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사업본부 경영진이 주 5일제 노동을 약속한 노사 합의를 일방적으로 파기하면서 노조는 지난 20일부터 경영진 사퇴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공공기관인 우정사업본부가 벌이는 행태를 두고 비판이 거세어지고 있지만, 우정사업본부 경영진의 전근대적인 경영행태는 정말 따져볼 필요가 있다.

지난해 10월 토요일 택배 근무를 없애면서 노동시간 단축이 필요하다고 우정사업본부 노사가 합의했지만, 올해 7월 시행을 앞두고 경영진은 적자를 이유로 갑자기 합의안을 파기하면서 사회적 물의를 빚고 있다. 공공기관이 노동법에 우선하는 노사 합의안을 손바닥 뒤집듯 일방적으로 파기하는 행태는 사회적 시선과 평가를 아랑곳하지 않는 무식한 뻔뻔함이라고 할 수 있다. 노사관계에 대해선 최소한의 눈치 보기마저 전혀 하지 않는 태도는 수평적이고 상호적인 노사관계를 전혀 인정하지 않으면서 조직 내부에선 수직적인 지배 관계만 존재한다는 걸 인정한 고백이다. 기관운영에서 적자가 발생하였다면 그 원인과 이유부터 정확히 살펴보는 게 상식이다. 그런 다음 나름대로 해법을 제시하고 실행하기 위해 먼저 노조와 의논을 하는 게 정상이다. 이런 일련의 과정은 생략한 채 이전에 약속한 현장인력의 증원도 없이 노동시간을 줄이지 않고 지금 그대로의 방식으로 운영하겠다고 주장을 하고 있다. 기관에서 적자가 발생했으니 노동시간도 늘리는 게 맞지 않느냐는 발상인 셈이다. 전근대적인 경영자들은 흔히 현장 노동자들이 일을 제대로 하지 않아서 적자가 발생하였으니 일부터 열심히 하라고 주장했다. 경영진 자신의 무능과 무책임에 대해선 일언반구도 없이 경영실패의 책임을 노동자에게 전가하는 행태에서 도덕과 윤리는 실종되고 나아가 사회적 평판이라는 가치 역시 사라져 버린다. 우정사업본부 경영진에게 사회적 비판이 쏟아지더라도 그 당사자들은 자신들의 실수나 잘못을 전혀 인정하지 않는 기이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과로사나 각종 사고위험에 노출된 집배원들은 연간 2745시간의 노동을 하고 있다. 이런 노동자들에게 일을 계속하라고 말하는 경영진은 과연 어떤 시대에 사는 사람들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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