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영자 최승용 씨 일본 탐방기 책으로
예술 통해 낡은건물 재생 고민
"몇몇 사람 찾는 공간 무의미 대중성 갖춰 고정 수익 확보"

한 손에 잡힐 만큼 작은 책인데, 곰곰이 읽어볼 구석이 많다. 남해에 있는 복합문화공간 돌창고프로젝트를 운영하는 아트디렉터 최승용(34)의 책 <재생여행>(쓰리피플, 2019년 3월) 이야기다. 몇 해 전만 해도 생소했던 이 돌창고프로젝트는 이제 남해군을 여행하는 이들의 필수코스가 됐다.

<재생여행>은 서울에서 박사과정을 밟던 최승용이 친구의 제안으로 남해 돌창고를 사들인 후 이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하는 숙제를 안고 떠났던 한 달 동안의 일본 여행기다.

▲ 〈 재생여행 〉최승용 지음

"이 돌창고에서 어떤 행위를 할 것인가. 그것을 내 삶과 어떻게 연결시킬 것인가에 대한 고민과 탐색을 시작했다. 문화와 예술을 통해 섬을 재생시킨 나오시마, 오래된 건물을 활용하여 문화공간으로 재탄생시킨 오카야마, 대도시에 살던 젊은이가 시골로 이주해 그곳에 다시 활기를 불어넣고 있는 돗토리 이렇게 세 지역을 알아보기 위해 여행을 떠났다."

여행기지만 책 속에는 사진이 한 장도 없다. 대신 편지 형식의 일기에 생생한 생각들이 담겨 있다. 목적 없는 박사 학위에 대한 회의, 그리고 돌창고를 통해 실현하고자 하는 치열한 자기 탐색, 사람을 만나고, 풍경을 바라보며 그는 묻고 또 묻는다.

"저는 무엇을 배우고 있고 공부하고 있는 걸까요? 인문학? 내 전공은 문화이론? 기획? 그러면 나는 프로듀서? 무엇을 제작, 기획? 실체 있나? 학문 있나? 그나마 관심 있는 것은 문화공간 기획? 모르겠습니다. 어렵습니다. 선생님, 저는 무엇을 하고 있는 건가요? 저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건가요? 이런 것이 모호하다면 박사학위 취득은 의미가 있을까요? 뭘 취득, 뭘 공부하겠다는 건가요. 학위 취득을 통해 남을 가르치는 자격이 생기는 것보다 아직 모르겠으니 차라리 자격증도 없는 편이 낫지 않을까요?" (52쪽)

"잘 모르겠습니다. 끊임없이 찾고자 합니다. 무엇이 나에게 좋은 선택인지 또는 서로가 만족하는 선택일지 고민해 보려 합니다. 그런데 사실 그런 것이 있을까도 싶습니다." (15쪽)

최승용은 실행력이 강한 사람이다. 그의 탐색이 그저 학문에만 머물렀다면 굳이 남해에 돌창고를 사들이지도 않았을 테다. 같은 맥락에서 여행기에 담긴 그의 생각들 역시 지극히 현실적이다.

"문화공간은 매력적인 사람들을 모으는 기능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으나 그것을 어떤 행위를 통해 수익화하지 못하면 국가지원사업에 기대어 불안하게 운영해야 합니다. 문화공간을 통해 게더링한 청년들이 돈을 벌 수 있도록 도움을 주어야 하는데, 그것이 참 어렵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돌창고프로젝트는 국가지원사업을 받지 않고 자생할 수 있는 수익창출에 힘써야 합니다. 그 다음 국가지원사업을 받으며 키워나가야 합니다." (112쪽)

"How to make money 고민, 아니 실행이 이번 여행의 문제의식입니다. 돈이 중요합니다. 첫째 이유는 제가 돈이 없기 때문입니다. 가장 큰 결핍입니다. 둘째 이유는 제가 만들어내고자 하는 지적창작과 예술창작 공간이 보편성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합니다. 돈을 들이지 않고 제가 시간만을 들여 만들었을 경우 그 공간은 저와 제 주변 몇몇만 좋아하는 공간이 될 것입니다. 몇몇 사람만 찾는 공간은 저에게 의미가 없습니다." (99쪽)

책에 드러난 그의 생각을 정리하자면, 지역에 문화를 매개로 한 멋진 공간을 만들고 재밌는 일을 벌인다, 그런 공간과 활동은 몇몇 친한 사람들만의 공간이 아니라 대중이 함께하는 보편적인 것이어야 한다, 그러면서도 자립할 수 있는 충분한 수익이 있어야 한다, 겠다.

▲ 남해군 시문마을에 있는 돌창고 내부. /경남도민일보 DB

일본 여행을 통해 어느 정도 감을 잡은 생각들을 실행에 옮긴 결과가 지금의 돌창고프로젝트다.

"저는 돌창고 문화공간이 보편성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다양한 연령층이 찾았으면 좋겠습니다. Book + Cafe + Crafe + Food. 그곳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인가. 지적자본과 예술창작이라는 두 축이 있고 그것을 편하게 향유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잡아주는 형태가 될 것입니다." (84쪽)

책 중에 인상적인 부분이 하나 있었다.

"나오시마 아트프로젝트는 드러내지 않음입니다. '드러냄'보다는 '드러남'이 사람들의 머릿속에 더욱 오래 남는 법이겠죠." (29쪽)

드러냄보다는 드러남. 이것만으로도 그가 어떤 사람인지 또 무엇을 하려는 사람인지 어느 정도 알겠다.

최승용은 현재 '헤테르토피아'란 일종의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공간배치를 통한 삶의 대안 제시를 목표로 하는 연구팀이라고 하는 게 더 맞겠다. 돌창고프로젝트도 사실 이 팀이 기획하고 운영하는 프로젝트의 하나다.

이 외에 최승용의 고향 하동에 만든 공간 '배움의 집', '엑상프로방스 하동 문화교류 프로그램', 출판사 '쓰리피플(3people)' 같은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