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한 표현이 정치의 시작이자 생명
'좌파독재'란 불평, 대중 공감 못 얻어

최근 자유한국당의 행태를 공자의 정명(正名)사상에 비춰보면 어떨까. 공자는 <논어> 자로 편에서, "정치를 맡기면 반드시 이름을 바로잡는 일부터 하겠다"고 했다. 즉 실제에 부합하는 이름을 찾는 '정명'이 정치의 시작이라는 것이다. "이름이 바르지 않으면 말이 이치에 맞지 않고, 말이 이치에 맞지 않으면 일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것이 공자의 정명 사상이다.

자유한국당은 국회 정상화를 위해 패스트트랙에 대해 민주당이 사과하라고 요구한다. 그러나 사과해야 하는 쪽은 오히려 자유한국당이다. 한국당을 뺀 원내 4당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제 개혁안 등을 패스트트랙에 올리도록 몰아간 것은 자유한국당이다. 5당이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방향으로 선거법을 개정하기로 약속해놓고 아무런 안을 내놓지 않다가 국회의석 270석 축소와 비례대표 폐지 등 위헌적 안을 내놓은 것은 선거제 개혁을 지연시켜 현행 제도로 내년 총선을 치르자는 의도라 할 수 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문재인 정부를 두고 좌파 독재라고 하는 것은 실제와 맞지 않는 이름이다. 여당이 한국당을 따돌리고 다른 야당과 협력하여 법안 통과를 추진하는 것은 다른 민주주의 국가에서 일상인 연정의 모습이다. 정치적 자유와 절차적 민주주의가 보장되어 있는데도 독재라고 하는 것은 자신을 존중해주지 않는다는 불평을 드러낸 표현일 뿐이다.

국회를 비워두고 민생투어를 한다면서 좌파독재에 저항하는 것이라고, 자유민주의의를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하는 것도 실제와 이름이 어긋나는 것이다. 자유한국당이 여당 제출 법안에 반대한다면 법안 의사 진행을 저지할 것이 아니라 법안 심사와 표결과정에서 반대표를 던지면 된다. 최근 리얼미터 여론조사 결과 한국당의 지지율이 급락한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급변하는 국내외 정세에 대처하여 민생을 지원하려면 국회선진화법을 개선해야 할 것이다. 2013년 국회선진화법 제정 결과 국회의 폭력충돌 모습은 보기 어려워졌지만, 법안가결률이 떨어지는 '식물국회' 현상이 나타났다. 17대 국회에서 25%에 이르던 국회 법안가결률은 20대 국회 들어 11%대까지 급락했다. 여야 간 합의가 되지 않으면 어떤 법안도 처리할 수 없게 된 것이다. 패스트트랙 조건을 완화해 상임위와 본회의에서 재적 5분의 3이 아니라 과반수 찬성으로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본회의 표결까지 처리기한을 최장 330일로 한 것도 패스트트랙이 아니라 슬로트랙이다. 급변하는 현대 사회에 대응하려면 최장 90일 정도로 단축해야 한다.

정치는 세력 간의 투쟁을 제도화한 것이다. 왕조시대에는 왕의 뜻을 빙자하여 반대파를 역적으로 몰아 죽였다. 반면 현대의 정치는 말로 하는 것이다. 말은 사태를 정확하게 표현할 때 대중의 공감을 얻고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 고 노회찬 의원이 높이 평가받은 것은 소수파 진보정당 소속이면서도 "불판을 갈아야 한다" 등의 촌철살인 비유를 통해 당면 문제의 핵심을 유권자들에게 잘 전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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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는 문학이 아니다. 문학과 드라마에서는 표현에 자연히 과장이 따른다. 그러나 정치는 정확하게 표현하고 행동하는 것을 생명으로 해야 한다. 사안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경중을 가리며, 정치적 상대방에 대해 정확하게 대응해야 한다. 국회의원들에게는 9명이나 되는 보좌관이 있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보좌관의 도움을 받아 사리사욕에 매몰된 행태를 거두고 일하는 국회를 만들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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