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기 추모·투쟁주간 준비모임
경영진 사실상 무죄 판결 비판
"최소한의 처벌마저 무력화"

거제지역 노동단체 등이 삼성중공업 크레인 참사와 관련해 회사와 경영진에게 사실상 무죄를 선고한 1심 재판부(창원지법 통영지원)를 규탄했다.

민주노총 거제지부 등으로 이뤄진 '삼성중공업 크레인 참사 2주기 추모와 투쟁주간 준비모임'은 13일 창원지법 통영지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삼성중공업과 조선소장 및 관리자들에게 업무상과실치사, 업무상과실치상, 안전조치의무와 산업재해예방조치의무 위반에 따른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에 대해 모두 무죄 판결을 했다. 반대로 현장에서 일한 크레인 운전수, 신호수와 반장, 직장에 대해서는 모두 유죄 판결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들은 "노동부와 검찰이 사고 조사와 기소 단계에서 삼성중공업 최고경영자 박대영 전 사장에게는 이미 면죄부를 주어 기소하지 않았고, 삼성중공업은 고작 벌금 3000만 원을 구형한 사실을 상기하고자 한다"며 "여기에 더해 판사는 현행법으로 가능한 기업과 경영자에 대한 최소한의 처벌마저 무력화하고 완벽한 면죄부를 주는 최악의 판결을 내렸다"고 평했다.

또 "판사는 '이 사건 사고의 본질은 기존 규정이나 지침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데서 비롯된 것일 뿐'이라고 한다. 이는 노동 현장에서 사고가 나면 노동자 부주의나 안전수칙 위반에 책임을 돌리는 자본의 주장을 빼다 박았다"며 "이 같은 인식은 판사 스스로가 산업안전에 대해 매우 무지하고 후진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는 것을 고백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했다.

▲ '삼성중공업 크레인 참사 2주기 추모와 투쟁주간 준비모임'이 13일 창원지법 통영지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삼성중공업 크레인 참사와 관련한 1심 재판부 판결을 규탄하고 있다. /이동열 기자

이어 "판사는 기업의 경영자가 바로 아래 단계에 위치한 사람에 대해서만 구체적, 직접적 주의의무가 있을 뿐, 그 이외 사람들에게는 일방적, 추상적인 지시, 감독권만 있다고 판단했다"며 "이 같은 판단이라면 노동 현장에서 어떠한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경영자는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된다. 기업과 경영자는 항상 무죄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특히 "노동 현장에서 발생하는 중대재해에 대한 기업과 경영자의 책임을 무겁게 하는 것은 재해 예방을 위해서도 필요하지만, 사고로 지금도 고통받고 있는 노동자의 온전한 치유를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며 "삼성중공업 크레인 참사로 고통받는 노동자들이 바라는 것은 삼성중공업이 진심으로 사과하는 것과 제대로 처벌받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판결에 대해 검찰은 당연히 항소해야 한다. 항소하지 않는다면 결국 삼성중공업에 면죄부를 주는 데 법원과 함께 공모한 거 아니냐는 비판을 면치 못할 것"이라며 "판결을 규탄하는 일인시위로 노동자 항의를 전하고, 토론회를 개최해 판결 문제점을 밝히고, '중대재해 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법원은 앞서 2017년 5월 1일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에서 발생한 크레인 충돌 사고로 6명이 숨지고 25명이 다친 중대재해와 관련해 지난 7일 공판에서 사고와 직접 관련한 노동자들에게 유죄 판결을 하고, 관리·감독 책임자 등에게는 일부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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