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 2일 감성 따라 놀기 참여한 학생들
너른 자연 품 속 모두 자연스러운 시간

여기저기 참견 잘하는 사람을 오지랖이 넓다고 한다. 주제 파악이 안 되는 사람에게 하는 말이다. 반면에 어디에서나 무슨 일이든 척척 잘 해 내는 사람을 팔방미인 또는 맥가이버라고 한다. 몸 사리지 않고 적극적이면서도 능력 있는 사람을 빗댄 말이다.

주름이 잘 잡힌 치맛자락 같은 백두대간. 산자락의 접히고 펼쳐지기가 시선의 방향에 따라 제각각이다. 바람결따라 자유자재인 주름치마 같다. 산은 팔방미인 중에서도 으뜸이었다. 놀이와 공부와 건강, 치유, 노동, 예술을 다 담아낸 것은 바로 산이어서 가능했다고 여긴다. 즐거웠고 활력이 넘쳤고 보람도 있었다. 오지랖도 넓었지만 없는 게 없었고 못 하는 게 없었던 산에서의 하루였다.

한 무리의 여학생들이 지난 연휴에 우리 집을 찾아왔다. 이틀 동안 진행되는 '감성 따라 놀기'프로그램이었다. 교사도 네 분이나 따라왔다. 오래전에 의뢰를 받고 숙소와 식사, 전체 진행의 흐름 등 정성껏 준비한 프로그램이지만 긴장과 설렘이 교차했다. 자유로우면서도 일체감을 갖게 하고, 재미있지만 의미 있는, 진지하지만 지루하지 않게 해야겠다는 마음이 있어서였다. 산길을 걷는 동안 여러 놀이가 끊임없이 떠올랐고 학생들은 하자는 대로 뭐든 잘 했다. 숲은 우리의 습관화된 긴장을 다 내려놓게 했다. 두 눈을 가리고 손뼉 소리만 의지하여 나무 사이를 걷는 놀이. 나무를 하나씩 포옹하고 말 걸고 대답 듣기. 모양이 다른 나뭇잎들을 10개씩 모으기 등은 다 즉흥적인 시도였다. 백두대간은 그 웅장함에 더하여 아이디어도 계속 샘솟게 한 것이다. 노래도 거리낌 없이 부르게 된 것은 진행자인 내 공력이라기보다 산과 숲이 그렇게 했다고 여긴다.

이튿날 아침이 제법 쌀쌀해서 숙소를 나온 학생들이 산에 오르기를 꺼리는 분위기였다. 게임처럼 진행한 몸풀기 체조가 순식간에 기분을 바꿔 놓았고 성큼 산으로 올라가게 했다. 가볍게 땀이 솟았다. 공터에 내려와서 한 페널티 킥 놀이. 양파망에 담아 온 마른 가랑잎들이 축구공이 되어 주었다. 럭비공처럼 제멋대로 튀는 공은 재미를 더했다. 골대를 양쪽에 두고 축구경기를 해 보려고 했지만 한 학생의 제안으로 페널티 킥으로 했다. 솔방울을 주워 끈에 매달아 제기차기도 하려고 끈과 나무 막대를 준비했는데 그럴 시간이 없었다. 정해진 시간이 훌쩍 지나갔기 때문이다.

모두가 주인공이 된 하루였다. 농구 골대가 없어도 얼마든지 농구 놀이가 가능했던 게 신기했다. 기둥 하나를 일정한 거리에서 맞히는 놀이였는데 양파자루 공이 빗나갈 때와 맞힐 때 양 팀이 동시에 환호했다.

이번 1박2일 행사의 원만한 진행은 첫 시작이 좋았던 것이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첫날 밤에 서울에서 내려온 내 후배 윤 아무개 다큐멘터리 감독의 영화 이야기는 사람들을 훌쩍이게 한 감동의 시간이었다. 선생님들의 적극적인 참여도 좋았다. 학생들 못지않게 열심히 진행에 참여하셨고 아이들과 스스럼없이 팀 겨루기를 해 주었다. 마지막 순서인 소감문 쓰기 시간도 놀이의 연속이었다. 단어 하나를 주고 그 단어를 중심으로 소감을 쓰게 했다. 다른 팀에는 첫 문장을 만들어 주고 이어 쓰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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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어와 문장의 제시가 학생들의 느낌과 생각을 제한하지 않았다. 막연히 '소감문'을 쓰게 했을 때의 막막함을 없앴고 각자의 개성 있는 감성이 다양하게 드러나는 글쓰기였다. 계획했던 것은 그것대로, 즉흥의 결정은 또 그것대로 모든 게 자연스러웠다. 자연의 힘이다. 산과 숲이라는 자연이 모두를 자연스럽게 했다. 자연의 풍부함. 치유의 힘을 만끽하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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