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출된 ○○○님 일상 사진을 보려면 팔로우하세요

페이스북이 텍스트 중심이라면 인스타그램은 이미지다. 인스타그램에는 트렌디하고 감성적인 사진으로 넘쳐난다. 사람들은 자신이 무엇을 먹고, 무엇을 입으며, 어디에 가는지 일상적인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린다. 그냥 사진이 아니다. 아주 예쁘고 감성적이다. 사람들은 인스타그램 속 음식점을 찾아가고, 수십만 명의 구독자를 거느린 인플루언서(영향력 있는 사람)의 물건을 산다. 불특정 다수가 연결돼 파급력도 대단하다. 그렇다 보니 인스타그램이 광고나 홍보의 장으로 변질해 많은 폐해를 낳기도 한다.

◇"막 찍어도 화보잖아" = 인스타그램이 초창기 인기를 끈 이유는 사진 덕분이다. 창업자 케빈 시스트롬은 사진광이었다. 고등학교 때 사진 동아리 활동을 했고 스탠퍼드 재학 시절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사진을 공부했다. 훗날 이 경험은 그가 필터 기능을 만드는 데 도움을 줬고, 원본 사진에 감성적 색감과 효과를 더한 필터 기능은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았다. 일반인도 사진 전문가로 만들어줬다.

사람들은 자신의 일상을 올렸다. 화려하고 좋아 보이는 사진을 올릴수록 많은 사람이 호응을 표했다. 팔로어와 하트가 많아졌다. 그들은 '인싸'(인사이더의 줄임말·또래 집단 내 주류)가 됐고 SNS 유명인이 됐다. 지난 2016년 파비카 셸던 미국 앨라배마대 교수는 대학생 239명을 조사, 발표한 논문에서 인스타그램을 쓰는 주된 요인 중 하나가 "다른 사람들로부터 부러움을 받고 싶은 심리"라고 했다.

최근 커피계 애플 블루보틀이 한국에 상륙하자 진풍경이 펼쳐졌다. 사람들은 2~5시간씩 줄을 서 인증샷을 찍었고 인스타그램에 #블루보틀코리아란 해시태그가 4000여 개 올라왔다. 커피맛을 즐기기보단, '나 여기 왔어' 자랑하고 싶은 욕구가 앞서는 듯하다.

▲ 카페에서 음료를 먹기 전 사진을 찍어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사람이 많다(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계가 없음). /김민지 기자

◇직접 가보니 인스타빨? = 인스타그램 상승세가 무섭다. 한국인터넷진흥원의 2018 인터넷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이용 시간이 증가한 SNS는 인스타그램이었다. 가장 많이 사용하는 페이스북의 이용 시간은 되레 줄었고 인스타그램 사용 시간은 전년 대비 27% 늘어났다. 인스타그램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스토리' 게시물은 전년 대비 50% 이상 증가했다. 특히 고등학생과 대학생이 전체 이용자의 40%를 차지했다.

인스타그램이 대세 SNS로 떠오르면서 마케팅 채널로도 인기다. 사람들은 맛집과 여행지 정보를 인스타그램에서 많이 얻는다. 또 인플루언서가 착용한 제품은 불티가 나고 그들이 간 음식점과 카페는 핫플레이스가 된다. 하지만 부작용도 있다. '인스타빨', '인스타 감성팔이', '인스타 팔이피플'이란 속어가 나오기 시작한 것.

황희영(35) 씨는 김해 장유에서 친구들과 브런치를 먹기로 하고 인스타그램으로 장소를 물색했다. 다 그럴싸하게 보였다. 소위 '갬성(개인화된 감성으로 감성의 요즘말)'이 터지는, 분위기 좋고 음식도 맛있어 보이는 곳이 많았다. 그중 가장 많이 올라온 곳을 갔지만 뒤늦게 '인스타빨'임을 알고 실망했다. "그릇도 예쁘고 카페 분위기도 좋아 사진은 잘 나왔지만 맛이 기대 이하였다"며 "점원이 계산할 때 '인스타에 올리면 아이스크림을 공짜로 준다'고 하기에 인스타에서 왜 많이 검색됐는지 알겠더라"고 말했다.

