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통의 시기 눈총 받는 '소통 역할'자임
박근혜 대통령·홍준표 도지사 재임기
총선 보도 등 도민 알 권리 초점 맞춰
선거 이후에도 결과 관련 특종 '반향'

독자와 지역사회에 유의미한 경남도민일보의 역사를 여기에 기록합니다. 세 가지 뼈대를 갖고 정리한 약사(略史)입니다. 경남도민일보가 지역언론으로 어떻게 성장해왔나, 지역사회에는 어떤 역할을 해왔나? 끝으로 독자와 어떻게 교감했고, 어떤 평가를 받아왔나? 1999년 창간 전후부터 2018년까지 모두 10편으로 정리합니다.

2015년 경남도민일보가 지역에서 찾은 과제는 소통이다. 세대, 정치, 지역, 계급으로 이어지는 기획에서 불통 지점을 짚어내려 했고 통할 방법을 찾고자 애썼다. 어떤 면에서 평범한 기획은 비범하게 막힌 홍준표 도정 덕을 봤다. 진주의료원, 무상급식으로 대표되는 지역 시민사회와 갈등은 홍 지사 임기 내내 이어졌다. 경남지역 기초자치단체장과 마찰이 잦았고, 경남도의회는 여야 모두 존중받지 못했다.

홍준표 지사는 2015년을 맞아 대권 도전 뜻을 공식적으로 밝히는데, 지지·반대 세력 모두 반겼다. 통하지 않는 사회 구조에 대한 반감은 소통할 수 있는 구조를 향한 욕구로 이어졌다. 2016년 총선을 앞두고 있었고, 변화를 벼르던 시민은 완고한 지역 정치 구도에 의미 있는 균열을 일으켰다.

하지만, 이들조차 총선 이후 고작 몇 개월 지나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설 줄은 이때는 몰랐다.

▲ 2015년 2월 26일 좋은농협만들기 정책선거실천 전국운동본부가 전국동시조합장선거를 앞두고 농협중앙회 경남지역본부 앞에서 농협개혁·정책선거실천 경남협약식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경남도민일보 DB

 

◇전국동시조합장선거를 주목한 이유 = 2015년 3월 11일 조합마다 다른 조합장 임기 시발점을 한 날짜로 맞춘 첫 전국동시선거가 열린다. 2014년 지방선거, 2016년 총선 사이 이른바 '선거 공백기'.

고작 조합원끼리 장을 뽑는 선거를 경남도민일보는 일찌감치 주목한다. 규모가 거의 총선 급이며 부정이 많고 부조리가 미치는 영향이 조합원에 그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1월부터 지역마다 후보군 단위부터 정리한 것은 '지켜보고 있다'는 메시지였다. 단순히 선거 과정을 전하는 데 머무르지 않았다. 조합과 조합장 역할, 공명선거 진행을 압박하는 기획을 병행했다. 지면평가위원회는 경남도민일보가 다른 언론보다 유난히 조합장 선거를 관심 있게 다룬다는 평가를 남겼다.

지역에서 171명 당선자를 낸 첫 전국동시조합장선거는 결과적으로 '부정선거' 비판을 면하기 어려웠다. 선거를 취재한 이동욱 기자는 취재노트에서 "돈 선거로 시작해 돈 선거로 끝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공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싶은 이들이 사적인 영역에서 선거를 처리하고자 애썼다. 이를 다시 공적인 영역으로 끌어내는 게 경남도민일보 역할이었다. 내부에서는 공 들인 만큼 성과를 내지 못해 아쉬웠다는 평가도 나왔으나 의미는 분명했다. 선거 과정에서 조합장 선거는 앞뒤로 지방선거와 총선, 멀리는 대선까지 영향을 주고받는 상당히 효율적인 '가상체험'이라는 점을 확인했다. 2016년 총선을 1년 남짓 앞둔 시점이었다. 당시 보도가 올해 열린 제2차 전국동시조합장선거 준비 과정에서 적잖은 자산이 됐던 것도 짚어둬야겠다.

▲ 제20대 국회의원 선거가 열린 2016년 4월 11일 소중한 권리를 행사하고 있는 시민의 손. /경남도민일보 DB

 

◇절박함이 바꾼 정치 지형 그리고 특종 = 구주모 대표이사는 2016년 첫 신문에 게재한 '발행인 편지'에서 "우리 삶을 뿌리째 바꿀 수 있는 총선이 다가온다"며 "포용적인 정치 시스템 부재가 '만악의 근본'임을 설파하자"고 제안한다.

