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화, 눈물의 은퇴 기자회견
"열심히 뛴 선수로 기억되고파"

'빙속 여제' 이상화(30·사진)가 선수 인생에 마침표를 찍었다.

이상화는 16일 서울시 중구 소공동 더 플라자 호텔 루비홀에서 열린 은퇴 기자회견에서 눈물을 흘리며 은퇴를 결심하게 된 이유를 밝혔다.

이상화는 "평창동계올림픽 후 선수 생활을 이어가려 했지만, 고질적인 무릎 부상으로 몸 상태가 돌아오지 않았다"라며 "팬들이 좋은 모습으로 기억해줄 때 선수 생활을 마무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은퇴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이상화는 세계 최고의 여자 단거리 스프린터였다.

그는 휘경여중 재학 시절 태극마크를 처음으로 단 뒤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 여자 500m 금메달,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 여자 500m 금메달,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여자 500m 은메달을 획득하며 한 시대를 풍미했다.

특히 2013년에 세운 36초 36의 여자 500m 세계신기록은 현재까지 깨지지 않고 있다.

다음은 이상화와 일문일답.

▲ /연합뉴스

-최종적으로 은퇴 결심을 한 시기는 언제인가.

"사실 3월 말에 은퇴식을 잡았다가 취소했다. 막상 은퇴식을 하려니까 (선수 생활이 끝난다는 실감이) 온몸에 와닿더라. 너무 아쉽고 미련이 남았다. '조금 더 해보자'라는 생각으로 재활 운동을 했다. 그러나 예전 몸 상태가 돌아오지 않았다. 지금 위치에서 마감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향후 목표는.

"초등학교 1학년 때 스케이트를 시작했다. 내 목표만을 위해 달려왔다. 지금은 내려놓고 여유 있게 살고 싶다. 누구와도 경쟁하고 싶지 않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소치 올림픽 때가 기억에 남는다. 스피드스케이팅계에선 세계신기록을 세운 선수는 그다음 올림픽에서 좋지 않은 성적을 거둔다는 징크스가 있었다. 두려웠다. 하지만 난 이겨냈다. 올림픽 2연패를 했다는 것과 완벽한 레이스를 펼쳤다는 점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다."

-세 차례 올림픽에서 딴 3개 메달에 각각 의미를 부여한다면.

"밴쿠버 올림픽 메달은 내 첫 올림픽 메달이었다. 3위 안에 들자고 생각했는데 금메달을 땄다. 소치 메달은 징크스를 이겨낸 메달이다. 평창 때는 쉽지 않았다. 부상이 심했다. 한국에서 개최해 더 긴장됐다. 이런 것들을 이겨내고 메달을 땄다."

-지도자로서 계획은 있나.

"올해 은퇴 결심을 했다. 향후 계획을 짜기엔 시간이 부족했다. 계획을 세우지 않은 상태다. 앞으로 지도자는 할 수 있을 것 같다. 생각을 정리해야 할 것 같다."

-어떤 선수로 기억되길 바라나.

"평창올림픽이 끝난 뒤에도 같은 질문을 받았다. 살아있는 전설로 남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내 답변은 변함이 없다. 안되는 것을 되게 하는 선수, 항상 열심히 했던 선수로 기억해주셨으면 좋겠다."

-선수로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무엇인가.

"마인드 컨트롤이 힘들었다. 항상 부담감이 컸다. 반드시 1위를 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었다. 식단 조절도 해야 했다. 남들이 하나를 할 때 나는 둘을 해야 했다. 당시엔 힘들었지만, 이런 과정이 나를 이 자리로 이끈 것 같다."

-최고의 선수가 될 수 있었던 비결은.

"힘들어도 포기하지 않았다. '저 선수도 하는데 왜 난 못하지'라는 생각으로 훈련에 임했다. 이런 생각이 안 되는 것을 되게 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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