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아·최병호 부부 운영
비영리단체 이끈 경험으로
강연·모임 소통공간 꿈꿔

솔직히 구멍가게 크기의 아기자기한 공간을 생각하고 갔다가 조금 당황했다. 높은 천장, 그 천장까지 닿은 높은 창이 사방을 둘렀다. 창에는 길고 하얀 커튼이 드리워져 있고, 서른 평 공간을 가득 채운 키 높은 화분들은 마치 숲 속에 들어온 듯한 기분이다.

지난 15일 김해시 율하동에 정식으로 문을 연 카페 겸 독립서점 '숨북숨북'. 오지아(41)·최병호(40) 씨 부부가 운영하고 있다.

▲ 지난 15일 김해시 율하동에 문을 연 카페 겸 독립서점 숨북숨북. 지금은 책이 얼마 없지만 신중하게 차곡차곡 채워나갈 생각이다. /이서후 기자

아내 오 씨는 김해에서는 제법 유명한 사람이다. 김해 장유 지역을 중심으로 온라인 맘 카페 '소녀감성아줌마'를 운영하고 있는데, 회원이 4만 6000명, 하루 방문자가 4만 명이나 된다. 이 카페가 장유에서 진행하는 프리마켓은 경남 최대 규모다.

오 씨는 비영리단체 맘이행복한마을연구소 소장이기도 하다. 아기 엄마들과 함께 봉사활동도 하고, 마을 축제도 기획해서 연다. 항상 일을 벌이는 건 아내의 몫. 독립서점도 오 씨가 자기만의 작업 공간을 만드는 과정에서 시작된 일이다.

"원래 사실 제 작업실, 사무실 하려고 이 공간을 구했는데, 일이 커져 버린 거예요. 제가 그림책 수업을 받고 있는데, 그림책이 너무 좋아서 직접 책을 쓰고 싶더라고요. 그래서 연말 즈음에 그림책을 낼 준비를 하고 있어요. 생각해 보니 제 책은 아무 출판사에서도 안 내줄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독립출판을 생각했고요. 또 생각해보니 제 책을 입고해줄 서점이 없을 것 같은 거예요. 그래서 안 되겠다, 내 책은 내가 만들어 팔자, 그래서 독립서점을 열었어요. 너무 웃기죠?"

독립서점을 내는 일에는 남편 최 씨의 역할도 컸다. 오 씨가 매번 일을 벌일 때마다 중용과 절제로 속도 조절을 해주던 남편이 웬일로 서점을 만드는 일에는 더 적극적으로 나섰기 때문이다.

숨북숨북은 들숨과 날숨, 그리고 책(북·book)을 합쳐 만든 이름이다. 사람들 특히, 아기 엄마들이 이 공간에 와서 책과 함께 숨을 좀 쉬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담았다. 이 부부는 숨북숨북을 단순한 카페 겸 서점이 아니라 수업도 하고, 강연도 하고, 모임도 하는 지역 커뮤니티 공간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 숨북숨북은 오지아(오른쪽), 최병호 씨 부부가 운영한다. /이서후 기자

"지금은 일단 제가 좋아하는 것으로 채웠어요. 식물 좋아하니까 화분 갖다놓고, 책 좋아하니까 책 갖다놓고 그랬죠. 앞으로는 저처럼 이런 공간이 필요한 엄마들이 모여서 수업을 하는 공간, 경력단절 아기 엄마들을 위한 인큐베이팅 공간으로도 활용할 생각이에요. 실제 카페에서 파는 마카롱이나 수제청은 지역 아기 엄마들이 만든 것이기도 하고요. 그리고 제 책뿐 아니고 지역 엄마들이 함께 책을 만들고, 또 그렇게 만든 책도 여기서 팔고 싶어요."

숨북숨북을 만들며 영감을 받았다는 일본의 재활용 편집매장 '디&디파트먼트'를 보면 부부가 이 공간을 통해 무엇을 추구하는지 알 수 있다. 지역 상품을 거래하며 지역 문화를 일구는 치유 공간이 되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독립서점이란 정체성은 절대 잊지 않겠다는 생각이다. 유명한 곳이 아니라 사람들이 꾸준히 찾는 곳을 만들겠다는 다짐만으로도 참 마음에 드는 공간이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