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레이아크를 말하다' 리뷰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이 관객에게 묻는다. 국내 유일 건축도자 전문 미술관으로서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이냐고. 그러면서 클레이아크미술관은 미술관이 고민한 답을 전시로 먼저 보여주며, 클레이아크의 가치를 함께 나누자고 말한다.

지난달 건축도자의 본질을 묻는 '클레이아크를 말하다'전이 미술관 돔하우스 전관에서 개막했다. 주제를 보다 선명하게 드러내고자 작가 9명의 작품을 선보이며 '클레이아크는 무엇이다'에 대한 답을 구했다. 건축도자의 선구자로 불리는 신상호 작가를 필두로 강준영, 김희원, 박삼칠, 이인숙, 정민지, 정용현, 조영학, 최주연 작가가 참여했다.

▲ 신상호 작 '우화1'

◇작가 9명의 클레이아크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 돔하우스 중앙홀, 까만 머리 사람과 붉은 머리 사람이 마주 보고 섰다. 꼴은 같지만 머리카락색은 극명히 다르다. 신상호 작가의 '우화' 연작은 복잡한 현실에서 친구와 적의 경계를 쉽게 가름할 수 없으며 무명성만을 드러내는 현대인을 비춘다.

신 작가는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의 초대 관장이자 돔하우스의 외부를 감싸는 도자 작품 'Fired Painting(파이어드 페인팅)'을 만들었다. 건축도자를 일궈온 그는 "클레이아크는 흙과 건축의 만남이다. 그리고 클레이아크는 흙의 확장성을 넓혀가는 미술관이다"고 했다.

이어 갤러리 1에서 만난 강준영 작가는 동서양 문화를 오브제 등으로 보여주며 2013년 개인전과 2018년 5월부터 전시를 준비하며 기록한 일지를 토대로 클레이아크를 말했다. 관념의 표현, 상호 보완적 관계 등 15개 키워드를 말하고 끝에는 "규정하기 어려운 무엇"이라고 했다.

이어 정민지 작가는 '도자기는 고려청자'라는 고정관념과 맞서 싸웠다고 고백하며 '용기의 용기' 연작으로 유기적 곡선이 아름다운 작품을 선보였다.

갤러리 2에서 볼 수 있는 작품은 실용성과 예술성의 어느 지점에 있었다.

"클레이아크는 따로 또는 함께이다"라고 말한 정용현 작가는 일부러 실용적 형상의 도자를 내보였고, 이인숙 작가는 흙으로 만든 '인공림'을 공개하고 도자 공예의 본질인 쓰임에 주목했다.

또 조영학 작가는 동판 조각 등 다양한 요소를 접목해 유동적인 클레이아크를 말하고, 김희원 작가는 "단순한 조형예술만이 아닌 기능적으로 실용적이면서 예술품처럼 보이는 건축도자를 제안한다"고 했다.

거울로 볼 수 있는 작품을 내건 최주연 작가는 아름다움을 발휘하는데 집중하며 정서적 풍요로움을 강조했고, 박삼칠 작가는 흙의 가치를 작품화했다.

전시는 친절하다. 작가들이 저마다 내놓은 클레이아크에 대한 답을 구체적으로 소개하고 작가의 인터뷰 영상으로 작품 의도와 기법을 알려준다.

그럼에도 관객들은 전시장을 빠져나오며 느낌표 대신 물음표를 안는다.

▲ 이인숙 작 '인공림 시리즈'

◇"질문하며 가치 공유하는 전시"

흙을 의미하는 클레이와 건축을 말하는 아크를 조합한 클레이아크를 무엇이라고 규정하기 어렵다. 오히려 명명한다면 건축도자의 본질을 잊게 될 것이다.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도 저마다 답을 구해내며 도자와 건축의 연결고리를 찾고 새롭게 해석해냈다. 어떤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저마다 예술성을 발휘하며 전시장에서 감흥을 뽐냈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박세연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 큐레이터는 "건축도자의 고유한 예술적 가치를 전하고, 건축도자의 새로운 예술적 화두를 제시하는 전시가 되기를 바란다. 또 대중적으로 건축도자예술을 즐길 기회의 장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흙이 가진 무한한 가능성은 도자라는 장르로 발전했다. 앞으로 예술적·재료적 활용성은 무궁무진하다. 이를 전시로 보여주겠다며 2006년에 개관한 미술관은 올해 직설적으로 묻고 나섰다.

"클레이아크에 대해 말해주세요."

전시는 9월 1일까지. 문의 055-340-7006.

▲ 정민지 작 '용기의 용기 I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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