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저항 피해자 전설
경남여연, 중단 촉구 성명
"정숙 강요, 시대 착오적"

경남여성단체연합(이하 경남여연)이 "여성을 상품화하는 시대 역행적 행사"라며 밀양시에 '아랑 규수 선발대회' 중단을 촉구했다.

아랑규수 선발대회는 오는 19일까지 열리는 '밀양아리랑 대축제' 행사 중 하나다. 밀양시가 주최하고 밀양문화원이 주관하며, 오는 19일 영남루에서 개최된다.

밀양 아랑 설화는 정인섭의 <온돌야화>에서 연유한다. 밀양에 부임한 태수의 딸 아랑이 성폭력에 저항하다 피살됐고, 그 원혼이 신관 태수들에게 밤마다 나타나 자신의 억울함을 고하니, 한 신관 태수가 아랑의 억울함을 풀어주려 가해자를 잡아 처형하고 나서 원혼은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는 설화다. 시는 아랑 넋을 기리고 뜻을 되새기는 아랑 제향을 매년 진행하고 있다.

경남여연은 16일 성명을 내고 "미인대회라는 이름으로 여성을 상품화하는 행사가 여전히 자행되는 현실도 개탄스러운데 여성의 상품화를 넘어 순결을 미덕으로 포장하는 행사가 지역 축제에서 버젓이 행해지고 있다"며 "아랑규수 선발대회는 시대 역행적인 어처구니없는 행사"라고 비판했다.

경남여연은 "지난해 전국을 뒤흔든 미투운동은 여전히 우리 사회에 뿌리박은 가부장적 사회문화의 잔존인 여성 폭력과 성차별·여성혐오에 대해 더는 넘겨버리지 않겠다는 선언이며 성차별적 사회구조에 대한 변화를 강력히 요구하는 여성인권 운동"이라면서 "밀양시와 밀양문화원은 성폭력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고자 저항하다 죽은 많은 현재의 아랑 여성들의 외침과 고발에 귀 기울이기보다 여성에게 정숙을 아름다운 미덕으로 강요하는 아랑규수 대회를 지속할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회를 중단하고 성 인지적 관점에서 밀양아리랑 대축제를 검토할 것을 촉구했다.

아랑규수 선발 기준은 필기, 절과 예절, 다과상 차림, 발표, 장기 자랑 각 100점 등 모두 500점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이를 뽑는 방식이다. 진·선·미·정·숙 아랑 규수 5명과 모범 규수 10명을 선발한다. 선정된 아랑 규수는 밀양시 홍보대사로 활동하게 된다. 신청대상은 밀양에 사는 만 17세 이상 28세 이하 미혼여성과 학생·출향인 자녀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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