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교 3학년 체육시간 코치 눈에 띄어 양궁과 첫만남
하루 7시간 꾸준한 연습으로 소년체전 1위 등 '펄펄'

얼굴이 까맣게 탄 소년은 수줍음을 많이 탔다. 자신의 키만큼 큰 활을 들고 자세를 잡을 때는 차분했고, 예리했다. 초등학생 때부터 양궁을 배워온 진해 동진중학교 1학년 주지훈(13) 학생. 운동회가 열리던 지난 3일 양궁훈련장에서 지훈 군을 만났다. 학교 운동장 한쪽에 있는 양궁훈련장은 작고 소박했다. 하지만, 이곳은 학생들이 양궁 선수의 꿈을 키워나갈 수 있는 귀중한 배움터다. 비가 올 때는 훈련장 안 창문에서 과녁을 쏠 수 있는 시설이다. 길이 66인치(167㎝), 무게 4∼5㎏가량 활을 든 소년은 매일매일 실력을 쌓고 있다.

▲ 진해 동진중학교 1학년 주지훈 군. 주 군은 고등학교에 진학해서도 계속 양궁을 해 국가대표가 되는 것이 꿈이다. /박일호 기자 iris15@idomin.com

◇우연히 드러난 재능

지훈 군의 양궁 재능은 우연한 기회에 반짝였다. 진해 경화초교는 양궁 선수들을 육성하고 있다. 지훈 군은 3학년 체육 시간에 양궁체험을 하며 활을 쐈다. 양궁 지도자는 지훈 군을 눈여겨봤다. 특별히 준비하거나 계획하지 않았지만, 자연스럽게 재능을 확인한 셈이다.

지훈 군은 "반 친구들이 다들 활을 한 번씩 쐈는데, 코치님이 저더러 내일부터 양궁장으로 나오라고 했다"며 양궁 입문기를 들려줬다. 지훈 군은 이튿날부터 양궁을 본격적으로 배웠다. 지훈 군은 하루에 화살 500∼600개를 거뜬히 쐈다. 한 달에 적어도 2만 개는 쏘는 셈이다.

어느덧 시간이 4년가량 흘렀다. 매일 부단히 한 훈련은 좋은 성과를 냈다.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입상 실적이 10여 건에 이른다. 2017 경남도 초·중학생종합체육대회에서 35m 3위, 30m 3위, 20m 3위, 개인 종합 3위, 단체종합 3위. 46회 전국소년체육대회 단체 종합 3위 등의 성적을 냈다.

이듬해부터는 성적이 더 향상됐다. 2018 경남도 초·중학생종합체육대회에서 30m 2위, 25m 1위, 20m 2위, 개인종합 2위, 단체 종합 1위. 47회 전국소년체육대회 35m 3위, 30m 1위, 개인종합 1위. 29회 전국남녀초등학교 양궁대회 30m 1위, 20m 3위, 개인종합 1위 등을 기록했다. 올 2월에는 경남도양궁협회 2018 최우수 선수상을 받기도 했다.

◇사춘기 방황도 이겨내

화려한 성적만큼 양궁을 연습하는 일이 녹록지만은 않았다. 5학년부터 양궁에서 좋은 기량을 보여줬지만, 방황도 동시에 찾아왔다.

지훈 군의 어머니 송명숙(42) 씨는 "지훈이에게 사춘기가 찾아와서 한동안 방황을 했던 것 같다. 아빠도 뇌졸중으로 쓰러지고, 경제적인 부분도 힘들어진 시기였다. 그때 지훈이가 '양궁하기 싫다', '친구들과 놀고 싶다'면서 하소연했다. 마침 코치 선생님도 바뀌면서, 적응하느라 힘들어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지훈 군은 한 달 방황을 하다 다시 활을 잡았다. 지훈 군은 "과녁에서 10점을 맞힐 때 정말 짜릿하고 통쾌하다. 그 기분을 계속 느끼고 싶었다"며 양궁을 지속하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연습은 완벽함을 낳는다. 지훈 군은 학교에 나오는 날이면 어김없이 양궁연습장에서 연습을 한다. 오후 1시 40분부터 해가 지는 밤 9시까지 하루에 무려 7시간이나 훈련을 하는 셈이다. 집에서도 양궁 연습은 이어진다. 지훈 군은 집에서 활 쏘는 연습을 할 수 있게 제작된 고무줄을 계속 당긴다.

지독한 연습으로 팔이 아프면, 어떻게 하느냐고 물으니 더 연습을 많이 한다고 했다.

지훈 군은 "밖에서 양궁 과녁을 맞힐 때는 얼굴이 까맣게 타고, 어깨도 아프다. 그런데 아프면 활을 더 많이 쏴야 아픈 곳이 풀린다. 쉬면 더 아프다"고 말했다.

최승철 동진중 양궁감독은 "3일 이상 쉬면 근육이 퇴보한다. 아프더라도 최대 2일 정도 쉬고, 계속 움직여야 괜찮다"고 설명했다.

▲ 진해 동진중학교 1학년 주지훈 군. /박일호 기자 iris15@idomin.com

◇"국가대표가 꿈"

양궁하는 선배들의 모습이 그저 눈부셔 보였던 지훈 군. 이제는 기량을 닦아서 국가대표 선수를 꿈꾸고 있다.

지훈 군은 "첫 양궁에 대한 인상은 초등학교 3학년 때 형들이 전교생 앞에서 메달을 받는 모습을 봤을 때다. 무척 멋져보였다. 나도 저런 메달을 받아보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을 했다. 고등학교에 진학해서도 계속 양궁을 해서 국가대표가 돼 금메달을 따는 게 꿈"이라고 했다.

지난 4월 경남초·중학생종합체육대회에 출전했지만, 중학교 1학년인 지훈 군보다 기량이 뛰어난 선배들이 많아 수상을 하지는 못했다. 올해 하반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기 양궁대회, 중고연맹대회, 화랑기 대회 출전을 준비하고 있다.

촉망받는 선수에게 양궁감독은 지지와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최 감독은 양궁 시설이 확충됐으면 한다는 바람도 밝혔다. 최 감독은 "지훈 군이 꾸준히 훈련해서 국가를 대표하는 선수가 되길 바란다"며 "경남에는 양궁장이 없다. 경북 예천에는 양궁장이 많다. 우리 지역에도 양궁시설이 확충됐으면 한다. 그러면 지훈 군을 비롯해 더 많은 꿈나무가 그곳에서 시합을 하면서, 실력을 더 키워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어머니도 "지훈이가 즐거워하는 양궁을 계속 열심히 해나갔으면 한다"며 응원했다. 

※도움주실 계좌 = 경남은행 207-0084-9093-07(사회복지법인 초록우산어린이재단)

4월 11일 자 드림스타 21편 임수지 김해 화정초교 학생에게 후원금 500만 2000원(BNK경남은행 500만 원 특별후원)이 들어왔습니다.

※이 기획은 BNK경남은행, 경상남도교육청과 함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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