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대 몰던 승용차 돌진해
1명 숨지고 12명 중경상
지자체 면허 자진반납 유도
"역차별 될 수 있어"반론도

부처님오신날인 지난 12일 양산시 통도사 앞에서 발생한 차량 돌진 사고로 고령운전자 대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날 70대 운전자가 몰던 차량이 통도사 산문 매표소 차량차단기 앞에 잠시 멈춰 섰다 갑자기 돌진해 무풍교 인근 노점을 하던 할머니와 행인을 덮치는 사고가 일어났다. 이 사고로 1명이 숨지고, 모두 12명이 다쳤다. 병원으로 옮겨지던 중 숨진 여성은 57세로 확인됐으며, 그의 어머니는 현재까지 의식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이번 사고에서 운전자가 75세 고령이라는 점이 주목받았다. 경찰은 정확한 사고 원인을 파악하고자 운전미숙 가능성과 차량 결함 여부를 조사하고 있지만 '운전미숙'에 무게를 두고 있다.

▲ 부처님오신날인 12일 양산시 하북면 통도사 산문 앞 도로에서 승용차가 돌진해 1명이 숨지고 12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이날 경찰과 소방대원이 현장을 살피고 있다. /경남경찰청

이에 해마다 늘어나는 고령운전자 교통사고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경남지역 지자체에서도 면허 자진 반납·교통비 지원 등 제도 마련을 추진하고 있다.

◇고령운전자 300만 시대 = 전국적으로 만 65세 이상 고령 운전면허 소지자는 지난해 300만 명을 넘어섰다. 경남에서도 2018년 말 기준으로 전체 면허 소지자 206만 9095명 가운데 만 65세 이상은 9.2%인 19만 927명이고, 70세 이상은 9만 7599명으로 나타났다. 고령운전자가 늘어난 만큼 사고 비중이 커졌다. 이처럼 고령운전자 교통사고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자 정부는 올해 1월부터 만 75세 이상 운전자는 '교통안전교육'을 의무적으로 받도록 하고, 이를 지키지 않으면 면허 취득과 갱신을 할 수 없다. 면허 갱신과 적성검사 주기도 5년에서 3년으로 줄였다.

경찰청 역시 올해 안으로 '중장기 고령자 교통안전 종합대책'을 마련해 고령운전자 운전능력에 따라 조건부로 운전을 허용하는 법 개정을 검토하고 있다. 나이가 들수록 인지나 판단·조작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 따라 '고령자 맞춤형 면허제도'로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경남지역 대책 추진은 = 14일부터 24일까지 열리는 제363회 경남도의회 임시회에 고령운전자 대책을 포함한 '교통안전 증진 조례 일부개정안'이 상정됐다. 박문철(더불어민주당·창원6) 의원이 대표발의한 개정안은 '운전면허 자진반납자 교통비 등 지원' 조항을 신설했다. 65세 이상 고령운전자가 운전면허를 반납할 때 교통비 등을 지원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려는 취지다.

일선 시·군에서도 비슷한 조례가 제정됐거나 준비하고 있다. 합천·거창·진주에서는 관련 조례를 제정하고 시행을 앞두고 있고, 나머지 지자체에서도 경남도 지침이 정해지면 이에 따라 하반기 또는 내년 상반기에 시행할 계획이다.

지난해 7월 전국 처음으로 부산시가 75세 이상 운전자가 면허를 반납하면 10만 원 상당 교통비를 지원하는 인센티브제를 도입해 성과를 거두면서 다른 지자체에서도 앞다퉈 제도 마련에 나서는 추세다. 부산시는 지난해 4000만 원 예산을 확보했지만 신청 인원이 예상보다 많아 올해 4억 원을 편성했다.

그러나 이 제도에 대한 반론도 나온다. 면허 반납이 실제 운전을 하지 않는 이른바 '장롱면허'가 많아 일회성 교통비 지원이 장기적 대책이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또 버스·도시철도 등 대중교통망이 촘촘한 부산·서울 등 광역단체와 달리 도농복합지역인 경남은 대중교통만으로 '이동권'을 보장받기 어려운 조건이라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고령화 시대, 역차별 논란 = 고령운전자를 둘러싼 사회적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다. 과거 여성운전자를 비하하던 '김여사'라는 말이 최근에는 '김할배'라는 표현으로 등장할 정도로 고령운전자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커지고 있다. 이런 인식이 '역차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 고령운전자는 스스로 건강 상태를 파악하고 야간, 우천, 장거리 운전을 자제하는 등 안전운전 규칙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사람도 많아 스스로 능력을 과신해 사고를 일으키는 젊은 운전자와 비교하면 오히려 사고 비율은 낮다는 주장이다. 사고 위험성은 연령 문제가 아니라 개인 차이일 뿐이라는 것이다.

한국보다 앞서 고령화사회를 맞은 일본 역시 다양한 고령운전자 지원 제도를 마련하고 있지만, 운전 면허 제한이나 고령운전자 표지 의무 등은 여전히 논란 속에 도입 여부를 쉽게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일본처럼 교통비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의료·복지기관 등을 찾거나 장을 볼 때 할인 혜택과 택시비를 지원하는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고령화 사회를 뒷받침하는 제도적 보완을 고민해야 한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다. 또한 '사고는 나이를 가리지 않는다'는 말처럼 연령에 상관없이 모든 운전자가 교통안전을 지킬 수 있도록 실질적인 운전면허 적성검사가 이뤄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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