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난'남해안 멸치잡이 업계
선박 외 근무제한 법 개정 요구
법무부, 현장 확인 실사 예정

국내 마른멸치 공급량의 60%를 차지하는 남해안 멸치잡이 업계가 '외국인 선원들은 배에서만 근무'하도록 돼 있는 관련법이 현실에 맞지 않다며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14일 통영 멸치권현망수협 등에 따르면 국내 선원 고용 어려움으로 지난 2003년 외국인 선원제도가 도입된 이후 52명의 조합원을 둔 멸치권현망수협에는 선원 비자(E-10-2)를 받아 국내에 들어온 외국인노동자가 765명이나 된다. 인도네시아인이 628명으로 가장 많고, 중국인 132명·베트남인 5명 등이다.

문제는 출입국관리법상 외국인의 선원 취업 규정에는 선박 이외에서 근무할 수 없도록 제한해 외국인 선원이 육상에서 근무하는 것은 위반이라는 점이다.

이 때문에 활어나 선어를 잡아 판매하는 다른 어업과 달리 멸치를 삶아 육상 어장막에서 말려 위판하는 것이 한 공정인 멸치잡이업계는 육상근무와 바다근무를 분리해 '외국인 선원들의 어장막 근무가 위법'이라는 것은 모순이라는 지적이다.

멸치잡이 업계는 선단별(5척이 한 선단)로 선박 접안이 쉬운 바닷가나 섬에 어장막을 지어 멸치를 말리는데, 멸치를 잡으면 선도 유지를 위해 배 위에서 곧바로 삶아 육상 어장막으로 옮겨 건조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 때문에 육상 어장막은 멸치잡이업계에선 필수 시설이다.

이런 조업 특성으로 멸치잡이 업계에선 외국인 선원들의 어장막 근무는 사실상 용인돼 왔다. 하지만, 수년 전 문제가 불거졌다. 복수노조가 생기면서 가입을 독려하는 과정에서 외국인 선원들의 근무 규정이 이슈로 떠올랐다.

이에 멸치잡이 선주들은 선원법을 적용받지 않는 외국인 고용허가제(취업비자 E-9)에 따라 입국한 외국인을 고용해 어선과 어장막에서 일하도록 하려 했지만 이마저도 20t 이하 어선에만 적용돼 규모가 큰 멸치잡이 어선은 해당하지 않는 실정이다.

현실에 맞지 않는 관련법은 외국인 노동자에게 선의의 피해를 줄 우려도 있다. 외국인 선원이 어장막에서 일하다 적발되면 출입국관리법 위반(사업장 이탈)으로 강제 출국당할 수 있는 데다 다시는 국내 선원으로 재취업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아직 외국인 선원이 강제로 출국당한 사례는 없지만, 최근 2건의 고발 사건에 따라 선주들이 벌금을 무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 같은 상황에 따라 멸치잡이 업계는 최근 관련법 개정을 법무부에 건의한 상태다. 외국인 선원 비자(E-10-2) 규정인 '20t 이상 어선에서 6개월 이상 노무를 제공할 것을 조건으로 선원 근로 계약을 체결'하도록 돼 있는 출입국관리법 체류관리지침을 '20t 이상 어선 및 동 사업체(어장막)에서 6개월 이상 노무를 제공할 것을 조건으로 선원 근로 계약을 체결'하도록 개정을 요구했다.

다행히 법무부가 멸치업계의 이런 상황을 고려해 조만간 현장 확인을 위한 실사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멸치권현망수협 관계자는 "수산자원 고갈과 국내 선원 채용의 어려움으로 경영난을 겪는 멸치잡이 업계의 현실을 헤아려 달라"며 "어업 현장이 처한 상황과 다소 동떨어진 제도를 개선해 외국인 선원의 육상 어장막 근무가 가능하도록 관련법 개정은 꼭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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