지난 11일 거제 바테에서 열린 '맛있는 거제'에 다녀온 조모(36) 씨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낚였다"고 토로했다. 맛있는 거제는 야외 놀이터 바테와 테이스트북스가 함께한 푸드 페스티벌이다. 그는 "인스타에서 이국적이고 감성적인 사진을 보고 참여했지만 막상 가보니 푸드 페스티벌이 아니었다"며 "준비성도 부족했고 자기들 상품팔이에 열기가 뜨거웠다"고 말했다. 행사 이후 인스타그램 계정에 혹평이 쏟아졌고 참가자들은 환불을 요구했다. 댓글엔 "인스타의, 인스타에 의한, 인스타를 위한 행사였다"는 의견이 많았고 결국 주최 측은 환불 조치를 결정했다.

◇인스타 쇼핑 피해 급증 = 최근 '곰팡이 호박즙' 논란으로 많은 사람의 공분을 산 임블리. 그는 배우 출신으로 임지현 부건F&C 상무의 애칭이다. 임블리 인스타그램 팔로어는 80만 명으로 쇼핑몰의 성공신화로 불렸다. 하지만 무너지는 건 순식간이었다. 임블리 사이트에서 판매한 호박즙에서 곰팡이가 검출됐고 이게 불씨가 돼 다른 제품에 대한 소비자 불만이 쏟아졌다. 급기야 임블리 등 인스타 팔이피플에 대항하는 속칭 까계정까지 등장했다. 또 인스타 팔이피플 연관 검색어에 '믿고 거르는 팔이', '믿고 거르는 팔이 베스트 10'까지 생겼다.

SNS 마켓이 성장하고 쇼핑 이용자가 증가하면서 피해를 보는 소비자들도 늘어나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해 11~12월 전자상거래 이용자 4000명을 대상으로 SNS 쇼핑 실태를 조사한 결과, 10명 중 3명은 피해를 본 것으로 조사됐다. SNS 쇼핑 이용자 비중은 2016년 46.6%, 2017년 51.6%, 2018년 55.7%로 꾸준히 늘고 있다. 덩달아 피해를 봤다는 소비자도 2016년 22.5%, 2017년 22.4%에서 지난해 28.2%로 증가했다. 특히 인스타그램 피해 건수가 1년 새 2배가량 급증했다. 지난해 서울시전자상거래센터가 접수한 인스타그램 관련 쇼핑 피해는 144건, 피해액은 2700만 원에 달했다. SNS 쇼핑 이용자가 피해를 줄이려면 판매자 전화번호, 사업자등록번호를 확인하고 메신저를 통한 직접 거래는 피하는 게 좋다.

부수현 경상대 심리학과 교수는 "우리가 먼 산을 볼 땐 추상적이고 피상적인 사고를 하지만 직접 그 장소에 가보면 멀리서 지켜볼 때와 달리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사항까지 생각한다"며 "이렇듯 SNS에서 남들이 하는 것을 보면 막연히 좋을 거로 추정하지만 직접 해보면 다를 수가 있으니 소비자들의 현명한 소비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인스타그래머블(Instagramable) = 인스타그램과 ~할 수 있는(able)이란 뜻이 합쳐졌다. 인스타그래머블 즉 '인스타그램에 올릴 만한' 이미지가 젊은 층의 새로운 소비 기준이 되면서 마케팅 업계도 이를 중요 요소로 삼고 있다.

△인스타 팔이피플(팔이+People) = 무엇을 파는 사람의 팔이와 피플(사람)의 합성어. SNS 마켓의 판매자를 일컫는 속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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