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성단체 "도민 바람 무시"
10년 제정운동 '결실'강조
도교육청 본회의 상정 노력

경남학생인권조례안이 경남도의회 교육위원회에서 부결되면서 경남 인권인식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경남에서 학생인권조례 제정 추진은 지난 2009년, 2012년에 이어 이번이 3번째다. 지난 15일 도의회 상임위에서 조례안이 부결돼, 의장이 본회의에 직권상정하거나 재적의원 3분의 1(20명) 이상이 요구해 상정하는 방법만 남았다.

윤남식 김해교육연대 집행위원장(경남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위한 촛불시민연대 교육홍보분과장)은 "10년 정도 학생인권조례 제정운동을 벌여왔다. 이번처럼 조직적으로 반대 단체가 나선 적이 없었다"며 "지금 벌어진 상황은 10년 전과 비교해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상임위 부결 사태는 도민의 의견을 수렴해서 공공성을 가져가기보다 목소리가 큰 반대 측 표를 의원들이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청소년이 인권조례 제정을 위해 나서고 훨씬 상황이 좋아졌는데도 결과가 더 나빠진 것은 인권 감수성이 더 낮아졌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 학생인권조례제정을 위한 촛불시민연대가 16일 경남도의회 앞에서 도의회 교육위원회 학생인권조례안 심의 부결에 따른 입장 기자회견을 열고 "도의회 의장은 학생인권조례안을 직권상정하고 도의회는 학생인권조례를 제정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경남학생인권조례 제정, 왜 중요한가 = 학생인권조례는 2011년 경기도, 광주시, 2012년 서울시, 2013년 전북도 등 4곳에서 제정됐다. 대부분 진보적인 색채가 강한 곳이다. 경남은 보수 색채가 강한 지역이어서 이번에 경남에서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되면 다른 지역에도 확산할 수 있어 어느 때보다 관심이 높았다.

국가인권위원회가 나서서 경남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지지했다. 최영애 인권위원장은 지난 9일 '경남학생인권조례가 조속히 제정되길 바란다'는 성명도 냈다. 특히 반대 측이 주장하는 '성적 문란, 동성애 조장, 교권 침해' 등 우려는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된 지역에서 나타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최 위원장은 학생인권조례가 유엔 아동권리협약, 헌법, 교육기본법, 초중등교육법 등에서 보장하고 있는 학생 인권 실현을 위해 필요하다고 했다. 정문자 인권위 아동권리위원장은 지난 10일 김지수 도의회 의장을 만나 조례 제정을 요청하기도 했다.

◇마지막 가능성은 남아 있어 = 경남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위한 촛불시민연대는 16일 도의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도의회 의장은 학생인권조례안을 직권상정하라'고 요구했다.

촛불시민연대는 "이번 교육위 결정은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통해 학생들의 인권과 민주주의를 보장하고, 모두가 행복한 학교를 만들자는 도민의 바람을 무시한 것"이라며 "학생인권조례안을 반대한 도의원들은 망언에 가까운 주장을 쏟아내며 학생인권조례안의 본회의 상정을 막았다. 그들은 학생인권조례안을 '나쁜 조례'라고 주장했지만, 도민의 눈에 그들이야말로 '나쁜 의원'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경희 촛불시민연대 상임대표는 "도의회가 비민주적인 인권의 민낯을 확실하게 드러냈다. 민주의 가면을 쓰고 인권을 외면한 사람이 누구인지 가슴 아프게 확인했다. 교육위원 인권 감수성이 그렇다는 것이 도민으로서 창피하다. 절박한 현실을 외면한 도의원이 부끄럽다"고 말했다.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도 도의회 규탄 성명을 발표했다. 아수나로는 "더불어민주당 장규석(진주1) 의원, 자유한국당 이병희(밀양1) 의원은 이 조례안이 학교 현장 의견을 수렴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청소년 목소리를 듣지 않은 이는 오히려 도의원들이다. 청소년은 그간 수많은 집회, 성명, 기자회견 등을 통해 학생인권 보장의 필요성을 외쳐왔다"고 밝혔다.

교육개혁을 위한 김해연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충남인권교육활동가모임, 평등교육실현을 위한 전국 학부모회 등 15개 단체도 잇따라 도의회 교육위원회 규탄 성명을 냈다.

박종훈 경남도교육감은 상임위에서 조례안이 부결됐지만 본회의 상정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박 교육감은 "도교육청 노력과 도민 기대에 부결로 답한 도의회 교육위에 경남교육주체를 대표해 유감을 표한다"며 "조례안이 지향하는 교육적 가치를 더 적극적으로 설득해 이번 임시회 기간 반드시 통과될 수 있기를 기대하며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 경남기독교총연합, 경남성시화운동본부, 나쁜학생인권조례제정반대도민연합, 경남함께하는시민단체연합, 경남교원단체총연합회는 이날 도의회 앞에서 "여야를 초월한 도의회 교육위원회의 의회 민주주의의 합치된 결과를 환영한다"고 밝혔다. /우귀화 기자

이날 학생인권조례를 반대해 온 경남기독교총연합, 경남성시화운동본부, 나쁜학생인권조례제정반대도민연합, 경남함께하는시민단체연합, 경남교원단체총연합회는 공동성명을 내고 교육위 부결을 환영했다. 이들은 도의회 앞에 설치한 천막농성장을 치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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