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도, 아프리카 2개국 지원해
인도적·부대적인 효과 커 주목

이제는 다소 진부한 캐치프레이즈가 된 감이 들지만, 한국은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원조를 공여하는 유일한 나라가 되었다는 점을 사방에 설파하고 다닌 적이 있었다. 지금도 ODA(공적개발원조·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를 논할 때면 약방의 감초처럼 언급되는 것이 이 구절인데, 필요 이상으로 부각하는 것은 개도국의 자존심을 자극하는 것이기도 해서 적당히 하는 것이 좋겠다.

2차 대전 이후 전 세계에서 가장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룬 국가이기에 단기간 내 ODA의 양적, 질적 규모가 괄목할 수준으로 향상해 왔다는 것은 어쩌면 지극히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경남도는 그간 탄자니아와 짐바브웨, 아프리카의 두 중견 국가에 대해 소위 '경남형 ODA' 사업을 추진하여 나름 외교부, 국제협력단(KOICA)을 비롯한 여러 공여기관으로부터 온당한 평가를 받아왔다.

전자는 탄자니아 농업전문가 양성사업으로, 2017년부터 3년간 탄자니아 농업 관련 공무원을 100명이나 초청하여 우리의 시설원예 및 실무분야 농업기술을 전수하고, 양국 간 지방행정 차원의 교류를 진작시킴으로써 단순한 농업기술과 행정경험의 공유 이상의 시너지 효과를 낳은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최근에는 상당수 기업이 탄자니아의 선박제작 수주 및 항만시설 공사 프로젝트 등에도 참여하게 되면서 이 원조사업의 부대 효과 또한 무시할 수 없는 것으로 판단되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짐바브웨는 2015년부터 보건의료 인프라 개선사업을 통해 경남과 돈독한 관계를 형성한 아프리카에서 두 번째 규모의 산업국가이다. 지하자원과 산업적 기반은 상당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음에도 여전히 열악한 상태에 놓여 있는 아프리카 특유의 보건의료시설에 대한 질적 고도화에 기여한 부분은 주목을 받을 만하다.

경남이 추진해 온 이 ODA사업들이 사업추진체계의 일관성이나 행정적 효율성, 기대효과 등의 측면에서 다른 지자체 유사 사업에 비해 긍정적 평가를 받는 것은 재언을 요하지 않는다. 문제는 이 사업의 종료 시점에서 금후 어떠한 국가에 어떠한 형태와 내용의 사업을 계속해 나갈 수 있을까 하는 과제선정이다. ODA 사업은 통상 순수하게 인도주의적 지원사업으로 특화되어야 한다는 이상주의적 측면과 우리의 수출경제와 연계되는 승수효과를 담보하는 방향으로 조절되어야 한다는 현실주의적 견해가 대립 내지 절충되는 과정을 경험해 왔다.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우리 경제의 현실이 척박한데 그와 같은 대외원조를 지속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는가란 해묵은 논쟁점이다. 이 사업이 지속적으로 추진될 이유는 충분하다. 받는 쪽이든 주는 쪽이든 일관성과 지속성이 있을 때 감사와 찬사가 고정적으로 이루어지게 마련이다. 한국전쟁 이후 우리를 아낌없이 도와준 다른 나라들에 보답하는 일일 것이기도 하다. 반면, 단순히 고기를 잡아먹는 것이 아니라 낚시하는 법을 가르쳐 주어도 빈곤과 폭정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후진독재국가들에 언제까지 무상원조를 해주어야 하느냐는 것은 전혀 별개 차원의 고려사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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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현재 경남도청에서 추진해 온 지원사업들이 다른 지자체의 모범이 된다는 긍정적 평가가 지배적인 만큼, 그러한 문제는 기우에 지나지 않을 것으로 믿는다. 일단은 지금까지 추진해 온 사업들의 공과를 겸허하게 분석, 교정하는 것이 무엇보다 긴요한 과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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