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에 NC 선발 꿰찬 박진우
경찰야구단서 체인지업 연마
"구속 대신 공 움직임에 집중"

NC 다이노스의 2019시즌 최대 수확 중 하나는 선발투수 박진우의 발견이다.

NC는 20일 기준으로 10개 구단 중 3위를 달리고 있다. 지난해 꼴찌의 충격을 털어낸 모습이다. 기대받지 않았던 선수들의 활약이 큰 활력소가 됐다.

박진우는 2013년 NC 육성선수로 출발, 2015년에 처음 1군 무대를 밟았다.

그러나 이듬해 2차 드래프트로 두산 베어스로 팀을 옮겼고 2017∼2018년에는 경찰청 야구단에 입대해 군 복무를 했다. 박진우는 복무 중이던 2017년 2차 드래프트에서 다시 NC 지명을 받은 특이 케이스이기도 하다.

2019년을 맞이하며 박진우는 한국식 나이로 서른이 됐다. 그는 2월 스프링캠프에서 5선발 자리를 두고 동생 투수들과 경쟁했다.

시즌 개막과 함께 5선발 자리는 2018년 신인 김영규가 꿰찼지만, 선발 자원 구창모의 부상 이탈로 박진우에게도 선발 기회가 돌아왔다.

▲ 지난 16일 창원NC파크 마산구장에서 열린 2019 프로야구 NC다이노스와 SK와이번스의 경기에서 NC 박진우가 선발투수로 마운드에 올라 호투하고 있다. /경남도민일보 DB

박진우는 이제 '임시' 꼬리표를 떼고 NC 마운드에서 가장 안정적인 토종 선발로 활약하고 있다. 그는 10경기에서 3승 3패 평균자책점 3.79로 활약 중이다.

특히 그동안 맞대결 상대가 김광현, 앙헬 산체스(이상 SK), 세스 후랭코프(두산), 타일러 윌슨(LG), 브룩스 레일리(롯데), 제이컵 터너, 조 윌랜드(이상 KIA) 등 각 팀 에이스들이었다는 점에서 박진우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지난 18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만난 박진우는 "아주 만족하는 시즌을 보내고 있다"며 활짝 웃었다.

상대 팀 에이스를 상대로도 당당한 투구를 펼친 비결을 묻자 박진우는 "등판 순서가 밀리다 보니 5선발인 제가 1선발과 붙는 일이 많았다. 상대가 이기면 당연한 일이겠지만, 제가 이기면 팀에 정말 큰 이득이 되기 때문에 이기고 싶은 마음이 항상 든다"고 말했다.

이어 "타자들도 '점수 많이 내주겠다', '점수 많이 못 내도 수비로 해주겠다'고 이야기해주니 팀을 믿고 던졌다"고 동료에게 고마워했다.

박진우의 '깜짝 활약' 뒤에는 뼈를 깎는 노력이 있었다.

그는 2년의 군 복무 시간을 활용해 자신의 한계를 극복했다.

박진우는 "경찰 야구단에 있으면서 많이 발전했다"며 "해보고 싶은 훈련, 변화구 연습 등 많은 도전을 하면서 마음도 성장했다. 아깝지 않은 시간이었다"라고 돌아봤다.

그는 "일단 1군에서 버티지 못하면 2군으로 가야 한다는 스트레스가 없으니 편한 마음으로 지낼 수 있었다. 한 걸음 나아간 나를 느끼면서 자신감을 얻었다"고 강조했다.

박진우는 치밀한 계획에 따라 군 생활을 했다. 1년 차에는 코어·복근 운동과 유연성 강화 훈련에 집중했고, 2년 차에는 웨이트 트레이닝과 투구 자세 교정에 매진했다.

변화구도 장착했다.

그는 "예전에는 직구와 슬라이더 2개뿐이었는데, 체인지업을 확실히 내 것으로 만들었다. 커브도 연습했다. 커브는 완전하지 않았는데, 포수 양의지 형이 경기 중에 사인을 내서 던졌는데 되더라. 구종이 하나 더 생겼다"며 웃었다.

박진우는 군 생활 내내 독한 마음을 먹었다.

그는 "변화하지 않은 모습으로 전역한다면, 냉정히 생각했을 때 1군에 제가 없을 것 같았다. 변화해야 1군에서 경쟁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떠올렸다.

자신감을 끌어 올리고 2019년 스프링캠프에 갔을 때, 박진우는 "붙어보자는 생각"으로 임했다고 밝혔다.

5선발 경쟁을 하면서 박진우는 '지금 안 되더라도 준비하고 있으면, 자리가 왔을 때 잡을 수 있다. 준비만 잘 돼 있다면 충분히 경쟁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편견을 깨고 싶다는 마음도 컸다.

박진우는 "예전에 저는 '제구는 되는데 구속이 낮아서 1군에서 안 통할 것'이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라며 "제가 못 한 것도 있었지만, 고정관념이 기회를 막는다는 생각도 들었다"라고 털어놨다.

그래서 그는 '기회가 있으면 무조건 구속을 올려야겠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다.

하지만 지금 박진우는 편견에 끌려가지 않아도 자신의 공을 던지면 된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

그는 "지금은 스피드뿐 아니라 제구와 공의 움직임으로도 통할 수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면서 "조급해하지 않고 장점을 극대화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자신감에서 나오는 여유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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