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방사 숨은 공로자 이성봉 계장·김성진 박사
중국·일본 기술공개 꺼린 탓 수년간 정 쌓아 사육법 배워
"무모하다 소리도 많이 들어 방사, 기쁨보다 걱정 앞서"

"기쁨이나 자부심보다 불안함과 걱정이 앞섭니다." 지난 2005년부터 물꼬를 트기 시작한 '우포늪 따오기 복원·증식'에 성공해 14년 만에 따오기 야생 방사를 앞둔 '따오기 엄마'의 심정은 이랬다.

창녕군 우포따오기복원사업소 따오기복원센터 이성봉(50) 따오기담당 계장은 "누가 딸 시집 보내는 마음 같겠다고 하는데, 딸은 시집 보내면 살아 있지만 따오기는 언제 죽을지 모르니 걱정이 많다. 따오기한테는 물어보지 않고 사람 눈으로 시스템을 만들었기에 생존률을 예단할 수 없다"고 솔직한 자연 방사 소감을 털어놨다.

따오기 복원·증식 성공의 주인공은 누가 뭐래도 우포따오기복원센터 사람들이다. 2008년 중국에서 들여온 따오기 1쌍으로 복원을 시작할 때부터 현재까지 따오기 복원 업무를 총괄해온 이 계장을 비롯해 2012년 전남 신안군 흑산도 국립공원철새연구센터에서 스카우트한 김성진(41) 박사 등 12명이 따오기복원팀이다. 따오기복원팀은 관리계 5명, 서식계 5명, 보존계 2명으로 구성돼 있다. 올 7월엔 1명 더 인력이 보충된다.

지난 20일 우포따오기복원센터 사무실에서 이성봉 계장과 김성진 박사를 만나 따오기 복원·증식 사업을 하는 동안 앞앞이 말하지 못했던 뒷얘기를 들어봤다.

▲ 김성진(왼쪽) 박사와 이성봉 계장. /이수경 기자

◇"따오기 1쌍 갖고 복원하는 건 무식한 일" = 따오기를 복원하기 좋은 적지가 창녕 우포늪이라고 추천한 인물이 있었다. 지난 2005년 김수일 교수가 우포늪에 따오기를 복원하면 좋겠다고 말했고, 2006년 하종근 전 창녕군수가 중국을 방문했을 때 따오기 도입을 거론했다. 하지만 따오기는 중국 4대 보물 중 하나여서 기증받기가 쉽지 않았다. 이후 2008년 이명박 전 대통령이 중국 후진타오와 정상회담을 하면서 중국이 먼저 따오기를 기증하겠다고 말했다. 누가 키울 것인가를 두고 중앙부처가 심사숙고한 끝에 람사르총회를 앞둔 경남 창녕 우포늪이 적지라고 낙점받았다.

2008년 10월 중국서 처음 도입한 따오기를 케이지에 넣을 때 심정은 어땠을까. 이 계장은 "따오기가 죽으면 큰 일인데 싶어 걱정과 불안함으로 가득 찼다. 당시에 한 쌍 갖고 따오기를 복원하는 것은 무식한 일이라는 전문가들 얘기도 많이 들었다"고 회상했다.

◇"중국 기술 캐내려 수년간 술 마시며 정 쌓아" =  2009년 3월 말 따오기가 처음 알을 낳았다. 그러나 첫 알로 인공부화하면서 노심초사했다. 인공파각(사람이 손으로 알 껍데기를 벗겨주는) 기술을 중국 기술자들이 쉽사리 가르쳐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2008년부터 1년 반 동안 중국에서 온 기술자 2명이 있었지만 핵심 기술은 전수해주지 않아 애를 먹었다. 밤만 되면 중국 기술자들과 술을 마시면서 인간적으로 정을 쌓아 기술을 조금씩 알아냈다. 따오기 사육 기술은 2014년 중국에 직접 가서 배워왔다. 

일본 기술자들은 중국보다 더 폐쇄적이어서 기술을 전혀 가르쳐주지 않았다. 그들도 이 계장과 김 박사의 '술 마시며 인간적으로 정 쌓기' 공략에 겨우 입을 열었고 5∼6년 걸려서야 따오기 사육·방사 매뉴얼이 만들어졌다. 

