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가 미달에 공무원 동원
친일작가 미화 시험 '시끌'
시 "시대 맞게 개선할 것"

밀양 아랑규수 선발대회가 "시대착오적 행사"라는 비판 속에서 올해도 예정대로 치러졌다.

밀양시는 19일 오후 제61회 밀양아리랑대축제에 맞춰 밀양문화원 주관으로 밀양 아랑규수 선발대회를 열었다. 여성단체들로부터 '성 상품화하는 행사를 중단해야 한다'는 지적을 받은 가운데 대회 진행 과정에서도 시대착오적 행태가 드러나 물의를 빚었다.

지난 4월 28일 아랑규수 선발을 위한 필기시험은 친일작곡가 박시춘을 미화하는 듯한 문제를 내 시험 응시자와 일부 시민들로부터 항의를 받았다. '밀양 출신 대중음악가가 누구냐'는 질문에 정답을 박시춘으로 선택하도록 유도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어 5월 19일에는 대회 본선 발표 주제로 친일화가 김은호가 그린 '아랑 영정 철거' 문제를 제시했다가 시민단체 항의를 받고 밀양 8경·특산물·역사적 인물 등으로 주제를 바꿨다.

올해로 60여 회째를 맞은 대회지만 해가 갈수록 참가자가 적어 벌어지는 시대착오적 관행도 반복되고 있다.

아랑 규수 신청 대상은 밀양에 사는 만 17세 이상 28세 이하 미혼 여성과 학생·출향인 자녀 등이다. 선발 기준은 필기, 절과 예절, 다과상 차림, 발표, 장기자랑으로 모두 500점(부문별 100점씩)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사람을 뽑는다.

대회 참가자가 최소 15명(아랑규수 5명·모범규수 10명 선발)이 돼야 행사 진행이 가능하다.

이에 시는 참가자 신청이 저조하면 시청 직원 가운데 미혼 여성들에게 선발대회에 나가도록 권유해 참가 인원을 메우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 19일 오후 밀양 영남루에서 열린 아랑규수 선발대회 모습. /이수경 기자

올해는 1차 필기시험에 18명이 응시했으나 3명이 탈락했고, 2차 본선(재예 겨루기)에는 15명이 참가했다. 19일 본선에서 아랑규수 진·선·미·정·숙 5명과 모범규수 10명이 선정됐다. 아랑규수 5명은 지역 특산물 홍보대사로 활동하고, 모범규수는 상금만 받는다.

올해 아랑규수와 모범규수에게 주는 상금은 총 2450만 원이다. 아랑규수는 진 500만 원·선 300만 원·미 250만 원·정 200만 원·숙 200만 원을 받고, 모범규수는 1인당 각 100만 원씩 상금을 받는다. 상금과 행사비용 500만 원 상당은 시 예산으로 집행된다.

이날 아랑규수 선발대회를 지켜본 한 20대 시민은 "현 시대와 맞지 않는 것 같다"면서 "참가자가 부족해 공무원까지 동원해야 하는 상황이고, 행사 취지가 요즘 시대 흐름과 맞지 않는데도 지역 관광콘텐츠로 계속 가져가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전통적으로 이어져온 행사를 바로 폐지하기보다 현대 흐름에 맞게 세련되게 개선할 부분을 매년 찾아가고 있다"고 해명했다.

앞서 경남여성단체연합은 지난 16일 성명을 내고 "밀양시와 밀양문화원은 성폭력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고자 저항하다 죽은 많은 현재의 아랑 여성들의 외침과 고발에 귀 기울이기보다 여성에게 정숙을 아름다운 미덕으로 강요하는 아랑규수 대회를 폐지하라"고 주장했다.

밀양 아랑 설화는 정인섭의 <온돌야화>에서 연유한다. 밀양에 부임한 태수의 딸 아랑이 성폭력에 저항하다 피살됐고, 그 원혼이 신관 태수들에게 밤마다 나타나 자신의 억울함을 고하니, 한 신관 태수가 아랑의 억울함을 풀어주려 가해자를 잡아 처형하고 나서 원혼은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는 설화다. 시는 아랑 넋을 기리고 뜻을 되새기는 아랑 제향을 매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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