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전후 국민보도연맹 사건으로 부당하게 학살당한 희생자들 가운데 먼저 6명에 대한 재판이 곧 다시 열린다니 그나마 다행이다. 민간인들이 국가에 의해 무자비하게 목숨을 빼앗긴 지 69년, 희생자 유족들이 재심을 청구한 지 6년 만이다.

보도연맹은 이승만정권이 사상통제를 위해 좌익사건 전향자들을 모아 만든 관변 반공단체였다. 설립 초기에는 주로 의무적으로 가입시킨 남로당원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조직 확대과정에서 일반 농민이나 청소년들까지 멸공을 앞세워가며 포함한 탓에 30만 명에 달할 정도로 숫자가 늘어났다. 임의로 가입대상이 되거나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연맹원이 되기도 하고 배급을 준다며 유인하여 가입한 경우도 부지기수였다. 이승만정권은 전쟁 발발 직후 전황이 불리하자 후퇴하는 지역마다 보도연맹원을 검속하여 모진 고문을 가하고 사실상 즉결처분과 다를 바 없는 집단학살을 자행했다. 영장도 없이 체포되어 가혹행위를 당하고 민간인임에도 군법회의에 회부되어 사형판결을 받고 속전속결로 처형되었다. 마산에서도 수백 명이 창동 시민극장에 소집되어 마산형무소로 끌려갔으며 그중 141명은 며칠 뒤 사형을 당했다. 경찰 정보계통과 육군 정보국이 주도하고 검찰과 헌병, 우익단체 등이 가담한 집단학살로 인하여 수만에서 수십만에 이르는 민간인이 희생되었건만 진상은 아직도 미궁에 빠져있다. 희생자 숫자조차 막연한 것은 물론 명령계통과 책임소재가 전혀 밝혀지지 않은 채 세월만 흘러왔다.

놀랍게도 이승만정권 이후 90년대까지 역대 정부는 보도연맹으로 사망한 사람들의 가족과 친척들을 요시찰 대상으로 감시해왔고, 연좌제의 굴레를 씌워놓았으니 그 고초는 이루 말로 할 수 없다. 59년이나 지난 2009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에서 보도연맹 희생자들이 불법적으로 체포당하고 적법한 절차도 밟지 않은 채 사형집행을 당했다고 결정하고 나서야 정당하게 재판을 받을 수 있게끔 재심 청구가 가능해졌다. 69년이나 늦었으니 이제는 진실이 승리할 때가 되지 않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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