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경찰청 인권침해 사건 진상조사위원회는 2014년에 일어난 '고 염호석 삼성전자서비스 노조원 사건'에 대한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진상조사위는 당시 경찰청과 경남경찰청·양산경찰서 소속 경찰관들이 유족에게 가족장을 종용하면서 삼성과 만남을 주선하였으며, 삼성에 노조·유족의 정보를 지속적으로 제공하고 나아가선 거짓 공문까지 발급했다고 밝혔다.

일부 경찰관의 일탈 행위가 아니라 경찰이라는 공공기관이 조직적으로 사건을 은폐하고 무마하는 데 앞장섰다는 사실은 가히 충격을 넘어서서 경악을 금치 못하게 한다. 게다가 이 사건의 관련 경찰관은 이후 삼성에 취업까지 하는 후안무치한 태도를 보이면서 도덕적 무감각의 전형을 보여주었다. 삼성이라는 기업이름이 붙은 사건에 대한민국의 경찰이 조직적으로 개입하였다는 사실만을 두고 시민사회가 공분을 일으키는 건 아니다. 현재 사건의 전모가 법정에서 적나라하게 밝혀지고 있는 가운데 경찰청 인권침해 사건 진상조사위원회가 제시한 권고안 내용이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정도가 아니라 또 다른 알리바이를 만드는 행위가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 이미 다양한 경로를 통하여 사건의 전모가 공개되고 있는데 명백한 범죄행위에 대한 수사권고가 아니라 그저 사과를 권고하는 건 정말 황당하기 그지없다. 게다가 범죄행위에 가담한 경찰관 중 현직을 유지하는 인물도 있다니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사과 몇 마디로 피해자들의 억울한 사정은 결코 해소될 수도 없고 이것은 정의에 어긋난다. 이 사건을 해결하려면 관련자 전원은 법정의 재판대로 보내야 하고 경찰이 아닌 사법부가 판결해야 한다. 관련자들이 받은 뇌물이 증명된다면 특가법 처벌 대상임이 분명하다. 타당한 절차는 무시하고 사과 몇 마디 하라는 식의 조사결과 발표는 제 식구 감싸기를 넘어 국민을 무시하고 우롱하는 작태와 다를 바가 없다.

현재 국민이 느끼는 사회적 적폐에 대한 공분을 그저 시간이 지나면 잊어먹을 행동으로 봐서는 곤란하다. 적폐청산이라는 시대적 과업을 그저 한때 유행 정도로 보는 태도가 구시대적인 착각일 뿐이다. 경찰이라는 조직이 정말 개혁하려면 조직 내부의 고름부터 제거할 때 가능하다는 사실을 이제는 인정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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