2014년 지방선거 결과가 낳은 기형적인 지역 정치 지형 부작용을 시민사회는 반복학습 중이었다. 2015년 진주의료원과 무상급식을 앞세워 홍준표 도정을 견제하려는 시도는 있었다. 주민투표, 주민소환 같은 매력적인 민주주의 시스템은 결국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경남도민일보는 일찌감치 총선 보도에 시동을 건다. 안에서는 '기획을 너무 서둘러 정작 선거 때 힘이 빠진다'는 투정이 나오는 '조기 기획 주문 체계'는 어김없이 작동했다. 지역 야권에서 눈길이 쏠린 선거구는 단연 창원 성산이었다. 진보 진영에서 손꼽는 '스타' 노회찬(정의당) 의원이 지역구 후보로 나섰다. 환호와 비난을 동시에 받으며 입성한 노회찬 후보는 손석형·허성무 후보와 차례로 단일화를 이뤄냈다.

경남도민일보는 4월 1일부터 선거 전날인 12일까지 3면을 모조리 할애해 국회의원 후보 전원에게 8개 분야에 걸쳐 질문하고 견해와 답을 공개했다. 후보자가 알리고 싶은 게 아니라 유권자가 알고 싶은 것을 말하도록 강제한 기획이다. 2016년 4월 11일 총선에서 경남지역 유권자가 기록한 투표율은 57%이다.

완고한 경남이 야권 후보에게 허락한 의석은 4석이었다. 창원·김해(2명)·양산에서 거둔 성과다. 울산이 경남에서 분리되고 치른 다섯 차례 총선에서 야권은 가장 많은 지역구 당선자를 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은 김해 지역구 두 곳과 아울러 시장 보궐선거 당선자까지 내며 경남에서 든든한 정치적 거점을 확보했다. 물론, 그해 지역을 넘어 나라가 뒤흔들리는 변화 조짐을 감지하는 주체는 없었다.

경남도민일보 역량은 '꺼진 불'이 아니라 '끝난 선거도 다시 보는' 꼼꼼함에서 나왔다. 임종금 기자는 20대 총선 사전투표에서 진주 갑 선거구인 수곡면 비례대표 투표 결과가 새누리당에 100%로 나온 것을 의심한다. 임 기자는 수곡면에서 자기는 새누리당을 찍지 않았다는 유권자를 인터뷰해 보도한다. 이는 선거관리위원회 투명성을 의심했던 이들은 물론 일반 유권자에게도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 의심과 추정은 난무하되 실제 현상으로 보도된 것은 사실상 첫 사례였다. 실수 인정에 유난히 인색한 선거관리위원회는 이례적으로 즉각 재검표에 나섰다. 다른 선거구 표와 섞이며 분류가 잘못됐고 전체 투표 결과 수치에는 변동이 없다는 선거관리위원회 해명이 보도 가치를 깎아내릴 수는 없었다.

▲ 2016년 4월 5일 오전 함안군 가야시장에서 제20대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한 한 후보 유세를 지켜보고 있는 시민들 모습. /경남도민일보 DB

 

◇반갑지 않은 이름, 반가운 이름 = 안상수 창원시장이 도시가 살길을 문화·관광에서 찾은 것은 선택할 수 있는 행정이었다. 다만, 문화와 관광을 살리겠다는 의도가 친일 인물을 향한 관대한 시선으로 이어지는 게 문제였다. 이 영역에서 경남도민일보는 유난히 예민한 매체다. 2015년 1월 12일 자 '11년 만에 다시 돌아온 이은상 갈등'이라는 사설이 이 문제를 다룬다. 창원시를 겨냥해 "유명 인사를 활용한 돈벌이 욕심에 치우쳐 역사의식도 내팽개친 창원시 무신경이 안타깝다"고 꼬집었다. 한 달 뒤 이어지는 이원수 탐방로 조성에 대한 비판도 같은 맥락이다. 친일 행적 인물을 세금 들여 떠받들 이유가 없다는 논지는 2019년 밀양 가요박물관 문제로 이어진다.

2015년 2월 13일 자 16면, 비스듬하게 모자를 눌러쓴 선수 삽화가 눈에 띈다. 유난히 매서운 눈빛과 다부진 표정이 인상적인 선수 위에 제목은 '원종현 선수 155㎞ 강속구 다시 보고 싶습니다'이다. 대장암 판정을 받아 투병한 이 선수는 2019년 5월 21일 현재 1승 11세이브로 NC 다이노스 뒷문을 당당히 지키고 있다.

2016년 촛불을 따로 언급하기 전에 짚어야 할 사건이 있다. 2015년 12월 22일 창원시 의창구 북면에 있는 한 공장 임시 건물에서 박종훈 도교육감 주민소환이 목적인 허위 서명부가 발견됐다. 현장에서는 도민 2만 4000여 명 개인정보가 담긴 명단도 함께 나왔다. 불법서명에 사용된 도민 개인정보를 이용한 주체는 경남도 고위 공무원이었다. 원칙과 상식이 우스운 주체는 지역에서 먼 곳에만 존재하는 게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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