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요구에 '신중 검토'답변
공사규모 따라 침하 심화 우려
인근 불허 건축사업 반발도

지반 침하로 불안을 겪는 양산시 북부동 일대 원도심지역 일부 주민이 안전을 보장해달라며 아파트 재건축을 요청하자 양산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 14일 오후 7시 중앙동행정복지센터에서 열린 '찾아가는 현장시장실'은 이 일대 지반 침하 현상에 대한 대책 추진 상황을 주민에게 알리고, 의견을 듣는 자리로 마련했다. 이날 김일권 시장은 직접 원도심 지반침하 원인 규명을 위한 지반 조사 학술용역 추진 상황과 방식, 비상상황 대책 등을 설명했다.

상황 보고가 끝나고 주민 질의가 이어졌다. 참석 주민은 △지반침하 원인규명 조사 방법 △피해주민에 대한 조치 △사고 발생 시 보상·이주대책 등을 중점적으로 물었고, 시장과 담당 부서장이 자세한 내용을 답했다.

특히 이 일대 아파트 주민들은 재건축 문제에 시가 적극적으로 나서달라고 요청했다.

한 주민은 "이곳 아파트들은 대부분 35년 이상 지난 오래된 건물이어서 지반 침하로 건물 자체가 뒤틀리고 있다"며 "아파트를 철거하고 아예 재건축을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 지난 14일 양산시 중앙동행정복지센터에서 김일권(맨 왼쪽) 시장이 지반 침하 지역 주민과 간담을 하고 있다. /이현희 기자

이곳에는 현재 신양주1차(160가구), 2차(140가구), 삼우(89가구), 삼보(80가구), 해동(49가구) 아파트와 연립건물 등이 2종일반주거지역으로 지정돼 있다. 80년대 초반 입주를 시작해 35년 이상 지나 낡은 건물이 대부분이어서 지반 침하 이전에도 이들 건물 전체를 묶어 재건축하겠다며 비상대책위를 꾸린 바 있다. 이에 따라 시는 2016년부터 '2020 양산도시관리계획 재정비'를 추진하면서 이 지역을 2종일반주거지역에서 상업지역으로 변경하는 안을 검토했지만 도시계획심의 끝에 부결됐다.

재건축 지원 요구에 김 시장은 주민 안전을 담보하는 방안 가운데 하나로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답변을 내놓았지만 풀어야 할 숙제가 만만치 않다.

우선 현재 지반 침하 원인 가운데 하나로 주상복합건물 신축 등 대형공사가 지목받는 가운데 재건축 공사가 추가로 미칠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 2종일반주거지역은 용적률이 최대 250%이지만 주민이 기대하는 수익을 보장하려면 3종일반주거지역(용적률 300%)이나 준주거지역(용적률 500%)으로 도시계획을 변경해야 한다. 용적률이 커질수록 공사 규모도 늘어나 지반에 미칠 영향도 커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지반 침하 원인으로 지목받은 주상복합건물이 지하 터파기 과정에서 발생한 지하수 유출로 공사가 계획보다 1년 6개월 이상 지연되자 분양계약자를 대상으로 계약해지 신청을 받겠다고 나섰다. 논란이 된 사업 추진 여부가 불투명해진 데다 인근 지역에 추가 신청이 들어온 사업장 2곳에 대해서 건축허가를 반려한 가운데 주민 요구로 재건축 추진에 적극적으로 나선다면 형평성 논란은 물론 법적 다툼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또한, 이들 아파트 주민 외 단독주택지역 주민이 원도심지역 도로, 주차장 등 기반시설 부족 문제를 지적하며 재건축에 따른 해결책을 요구할 때도 대비해야 한다. 이미 시는 난개발과 지반 침하 방지를 위해 이 일대 상업지역 건물 높이 제한, 굴착 심의 강화 등 대책을 잇달아 내놓고, 도시재생사업까지 추진하는 마당에 주민 요구에 따른 재건축 추진은 '원칙 없는 행정'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이날 김 시장이 "'안전'과 '수익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재건축 방안을 주민 역시 함께 고민해야 한다"며 신중한 답변을 내놓은 이유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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