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대를 살아가는 세대들이 다양한 사회 변화에 '세대차이'를 좁히며 적응해야 한다는 것은 마치 풀기 어려운 숙제 같다. 특히 성, 결혼, 출산과 관련한 가치관의 변화를 기성세대는 가파르게 느끼고 있을 것이라 여긴다. 그렇다면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 있으면서도 주변 관계에서 이해와 도움이 필요한 청소년들은 어떨까? 부모나 교사와 같은 '어른'들이 다음 세대의 변화를 수용하기 어려워할수록, 우리 청소년들은 문제 상황에서 제때 도움을 받지 못하고 더 심각한 문제에 맞닥뜨리게 된다.

청소년의 임신 문제도 그중 하나일 것이다. 임신으로 인한 신체·정서·관계·장래 등의 커다란 변화는 성인이 결혼 제도 안에서 경험해도 불안해하고 혼란을 겪는다. 이런 문제를 청소년이, 게다가 가족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겪게 된다면 과연 '누구'를 안전하게 여기고 도움을 구할 수 있을까?

많은 경우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어려운 남자친구와 또래에게 털어놓지만 도리어 단절이나 폭력을 경험하기도 한다.

청소년이 '도움을 구할 곳이 없다'라는 당혹스러움과 절망감에 '홀로' 출산을 하기도 하고 영아 유기나 살해 같은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다면, 이는 개인의 문제 이전에 사회적인 문제이고 기성세대의 잘못일 수 있다. 우리가 청소년들의 안전망이 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고민이 필요하다.

"임신했다"라고 '말할 곳'이 있어야 한다. 이해받는다고 느껴지고 필요한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믿어지는 곳. 예기치 못한 큰 변화를 겪었지만, 여전히 삶에서 여러 기회가 있고 장래를 위해 준비하고 이루어가야 한다는 사실을 일러줄 보호처가 필요하다. 이에 경상남도건강가정지원센터에서는 '비혼청소년 임신갈등 상담사업'을 올해 새롭게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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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24세 이하의 청소년이 임신했을 때, 임신·출산·양육에서의 지원 연계, 심리상담, 가족 갈등 상담, 관공서나 병원 동행 등 혼자 해결하기에 막막하고 주저되는 일들을 함께 해결해 나가는 것이 그 내용이다. 이를 포함한 사회의 여러 안전망을 청소년이나 주변 사람들이 기억한다면, 한정된 경험이나 정보로 문제를 해결하려 하면서 겪는 위험이나 힘겨움을 한결 덜어낼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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