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쓰레기도 함께 주문배송 됐습니다
그릇 찾아가는 배달 줄어 식후 일회용품 배출 가득
환경부 사용규제 방침에 자영업자 "수거비용 발생"
신선식품 배송 시장 팽창 스티로폼·보랭팩 등 쌓여
소매점포 "대형마트 잠식 유통구조 정상화 필요"
   

◇'요기요, 배달의 민족, 여기 어때?' = 식당에서 배달 음식을 시켜먹는 게 어떻겠냐고 묻는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 대표 배달 주문 서비스 업체 이름이다. 음식 배달 서비스 시장 규모는 약 15조 원으로 추산된다.

통계청 '온라인 쇼핑 동향'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음식 서비스 연간 매출은 2조 9624억 원에서 2018년 기준 5조 2731억 원으로 78% 증가했다. 치킨·피자·자장면 정도만 떠올리던 배달 음식은 이제 패스트푸드·디저트·도시락·음료 등으로 점점 종류가 다양해지고 있다.

우리나라 가구 형태 중 1인 가구(2017년 기준 전체 28.6%)가 증가하면서 음식 배달 서비스 시장이 성장하고 있다.

문제는 일회용품 쓰레기도 폭발적으로 늘어난 점이다. 환경부는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이하 자원재활용법)' 하위 법령을 개정해 4월부터 음식점에서 일회용 접시나 비닐 식탁보, 종이컵을 쓰는 무료 자판기 커피도 단속한다. 이를 어기면 최대 300만 원 과태료를 물리는 방침을 밝혔다.

하지만, 자영업자들의 항의 전화가 빗발치자 환경부는 해명 자료를 통해 "음식점의 종이컵은 현재 사용금지 대상이 아니며 새롭게 규제된다는 것도 사실이 아니다. 음식점에서 사용하는 일회용 배달 음식 포장용기는 상반기 실태조사를 거쳐 배달업계와 긴밀하게 협의하여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환경부 해명으로 음식 배달 사업장의 일회용품 규제 논란은 잠잠해졌지만, '생업'과 '환경'이라는 과제를 짊어진 환경부는 양쪽 어깨가 무겁다.

▲ 한살림경남·경남녹색당·마창진환경운동연합은 지난달 22일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쓰레기 대란을 막으려면, 우리 모두 삶의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혜영 기자

중식음식점을 운영하는 창원 한 자영업자는 "배달용 일회용품 그릇은 크기·종류가 다양해 가격 차이가 있지만 음식값의 10~15%를 차지한다. 뚜껑 있는 일회용품을 사용해 최소 1회 이상 재사용이 가능하도록 용기값에 더 투자를 하지만 이 역시 부담스럽다"고 했다.

죽 배달 때 사용하는 일회용기를 대형마트에서 구매하면 통은 개당 200원, 뚜껑은 개당 160원이다.

그는 "일회용품 규제가 시작되면 배달 그릇 수거와 설거지할 인력이 추가돼야 한다. 이는 음식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고 이는 운영 처지에서도 반갑지 않다. 사업 지속성을 고민해야 할 정도로 일회용품 규제는 배달음식 업계에서 엄청난 일이다. 환경보호 차원에서 일회용품 규제 취지는 이해하지만 대체재 개발과 소비자의 공감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오는 10월 일회용품 사용억제 로드맵을 마련할 방침이다.

◇'새벽 배송, 로켓 배송, 총알 배송, 신선 배송' = 음식배달 주문만큼이나 자연스럽고 익숙한 현대인의 일상은 '택배 받는 일'이다. 주문한 지 하루도 지나지 않아 채소·고기·가공식품 등이 담긴 상자가 현관 앞에 도착한다.

업계에 따르면 새벽배송 시장 규모는 2015년 100억 원에서 지난해 4000억 원으로 3년 새 40배나 성장했다.

맞벌이와 1인 가구가 늘면서 간편식 시장도 커지고 있다. 생물과 채소를 포함한 신선식품, 밥, 양념까지 모든 음식재료를 양에 맞게 미리 손질해 각각 포장해 배송하는 것이다. 업계가 추정하는 국내 간편식 제품 시장 규모는 400억 원이지만 5년 내 7000억 원에 이를 전망이다.

어느 정도 손질돼 음식 쓰레기는 줄일 수 있을지언정, 음식재료 포장에 쓰이는 포장재 쓰레기가 과도한 문제점이 있다. '신선하게 빠르게' 배송하는 것이 전략이어서 스티로폼 상자, 은박 보랭 팩(때론 드라이아이스), 충격방지용 에어캡(뽁뽁이)을 겹겹이 벗겨 내고서야 신선식품을 마주할 수 있다. 음식뿐 아니라 현대인의 쓰레기 대부분은 '택배'에서 발생한다.

한국통합물류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택배 물량은 25억 4278만 개로 2017년(23억 1946만 개)보다 9.6% 증가했다. 1년 동안 한 사람이 받는 택배 수는 평균 49개에 이른다. 온라인 마켓, 모바일 쇼핑 성장세가 계속되면서 일반 택배보다 포장 비중이 높은 신선 식품 배달이 확산하면서 배송 포장재 과잉 문제는 더 심각해지고 있다.

▲ 치킨배달과 죽배달 1인분 포장의 경우 나오는 각종 일회용품들. /경남도민일보 DB

그렇다면, 대한민국이 배달의 천국이 된 근본 원인은 뭘까?

유수열 경남유통상인회 회장은 "주부들의 냉장고가 돼야 할 소형 점포들이 설 자리가 없는" 유통 구조를 지적했다.

유 회장은 창원 북면신도시에서 소매점을 운영하고 있다. 물류 확보와 판매가 쉽지 않아 대부분 소매점포는 유통기한 부담이 적은 공산품 판매가 90~100%를 이루지만 유 회장은 신선식품을 70%로 확대하고 공산품 비중을 30%로 줄였다.

유 회장은 "소비 시장은 점차 소분화되고 간편식 위주로 구성되고 있다. 예전의 부식가게 개념인 소매점포가 가까이 있고 제 기능을 한다면 두부와 양파, 계란을 배송으로 받을 필요가 없다. 이중 삼중 포장할 이유가 없다. 대형상점이 들어서 시장을 잠식했고, 온라인 주문이 강세가 됐지만 주부들의 냉장고 역할을 하겠다는 운영 목표가 통하고 있다. 월 매출 1억 원을 기록하고 있으며 유통시장 정상화를 위해서 노하우를 나누고 싶다"고 밝혔다.

쓰레기 문제, 어디서부터 단추가 잘못 끼워졌을까. 잘 쓰고 잘 담자. 쓰담쓰담.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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