◇"따오기 죽으면 윗분들 성화에 사기가 떨어졌다" = 가장 힘든 점은 따오기가 아프거나 죽을 때였다. 처음 따오기 1쌍을 데려와서 2010년께 암컷 1마리가 땅바닥에서 비실대서 90% 죽는다고 걱정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수의사가 와서 약 처방하고 따오기복원팀원들이 마사지를 해주고 먹이를 줘서 살려냈다.

11년 동안 "따오기가 죽은 것은 딱 두 번"이라고 이 계장은 밝혔다. 2009년 돌풍이 부는 날 따오기가 날다가 죽었고, 2014년 11월 21일 이 계장이 잠시 휴가 갔을 때 따오기가 죽어 윗분들한테 경위서를 쓰는 등 팀원 사기가 바닥으로 떨어진 적도 있었다.

◇"고작 새 키운다고 설 제사도 못 오냐" = 따오기가 알에서 나오면 갓난 아기 키우는 것과 똑같은 정성이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따오기는 꽃 피는 봄에 산란을 많이 하는데, 산란을 하면 24시간 사람이 따오기 곁에 붙어 있어야 한다. 따오기가 똥 싸면 기저귀를 갈아주고 인큐베이터 사이 사이에 낀 똥을 닦아내야 하며, 이유식처럼 먹이를 먹여줘야 한다. 이 때문에 이 계장은 "봄을 참 좋아했는데 이젠 봄이 싫다"고 우스갯소리를 했다.

'고작 새 키운다고 설날 제사에도 못 오냐'고 가족들에게 핀잔을 듣는 일도 서글프고 힘들었다. 이 계장은 "2014년부터 전국에 AI(조류 인플루엔자)가 유행했는데 꼭 설 명절 앞에 발생해 3년 내내 고향엘 못 갔다"고 했다. 또 "한달 반 동안 합숙근무 하느라 따오기복원팀 8명 모두가 집엘 못 가고 삼시 세끼 밥을 해먹었던 일도 힘겨웠다"도 털어놨다.

매년 여름철 풀과의 전쟁을 벌이는 것도 고단한 일이다. 중요한 방문객이라도 있으면 직접 예취기를 메고 풀을 베야 한다

◇"따오기 말고도 복원할 멸종위기종 여럿" = 김 박사는 "따오기 복원 기술을 토대로 문화재청과 함께 다른 멸종위기종 복원을 검토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산림성 조류인 '까막딱따구리'(천연기념물)는 국내에서 복원 사례가 없고 개체군도 500마리밖에 안 된다. 습지에 사는 '먹황새'는 황새보다 더 멸종 위기를 맞고 있는 조류다. 또 들판에 사는 새인 '느시'도 복원 가치가 있다고 김 박사는 추천했다. 중국과 러시아에 소수 개체군이 있는 느시는 덩치가 있고 수염이 있는 새로, 예전에 식량자원으로 활용했으며 인간이 남획해 멸종했다고 한다.

◇"북한과 연계사업 따오기보다 좋은 게 없다" = 이 계장과 김 박사는 "남북 간 경제 협력이 되면 첫 사업으로 평화의 상징인 따오기를 북한에서 복원하면 좋겠다"고 밝혔다. 우포따오기가 북한으로 가게 된다면 따오기만 보낼 수 없어서 전문 기술자가 가야 하고 복원·방사 관련 시설에 투자도 해야 한다. 남측 기술자가 북측 따오기 전문가를 양성하고, 따오기 먹이도 제공해야 할 것으로 분석했다.

김 박사는 "현재 창녕군이 주도하는 따오기 복원·관리 시스템을 '중앙정부는 방사, 지자체는 증식만 맡는 방식'으로 나누는 장기적인 복원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 계장은 "따오기가 우포늪에서 살아남아 정착하게 되면 창녕으로선 관광 인프라와 연계해 농산물 판매 등 소득 증대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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