으로 매달 셋째 주 화요일 창원시 마산합포구청 앞 광장서 작은 음악회를 열고 있다. 사진은 활동 모습들. /폰스 아모리스 윈드 오케스트라

-봉림사 초파일 연주? 절을 말하는 것 맞나.

"그렇다. 창원 의창구 봉림동에 있는 절이다. 봉림사 주지스님이 열린 마음을 가지셔서, 우리를 자주 불러준다. 거기에 연주곡도 저희에게 다 맡긴다. "불교 음악도 좋고, 대중음악도 좋고, 심지어 가톨릭 음악을 해도 된다"고 하신다. 불자들 호응도 좋고, 여러모로 의미 있는 공연이다."

-여러 행사 중 매월 셋째 주 화요일에 하는 합포구청 광장 연주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했는데.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가 있나?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 번째로, 합포구청이라고 하는 지방자치단체에서 저희 활동을 인정해줬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우리 단원들의 활동이 인정받는다는 것. 수익 활동을 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이런 인정이 참 고맙고 만족스럽다. 두 번째로, 내가 성당 밖으로 나와 연주하는 게, 이런 연주를 위해서이기 때문이다. 지금 사회를 두고 100세 시대라고들 한다. 은퇴 이후의 삶이 너무 길다. 나는 은퇴 이후에 어떤 삶을 보내야 하는지, 어떻게 늙어야 하는지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이런 메시지를 시민들에게도 던지고 싶었다. 나 스스로는 '품격있게 늙고 싶다', '단순한 취미를 넘어서 노년 문화 활동의 좋은 예로 남고 싶다'는 욕심이 있다. 꼭 음악이 아니더라도 좋다. 우리 사회에 '저는 이렇게 노년을 보내고 있습니다', '여러분 스스로 즐길 거리를 찾으세요', 이런 메시지를 던지고 싶다."

▲ 지난 2016년 4월을 첫 시작으로 매달 셋째 주 화요일 창원시 마산합포구청 앞 광장서 작은 음악회를 열고 있다. 사진은 활동 모습들. /폰스 아모리스 윈드 오케스트라

-이후 활동 계획이나 꿈꾸는 것은?

"군항제나 국화축제 등 지역 행사에서 메인 무대를 맡고 싶다. 지역 행사인데도 메인 역할은 중앙에서 내려온 사람들이 하고, 지방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은 소극적인 역할만 맡는 경우가 많다. 진입이 어렵다. 물론 실력의 문제일 거라고 생각한다. 실력을 좀 더 키워서 큰 무대에 서보고 싶다."

-마지막으로 못다 한 말이 있다면.

"서울 같은 데는 구청에 자체 밴드가 있어서, 지원이나 관리를 돕고 하더라. 3년 전에 창원시가 '문화예술도시 선포'를 했다. 이때 기대를 많이 했다. 그런데 선포 전후로 바뀐 게 없었던 거 같다. 광장 사용 허가를 내준 게 고맙지만, 주민 복지 차원에서 지방자치단체가 문화 활동에 좀 더 투자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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