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곳곳 아이들에 25년째 봄소풍 선물
올해는 2400명 참가해 놀이동산서 즐거운 한때

25년을 이어온 봄소풍이다. 초창기 '꼬마'로 참여했던 아이가 이제는 30∼40대 성인이 됐다. 매년 하는 행사이건만, 초청된 아이들도, 행사를 준비하는 어른들도 늘 새롭고 흥분된다.

한마음창원병원이 마련한 시설아동들의 봄소풍 '마음으로 보는 세상' 행사 이야기다. 올해 행사는 한마음창원병원과 그랜드 머큐어 앰배서더 창원호텔이 공동으로 주최했다. 행사에는 도내 양육시설 아동, 장애아동, 창원지역아동센터 등 70개 기관의 소외계층 아동·청소년이 참여했다.

지난 11일 오전 9시께 경남 전역 시설기관에서 출발한 버스 60여 대가 대구 이월드에 도착했다. 버스에서는 아이들과 교사 2350여 명, 한국국제대 간호학과 학생들과 한마음창원병원 직원 등 봉사자 50여 명이 설레는 표정으로 내렸다.

이날 행사는 한마음창원병원이 1994년 병원 개원 당시부터 이어오고 있는 것으로, 소외 아동들을 위한 봄소풍에 병원 측은 버스 전세비와 놀이공원 자유이용권, 점심 도시락 등을 전액 지원했다.

대구 이월드에 순차적으로 도착한 아이들은 자유이용권을 받고 9시 30분부터 기관별로 입장해 각종 놀이기구를 타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평소 가기 힘들었던 놀이공원에 간 아이들은 마치 폭주기관차라도 된 양 이곳저곳을 누비고 다녔다.

나이가 적은 아이들은 과격한 놀이기구는 겁이 나는지 비교적 안전해 보이는 것을, 나이가 제법 있는 아이들은 롤러코스터와 같이 보기만 해도 아찔한 것들을 신나게 탔다.

행사에 참여한 한마음창원병원 직원은 "봄소풍에 여러 번 함께 왔는데, 아이들은 밥 먹는 시간도 아까워할 만큼 신나게 놉니다. 10살 미만 아이들은 '개구리 폴짝'이라고 천천히 레일 위만 도는 청룡열차, 10∼15살 아이들은 바이킹이나 급류타기, 15살 이상의 아이들은 롤러코스터와 같은 보기만해도 어지러운 것들을 지칠 때까지 타곤 합니다"고 귀띔했다.

응급상황에 대비해 행사에 참여한 한마음창원병원 김수담 간호사도 "한 아이가 무릎을 다쳐 소독을 하는데, 평소 병원에서였다면 울며 겁먹었을 아이들이 놀이동산이라고 오히려 빨리 소독해 달라고 재촉할 정도로 아이들이 즐거워했습니다"라고 말했다.

▲ 한마음창원병원이 지난 11일 시설아동들의 봄소풍 '마음으로 보는 세상'을 진행했다. 이날 행사에 참가한 아이들이 대구 이월드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한마음창원병원

다른 어떤 행사보다 유독 아이들이 즐거워하는 놀이공원 봄소풍. 이날 이월드에서 뛰어논 9살 ㄱ 군은 "너무 신나요. 어제 배가 아파서 오지 못할 뻔해서 밤에 빨리 낫게 해달라고 기도했더니 다 나아서 올 수 있어 좋아요"라고 소감을 밝혔다.

처음 행사에 참가한다는 ㄴ(10) 군은 "태어나서 놀이동산에 처음 와서 무엇부터 타야 할지 모르겠어요"라며 긴장 속에서도 설렘을 숨기지 않았다.

ㄷ(14) 양은 "(시설) 친구들이랑 같이 머리띠 사서 단체사진도 찍고 인스타에도 올릴 거예요"라고 말했다.

자원봉사자로 함께한 이하윤(한국국제대 간호학과 2학년) 씨는 "처음엔 가벼운 마음으로 왔는데 우리 지역에 이렇게 소외 아동이 많은 걸 보고 놀랐습니다. 오늘 아이들 손잡고 다니면서 순수한 아이들 모습에 가슴이 뭉클했고 나중에 간호사가 되어서도 이런 아이들을 위한 마음이 따뜻한 간호사가 되어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고 전했다.

신정찬 함양 성민보육원장은 "올해 아이 31명 등 51명이 참여했습니다. 우리는 어린아이가 많아 1대1로 돌봐야 해서 어른 참여자가 많았습니다. 시골은 도시와 달리 자원봉사자나 후원이 많이 없습니다. 놀이동산 봄소풍은 아이들이 일년 내내 손꼽아 기다리는 뜻깊고 큰 행사입니다. 참여한 지 20년 이상 됐는데, 초창기에 한마음창원병원 사정이 넉넉하지 않을 때는 격년으로 참여해 달라더군요. 하지만 아이들이 너무 좋아해서 우리 자비를 들여서라도 꼭 매년 참여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다행히 병원 측에서 시골 사정을 이해하고 매년 초청해줬습니다"라고 말했다.

올해는 특히 이월드 측에서 튜브물놀이와 비눗방울 공연을 마련해 5세 미만 아이들도 즐길 수 있었다.

5세 전후 아이들과 참여한 한 복지기관 관계자는 "작년까지만 해도 어린 아이들은 동물원과 회전목마 정도가 전부여서 조금 아쉬운 점이 있었는데, 올해는 우리 아이들을 위해 특별히 마련된 행사장이 있어 정말로 기뻤습니다"라며 이월드 측에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월드는 이 외에도 오전 10시인 개장시간을 특별히 앞당겨 9시 30분부터 아이들이 입장해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도왔다.

이날 봄소풍은 오후 3∼4시가 돼서야 끝났다.

한마음창원병원 하충식 이사장은 아이들이 놀이기구를 탈 동안 시설아동기관 대표자들과 간담회를 하며 "병원에서는 아이들을 위한 여러 가지 행사를 하고 있는데, 아이들이 제일 손꼽아 기다리는 행사가 놀이동산 봄소풍"이라며 "앞으로도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후원활동과 행사를 계속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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