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비판·강경 일변중도층 민심엔 무리수
보수 집결 이면에 확장성 한계
여야 영수회담 분수령 될 듯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지난 7일 부산에서 시작한 1주일간의 '민생투쟁 대장정'이라는 이름의 영남권 집중공략을 마치고 충청·호남권으로 향했다. 계기와 명분은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지난달 국회를 통과한 선거제도 개편 및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도입안의 '신속처리안건 지정'(패스트트랙)이었지만 황 대표는 문재인 정부 실정 부각에 더 많은 힘을 쏟았다.

황 대표는 8일 창원 마산합포구 부림시장을 방문해 "청년몰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왔는데 아예 폐쇄된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하나하나 빠져나가서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고집을 꺾지 않는 한 이런 민생 고통을 해결할 길이 없다"고 했고, 12일 경북 영천에서는 "문재인 정권은 권력의 길과 통치의 길을 잃었다"며 "제가 가는 민생현장마다 상가들은 텅텅 비어 있고 문을 닫은 기업들이 부지기수이며 일자리를 잃은 가장들이 거리를 배회하고 취업 못한 청년들이 안절부절 못하고 있다"고 공격했다.

영남에서 1주일로 한국당은 정국주도권에 대한 상당한 자신감을 회복한 듯 보인다. 황 대표가 요구하는 문 대통령과 '단독 회담'부터가 그렇다. 그는 13일 경북 구미에서 개최한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우르르 모여 대통령 듣기 좋은 이야기나 나누고 사진이나 찍는다면 국민들에게 무슨 도움이 되겠나"며 "도대체 뭐가 두려워 저와 단독 만남을 피하는지 알 수 없다"고 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11일 대구 규탄집회에서 '총선 심판론'을 거론했다. 그는 "오만한 정권을 여러분이 심판해달라"며 "지난번엔 아쉽게도 대구·경북에 약간 이상한 표(김부겸·홍의락 민주당 의원을 뜻함)가 있었는데 내년에는 대구·경북이 완전히 압승시켜달라"고 호소했다.

한국당의 위세는 수치로도 드러난다. 한국갤럽이 지난 7~9일 진행한 5월 둘째 주 정례 여론조사에서 한국당은 2016년 국정농단 사태 이후 최고치인 25%를 획득했는데 이 지지율 상승의 견인차가 바로 영남이었다.

경남·부산·울산과 대구·경북에서 전국 평균치를 훌쩍 뛰어넘는 32%와 41%를 각각 기록한 것이다. 이는 국회 패스트트랙 의결 직후인 5월 첫째 주 지지율(경·부·울 29%, 대·경 39%)을 소폭이지만 상회하는 것이기도 했다.

문제는 보수층을 제외한 중도층 등의 민심이다. 안 그래도 친박(친박근혜) 또는 강성 보수 이미지가 두드러지는 황교안 대표다. 영남과 보수에 다가가면 갈수록 이런 색깔은 한층 더 강해질 수밖에 없다.

정두언 전 새누리당 의원은 8일 tbs와 인터뷰에서 "지금은 지지율 올리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지만 언젠가 한계에 다다를 것"이라며 "사실 선거는 중도층 싸움 아닌가. 중도층을 공략해야 선거에서 이길 수 있는데 저렇게 강경일변도로 나가는 건 중도층이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했다. 박주민 민주당 최고위원 역시 "보수 지지층이 결집하면 지지율은 올라가겠지만 많은 분 지적대로 확장성 문제가 있다"며 "너무나 강성이고 극우적 발언이 많아 확장성에 분명 한계가 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중도층 민심의 바로미터라고 할 수 있는 수도권에서 한국당 지지율이 그렇다. 앞서 갤럽 5월 둘째 주 조사에서 한국당은 서울과 인천·경기에서 각각 24%에 머물렀다. 영남 지지율에 한참 못 미치고 전국 평균에도 다소 부족한 수치다. 이는 황교안 대표의 영남 공략이 시작되기 직전인 5월 첫째 주(서울 25%, 인천·경기 22%)와 비교해 외려 소폭 하락하거나 소폭 상승에 그친 것이기도 했다.

한국당이 극구 주장하는 문 대통령과 여야 영수회담이 결국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보수층만 의식한다면 대립적·투쟁적 기조의 연장에서 청와대가 제안하는 여야 5당 대표 회담 '보이콧'도 불사하겠지만 가급적 대화를 바라는 중도층 등을 감안한다면 다른 형식의 회담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는 얘기다.

자세한 갤럽 조사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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