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넘게 끌어온 거창구치소 건립 문제를 주민투표로 결정하기로 한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정부 원안에 대한 찬성 또는 반대, 외곽 이전 등을 놓고 주민들과 정부, 지자체 간은 물론이고 지역 내부의 갈등까지 야기했던 거창구치소 문제가 주민투표를 통해 문제 해결의 끝이 보인다. 16일 법무부가, 구치소 문제 해결을 위해 만들어진 5자협의체(경남도·거창군·거창군의회·법조타운추진위원회·학교앞교도소반대범거창군민대책위원회)를 통해 제출된 주민투표 합의에 대해 수용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거창구치소 문제가 해결 가닥을 보이게 된 데는 우선 이해관계를 달리하는 정부·지자체·주민 대표 등 민관이 고루 참석한 5자협의체의 역할이 컸다. 5자협의체는 지난해 말 경남도의 중재로 꾸려졌으며 여기에서 주민투표 방안이 제기되었다.

주민투표안도 처음에는 구치소 이전을 주장하는 주민 대표 측의 반대가 있었지만, 이들의 양보로 합의안이 나올 수 있었다. 무엇보다 정부가 원안을 무리하게 강행하지 않고 5자협의체의 결정을 수용한 것을 높이 평가할 만하다.

법무부로서는 이미 결정된 국가사무에 대한 주민투표를 수용하는 것은 법적 근거가 없다며 반대할 수도 있었다. 실제로 주민투표 수용 여부를 놓고 정부 부처 간 다른 입장이 나왔다. 투표에서 주민 반대가 높게 나오면 대체부지를 찾아야 하는 등 정부로서는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그러나 행정안전부의 유연한 해석을 통해 주민투표를 통해 나온 원안이나 이전에 대한 의견 표시를 정부가 수용하는 것으로 타협이 이루어졌다.

주민투표는 7월에 예정돼 있으며 거창군이 추진할 계획이다. 이번 합의는 정부가 주민의 삶에 지대하게 미치는 정책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지 않고 주민의 의사를 적극적으로 수렴하려고 노력한 모범적 행정으로 평가할 수 있다. 정부와 5자협의체 모두 지역공동체가 오랫동안 극심한 갈등과 불화에 시달리는 현실을 풀고자 하는 의지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라는 점에서 이번 결정은 빛난다. 행정의 중심은 지역 주민이다. 주민투표 결과에 따라 누군가는 웃을 수 없겠지만 이번 결정이 정부 정책에 따른 지역갈등을 극복하기 위한 양보와 타협의 선례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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