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김병원 농협중앙회장이 창원을 찾아 농민 1000여 명을 대상으로 특강을 했다. 그는 특유의 입담으로 농협 정체성 얘길 꺼냈다.

"1950~60년대 어떤 사람들이 농협 회장을 맡았는지 아나? 임지순이라는 군인서부터 시작해 이후 장관들이 주로 맡았다. 정부 관제 기구였던 것이다. 그러니 농민이 눈에 보였겠나? 30년간 그 세월이 이어졌다. 그러다 1987년 6월 민주화운동 분위기 속에서 '농민이 농협회장을, 조합원이 조합장을 직접 뽑자'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때 농협이 농민·국민 곁으로 가야 했는데, 그러질 못했다. 정부 손에 있었던 그 DNA가 쉽게 바뀌지 않았던 것이다. 이제 농협 본연의 정체성을 찾아야 한다. 농협 정체성은 곧 농민 삶의 질 향상, 사회 공헌, 국민편익 제고에 있다."

김 회장의 이러한 얘기는 자신들 조직에 대한 솔직한 반성이었다. 김 회장이 줄곧 강조한 '농민·국민 곁으로', '우리 사회를 위한 역할' 대목은 고개 끄덕이게 했다.

하지만, 농협중앙회 지금 모습 또한 이와 거리 있어 보인다. 농협은 지난 3월 '제2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를 치렀는데, 4년 전 불거졌던 '선거운동 과도한 제약', '조합원 자격 논란'과 같은 문제를 고스란히 되풀이됐다. '조합장 권한 집중에 따른 부작용 우려'도 여전하다. 하지만 이를 개선할 의지를 적극적으로 나타내지 않고 있다.

또한 농협중앙회는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인 지난 2017년 6월 '5200명 규모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을 약속하며 널리 알렸다. 하지만 2018년 7월 그 규모를 1917명으로 대폭 축소했다. 자신들도 민망했는지, 이 사실을 외부에 알리지 않았고, 그해 10월 국정감사 때 외부로 전해졌다. 결국 농협중앙회는 '문재인 정부 초기 졸속으로 대책을 내놓았다'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김 회장 말대로, 국민·농민보다는 여전히 정부 눈치를 보는 DNA가 사라지지 않은 걸까….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