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 골키퍼 시선방해 '반칙'

스포츠 경기의 지휘자는 감독이 아니라 '심판'이라고 말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이들의 요지는 심판이 굳이 승부에 관여하려는 의지가 없었더라도 결정적인 오심 하나로 경기 흐름을 완전히 뒤바꿔놓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반면 심판들은 이런 주장에 불만이 많습니다. 정해진 규칙에 따라 판정을 했는데 자기 팀에 불리한 판정이었다고 해서 '편파판정'이니 하면서 심판을 공격하는 사례도 없지 않기에 심판들의 불만도 이해됩니다.

문제는 '룰-규칙'인데, 이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 상황에서 심판에게 과도한 공격이 행해지기도 합니다. 반대로 이를 잘 모르다보니 심판들의 잘못된 판정이 묻혀 넘어가기도 합니다. 부정기적으로 판정 관련 이슈가 있을 때 정확한 룰이 어떤지, 그 상황에서 그 룰을 적용하는 것이 적절한지를 알아보겠습니다.

19일 오후 3시 킥오프한 하나원큐 K리그1 2019 12라운드 경남FC와 포항스틸러스 경기. 비가 내리는 가운데 양산공설운동장에서 홈 이전 경기로 열렸다. 3500여 명이 경기장을 찾아 열띤 응원을 펼쳤지만 경남이 1-2로 패했다.

전반 21분 쿠니모토가 차 올린 코너킥 공이 이광선 머리를 맞고 반대편 골문 쪽으로 향했고, 김승준이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환상적인 시저스킥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이 골은 경남이 올 시즌 K리그,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FA컵대회 포함한 모든 공식 경기에서 가장 이른 시간에 기록한 골이었다.

하지만 이 골은 VAR(비디오판독시스템) 판정 끝에 오프사이드로 취소됐다.

당시 장면을 TV중계 다시보기로 확인해봤더니 미심쩍은 부분이 있었다.

▲ 19일 오후 3시 양산공설운동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19 12라운드 경남FC와 포항스틸러스 경기에서 김승준(맨 왼쪽)이 시저스킥을 하고 있다. /프로축구연맹

한국프로축구연맹(K리그)은 대한축구연맹(KFA)의 규칙을 준용한다. KFA는 국제축구연맹(FIFA)의 규칙을 준용한다. 즉 FIFA 규칙이 최종 판단의 기준이 된다는 의미이다.

KFA가 홈페이지에 게시해둔 '2018/19 경기규칙'(이하 '규칙')에 따르면 '오프사이드 위치에 있는 것만으로는 반칙이 아니다'. 이날 김승준의 시저스킥 상황에서 경남 고경민이 오프사이드 위치에 있었던 것은 맞다.

하지만 규칙을 보면 '적극적인 플레이에 관여됐을 때에만' 오프사이드 벌칙을 받게 돼 있다.

이날 고경민이 오프사이드 위치에 있었지만 아무런 볼 터치도 없었고, 적극적인 경합도 없었지만 오프사이드 판정이 나왔다. 이건 왜 그랬을까?

규칙을 들여다볼 수밖에 없다. 규칙에는 "상대 선수를 방해했다면: 명백하게 상대방의 시선을 방해하여 상대방이 볼을 플레이하거나 플레이가 가능한 것을 방해했을 때" 오프사이드 반칙이라고 정해뒀다.

김승준의 시저스킥 상황에서 고경민이 상대 골키퍼 류원우의 시선을 방해했기에 오프사이드라는 것이다. 축구 심판들에게 물어봤지만 '오프사이드'라는 게 중론이었다.

하지만 해당 경기 장면을 느린 화면으로 보여줬을 때 반응은 엇갈렸다. '시선을 방해'한다는 정도에 대한 생각 차이일 수도 있었다. 류원우-고경민-김승준은 단 한 번도 일직선상에 놓인 적이 없었다. 오히려 상대 수비수가 골키퍼의 시선을 방해(하더라도 아무 문제는 없다)하는 모습이었다.

이날 이동준 주심은 비교적 깔끔하게 경기를 운영했다고 본다. 웬만해서는 경기를 중단시키지 않으면서도 양팀 선수들이 필요 이상으로 흥분하거나 충돌하는 상황에 이르지 않게 잘 컨트롤했다.

아울러 중요 순간 VAR를 활용하면서 의혹 없는 판정을 하고자 애쓰기도 했다.

VAR 판독까지 한 결과에 대해서도 여전히 미심쩍어 하는 팬도 있다. VAR 심판은 TV 중계카메라에 연맹이 설치한 2대까지 포함해 10~12대 카메라를 보면서 판정을 한다. '오심' 가능성을 줄이려는 시도이다.

결과적으로 김승준의 애크러배틱한 시저스킥은 VAR까지 거친 끝에 무효가 됐다. 이 중계화면까지 보면서 내린 판정치고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 경기였다.  


#아라보자

'아라보자'는 '알아보자'는 뜻의 인터넷 용어로, 컴퓨터 파일 이름이 '이름.확장자'로 돼 있는 것을 응용한 것입니다. '경남FC.아라보자' 이런 식으로 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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