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학생인권조례 반대 측 주장 팩트체크
인권위법 등 여러 법령서 성적지향 차별금지 규정
교권침해도 매년 감소세…학부모에 의한 피해 최다
인권조례 시행 4개 시·도 수능성적 전국평균보다↑
학교장 권한 제한 아니라 상위법 내용 구체화한 것

경남학생인권조례 제정은 지난 15일 경남도의회 교육위원회에서 부결돼 불투명한 상태다. 도교육청은 지난해 7월부터 지금까지 약 10개월간 공을 들여 조례안을 제출했지만 상임위는 4시간 30분 만에 표결을 거쳐 부결했다. 그날 상임위에서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반대한 도의원들의 발언이 근거가 있는지, 사실인지 살펴봤다.

◇동성애를 조장한다? = 학생인권조례에 찬성한 송순호(더불어민주당·창원9) 의원은 "반대 단체들이 조례안 15조, 16조를 두고 학생인권조례가 통과되면 성적으로 문란해질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제15조(차별받지 않을 권리)는 합리적인 이유 없이 '성 정체성, 성적 지향, 임신 또는 출산' 등의 이유로 학생이 차별받지 않아야 한다는 내용이다. 제16조(성인지 교육의 실시 등)는 교직원이 '성폭력 피해나 성관계 경험이 있다는 이유'로 학생지도와 교육활동에서 편견을 나타내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 제3호에도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로 '성적 지향' 등에 대해 차별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돼 있다. 헌법 제11조는 '모든 국민에 대한 평등원칙'을 규정하고 있고,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 제5조 등 여러 법령에도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을 이유로 한 차별금지가 명시돼 있다.

교육부는 학생 임신, 출산 등에 대해 2013년 학생 미혼모 등의 학습권을 침해할 수 있는 학교 규칙을 개정하라고 지도했었다.

인권.jpg

◇교권을 침해한다? = 조영제(자유한국당·비례대표) 도의원은 "교권이 추락할 대로 추락했다"며 "명예퇴직 신청하는 (교사가 늘고), 학교 폭력, 학력저하 (생길 것)"라며 조례안을 반대했다. 조례 반대단체들이 해온 주장과 같다.

그렇다면 학생인권조례를 앞서 시행한 지역에서 교권침해가 늘었을까? 교육부에 신고된 교권침해 전체 건수는 해마다 줄어들고 있다. 2013년 5562건, 2014년 4009건, 2015년 3458건, 2016년 2616건, 2017년 2566건이다.

2013년에서 2017년까지 시·도별 교권침해 현황을 보면 학생인권조례를 시행한 경기도(2011년)·광주시(2011년)·서울시(2012년)·전북도(2013년) 등 4곳 중 광주시만 최근 조금 늘어나고 3곳은 교권침해 건수가 줄었다.

서울은 2013년 1318건, 2014년 955건, 2015년 706건, 2016년 585건, 2017년 463건으로 줄었다. 경기는 2013년 1291건, 2014년 714건, 2015년 493건, 2016년 500건, 2017년 495건으로 조사됐다. 전북은 2013년 141건, 2014년 111건, 2015년 150건, 2016년 88건, 2017년 83건으로 확인됐다. 광주는 2013년 253건, 2014년 243건, 2015년 136건, 2016년 92건, 2017년 163건으로 나타났다.

특히 교권침해는 학생들보다 학부들에 의한 것이 많다. 최근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2018년 교권침해 상담 사례' 총 501건을 분석한 결과, 학부모에 의한 피해 48.5%(243건), 처분권자에 의한 부당한 신분피해 15.97%(80건), 교직원에 의한 피해 15.37%(77건), 학생에 의한 피해 13.97%(70건), 제3자에 의한 피해 6.19%(31건) 순이라고 밝혔다.

◇성적이 떨어진다? = 강철우(무소속·거창1) 도의원은 "학생 인권 명분으로 학력 저하는 물론, 교사들의 사기저하로 경남 공교육 붕괴 피해를 약자 계층 학생이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고 했다.

학생인권조례 때문에 학력이 저하한다는 주장의 근거는 있을까?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을 기준으로 학생인권조례 시행 지역 성적을 확인한 결과, 오히려 학생인권조례를 시행하는 지역의 수능성적이 높았다.

2011년과 2017년 수능성적(언어, 수리가·나, 외국어영역)을 비교해보면 서울·광주·경기·전북 등 4개 지역은 2011학년도에 전국 평균보다 4.5점 높았고, 2017학년도엔 6.8점 높아 인권조례 시행 시도가 시행하지 않는 시도보다 수능성적 향상폭이 2.3점 더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조례가 상위법을 위반? = 강철우 의원은 또 "조례가 상위법을 위반하고 있다. 초·중등교육법 제8조(학교 규칙)에 학교의 장이 학교 규칙을 제정 또는 개정할 수 있다고 돼 있다. 그런데 이번 조례는 제8조(개성을 실현할 권리) 등에서 학교의 장이 두발, 용모 복장에 관한 학칙을 정할 때 학생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도록 했다. 학교장의 학칙 제개정권을 제한한다고 볼 수 있어 상위 법령에 위반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법률 전문가들은 전북학생인권조례안 의결 무효확인 소송과 관련한 대법원 판례 등을 토대로 볼 때 '학생인권조례는 상위법 위반이 아니다'고 밝혔다.

오동석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초·중등교육법 18조의 4에서 학교의 장이 학생인권을 보장하도록 하고 있다. 학생인권조례는 이러한 초·중등교육법의 내용을 확인하고 구체화한 것이다. 조례는 법률을 구체화하고자 만드는 것이다. 현재 불필요한 상위법 논란 소지를 줄이고자 최근 교육부에서 학생인권 법제화에 대한 연구용역도 진행했다"고 말했다.

또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9조에는 '학교의 장은 학칙을 제정하거나 개정할 때에는 학칙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미리 학생, 학부모, 교원의 의견을 듣고, 그 의견을 반영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고 돼 있다.

고영남 인제대 법학과 교수는 "2013년 전북학생인권조례안 의결 무효확인에 대한 대법원 기각 판결은 조례가 법률 우위의 원칙에 반하지 않는다고 한 것이다. 초·중등교육법 8조는 학칙 제개정권자가 학교장에게 있다는 것을 말할 뿐이지, 학칙 내용이 학생 인권을 보장하라는 조례를 무시해도 된다는 뜻이 아니다. 이번 조례안은 거기에 충실하게 돼 있다. 대부분 조항은 학칙에서 자유롭게 할 수 있게 유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