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학생, 교권에 무감각
관리자 부당한 업무 지시도
2년새 명예퇴직 신청자 급증
"조례 제정 등 권리 보호 필요"

올해 38회째 스승의 날을 맞았지만 교사들의 사기는 추락하고 있다. 많은 현직 교사들은 스승의 날이 기쁘기보다 부담스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현장 취재와 관련 자료를 통해 교권 실태를 전한다.

◇바닥까지 떨어진 교권 = 한 교사는 "한 학부모는 세월호 계기교육을 문제 삼아 '정치적 중립을 어겼다. 전교조는 빨갱이 집단이다. 쓸데없는 것 가르치지 말고 공부나 제대로 가르쳐라. 당신 같은 교사는 그만둬야 한다'는 폭언을 쏟아내고 문자를 보냈다"며 "학생에게 선생님은 거짓말쟁이라고 인식시켜 학생이 다른 학생에게 말하게 유도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교사는 밤 늦은 시간 전화나 문자, 새벽 시간에 모욕적 문자메시지를 매일 받으며 사생활 침해도 받고 있다고 했다. 공립유치원 한 교사는 "학부모의 사생활 침해가 도를 넘어설 때가 잦다. 늦은 시간 전화를 하는 것은 기본이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사찰도 할 때가 있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교사에게 욕설이나 장난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 학생들의 교권침해 현상도 있다. 한 교사는 "예전보다 학생들이 무서운 것이 없어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행동이나 말을 함부로 하는 경우가 정말 많다. 큰일이 아니면 그냥 넘어갈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도 있다"고 말했다.

▲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서 열린 제38회 스승의 날 유공교원 정부 포상 전수식에서 한 수상자가 가슴에 카네이션을 달고 있다. /연합뉴스

◇부당한 업무 부담과 갑질 = 교장이나 교감 등이 교사들에게 하는 '관리자 갑질'과 '부당한 업무 지시'도 문제다.

한 사회교사는 학교에서 역사와 보건을 담당하고 있다. 이 교사는 "보건 지식도 없지만 관리자 지시로 두 역할을 병행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업무를 병행하면서 내 위치를 찾지 못하고 어떤 일 하나에도 집중을 하기 어려운 구조로 가고 있다"고 했다.

특히 그는 학생들에게 약을 줄 때마다 심리적 부담이 크다고 밝혔다. 또 교내 100여 개 냉·난방기 청소와 관리 등을 병행하게 됨에 따라 학생 지도가 어려워지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고 했다. 그는 "교감선생님께 문제를 말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오히려 역정만 내며 부당함을 정당화하려 했다"고 했다.

최근 한 초등학교에서 교장 갑질 문제가 터지기도 했다. 교장은 교육감 참석 행사를 위해 전 직원을 동원해 학교환경 정화를 이유로 부당노동을 시키고, 교감에게 위임된 조퇴 규정보다 자신에게 먼저 허락을 받지 않으면 조퇴 등을 해주지 않았다. 교사들을 비하하는 말도 했다.

유치원도 마찬가지다. 공립유치원 한 교사는 "공립뿐 아니라 사립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유치원 교사에 대한 원장의 갑질이나 비하로 스트레스를 상당히 많이 받는다. 관리자가 모든 권한을 지닌 탓에 지친다"고 했다.

◇명예퇴직 2년간 급증 =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지난 1월 발표한 자료를 보면 올해 2월 말 명예퇴직 신청자는 6039명에 이른다. 이는 2017년 3652명, 2018년 4639명에서 급증한 수치다. 2017년보다 1.5배나 증가했다.

교총에 따르면 교원들이 명퇴를 신청하는 주요인은 '교권 추락'과 '생활지도 붕괴'다. 교총이 지난 13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교원 명퇴가 증가한 가장 큰 이유에 대해 89.4%가 '교권 추락', 73%가 '학부모 등의 민원 증가에 따른 고충'을 꼽았다.

교원들의 무력감은 교권침해 수치에서도 잘 드러난다. 학생, 학부모의 폭언·폭행·악성 민원 등으로 교총에 접수된 교권침해 상담 건수가 2007년 204건에서 2017년 508건으로 10년 사이 두 배 이상 증가했다. 2016년 572건, 2017년 508건, 2018년 501건으로 3년 연속 500건을 넘어섰다. 특히 이 중 학부모의 교권침해 사건은 절반을 넘었다.

◇조례 제정 등으로 교권 회복해야 = 경남도교육청은 지난 3월 교육공동체 교권보호를 선언했다. 이에 따라 학교운영위원회 도협의회, 경남도교원단체총연합회,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경남지부, 한국교원노동조합 경남본부, 학생·학부모·교사 등이 위원회를 구성했다. 더불어 전문과 강령, 교육공동체 주체별 구체적 실천사항을 만들었다.

하지만 여전히 교권을 보호하는 데는 어려움이 따른다는 지적이다. 교총이 지난 13일 설문조사한 내용을 보면 '교원들의 사기가 최근 1∼2년간 어떻게 변했느냐'는 질문에 87.4%가 '떨어졌다'고 답했다. 동일 문항 2009년 설문 조사 당시 '떨어졌다'고 답한 비율이 55.3%였던 것과 비교해 10년 새 32%p 증가했다. 2011년 79.5%, 2015년 75.0%와 비교해도 높은 수치다.

광주시와 경기도처럼 교권보호지원조례를 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김수찬 전교조 경남지부 수석부지부장은 "교권보호를 하는 것에 있어 권한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교사의 권리를 보호하는 것에는 무리가 있는 게 현실이다. 그래서 교권보호지원조례 등을 통한 보호가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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