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의회 교육위 찬성 3·반대 6
본회의 상정 가능성 아직 남아
찬성단체 반발, 공세·압박 예고

학생인권조례안이 경남도의회 교육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도의회 교육위원회(위원장 표병호)는 15일 학생인권조례안에 대한 심의를 벌여 재적 위원 9명 중 찬성 3명(표병호·송순호·김경수), 반대(강철우·박삼동·원성일·이병희·장규석·조영제) 6명으로 부결했다.

경남도교육청은 "계속 노력하겠다"는 입장이고, '경남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위한 촛불시민연대'는 "이대로 넘길 수 없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특히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을 향한 찬성 측의 공세와 압박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표 위원장을 비롯해 더불어민주당 5명, 자유한국당 3명, 무소속 1명으로 구성된 교육위에서 표 대결을 하면 통과가 무난할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한국당 의원 3명과 무소속 강철우(거창1) 의원이 반대를 명확히 하는 상황에서 민주당 장규석(진주1)·원성일(창원5) 의원이 질의 과정에서 조례안에 대한 반대 견해를 나타내면서 결국 부결됐다.

▲ 경남도의회 교육위원회(위원장 표병호)가 15일 학생인권조례안에 대한 심의를 하고 있다. 교육위원회는 심의에서 재적 위원 9명 중 찬성 3명(표병호·송순호·김경수), 반대(강철우·박삼동·원성일·이병희·장규석·조영제) 6명으로 조례안을 부결했다. /경남도의회

장 의원은 이날 "조례안이 교사는 강자, 학생은 약자라는 '이분법'적인 논리로 제정되는 것이라면 대단히 위험한 발상이라고 생각한다"며 "또한 조례가 미성년자로서 배움의 대상인 학생에게 과도한 권리를 요구할 수 있도록 하고, 교사의 지도수단을 허물어뜨려 갈등을 일으키는 단초도 마련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에 송순호(민주당·창원9) 의원은 "반대 측 주장이 합리적으로 되려면 이미 학생인권조례를 시행 중인 경기·광주·서울·전북에서 성적 문란, 교권침해 급증, 학력저하 등 명확한 근거가 있어야 하는데, 근거가 전혀 없다"며 "그럼에도 단지 조례가 통과되면 마치 무슨 일이 일어날 것처럼 공포감을 심어주는 것에 불과했다. 도저히 반대 주장에 동의할 수 없고,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학생인권조례안이 교육위에서 부결됐지만, 본회의에 상정할 두 가지 길이 있다. 의장 직권 상정과 재적의원 3분의 1(20명) 이상 요구하는 방법이다.

지방자치법 69조는 상임위서 부결되더라도 본회의에 부치지 않기로 보고된 날로부터 7일 이내(폐회 및 휴회 기간 제외)에 재적 의원 58명 중 3분 1 이상(20명 이상) 의원이 요구하거나 의장 직권으로 상정·처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교육위는 이번 심사결과 보고를 363회 임시회 2차 본회의가 열리는 24일 할 예정이다. 본회의가 한 차례 열리는 날을 '1일'로 계산하기 때문에 도정 질문 등 5차례 본회의가 예정된 364회 정례회를 넘기더라도 365회 임시회(본회의 2회 예정) 2차 본회의가 열리는 오는 7월 19일까지는 상정할 수 있다.

실제 2009년 12월 22일 '창원시 마산시 진해시 행정구역 자율통합에 대한 경남도의회 의견'이 해당 상임위인 기획행정위에서 부결됐지만, 같은 해 12월 24일 당시 이태일 의장 직권 상정으로 본회의에서는 의결된 사례가 있다.

의장 직권 상정은 가능성이 작아 보인다. 앞서 김지수 의장은 14일 도의회에서 열린 학생인권조례 의견청취 간담회에서 "도민 대표기관인 도의회가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해 해당 안건을 원만하게 결론지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따라서 표병호 교육위원장과 송순호·김경수 의원 등 조례안에 찬성하는 민주당 의원을 중심으로 본회의 상정을 위한 움직임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도의회는 민주당 34명, 한국당 21명, 정의당 1명, 무소속 2명이다.

조례 제정 찬성 측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송영기 촛불시민연대 집행위원장은 "민주당을 포함해서 도의원들이 학생인권조례 본질을 정확하게 보지 않고, 정치적 논리로만 접근했다"며 "거짓이 참을 이긴 것이라고 본다. 우리는 이것을 그대로 넘길 수 없다"고 했다. 허인수 경남학생인권조례제정추진단장은 "미래 교육을 위한 진통으로 생각하고,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위한 노력을 계속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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