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대중음악 편곡 무대, 원곡 멋·재즈 자유 결합

재즈가 어렵다는 편견을 깬 동시에 재즈의 진면목을 보여준 무대였다.

출연진은 우리가 익히 알던 대중가요에 자신만의 리듬과 화성을 불어넣어 세상 어디에도 없는 곡을 선사했다. 관객은 원곡의 아름다움과 재즈의 자유로움을 느끼며 흥과 감탄을 쏟아냈다. 출연진과 관객 모두 '이런 게 바로 재즈지'라며 교감했다.

지난 10일 오후 7시 30분 김해문화의전당 마루홀에서 경남도민일보가 주최한 제5회 김해재즈콘서트가 열렸다. 이날은 김해시민의 날로 역대 최대 관객(1200명)이 함께했고 민홍철·김정호 국회의원, 김형수 시의회 의장과 김창수·김한호·조팔도 의원도 재즈를 즐겼다.

올해 무대는 '사랑과 회한의 노래들'로 한국 대중음악의 찬란한 순간을 재즈로 녹였다. 이날 주최 측은 일부러 관객에게 연주곡을 공개하지 않았다. 연주자와 보컬리스트가 자신만의 색깔로 대중가요를 선보였을 때 관객이 '아 이 곡이구나' 맞출 수 있는 재미를 주고자 했다.

피아니스트 이선지·베이시스트 이준삼·드러머 신승규와 바이올리니스트 윤종수·이산호, 첼리스트 안지은이 첫 무대를 장식했다.

곡이 어느 정도 연주되자 관객 사이에서 '그때 그 사람 아냐?'라며 소곤거린다. 익숙한 멜로디에 반가움이 앞선 모습이었다. 1978년 태어난 심수봉의 '그때 그 사람'이 40년이 지난 지금, 세련된 편곡으로 재탄생해 관객의 마음을 부드럽게 적셨다. 특히 우아한 리듬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이날 진행과 해설을 맡은 김현준은 "재즈는 해석의 음악으로 솔로 연주자나 편곡자 역시 각자의 해석을 담아, 자신만의 이야기를 들려준다"며 "솔로 연주자의 연주가 마음에 들면 곡 중간에 손뼉을 마음껏 쳐도 된다"고 말했다. 그는 즉석에서 베이시스트 이준삼과 드러머 신승규에게 동요가 어떻게 재즈로 바뀌는지 시연을 부탁했고, 연주를 들은 관객은 재즈에 대한 경직된 마음을 스르르 풀었다.

▲ 10일 김해문화의전당 마루홀에서 경남도민일보가 주최한 제5회 '하나된 김해, 예술로 비상하다' 김해재즈콘서트가 열리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보컬리스트 이지민·도승은·조정희는 김추자의 '님은 먼 곳에'를 아름다운 화음으로 풀어냈다. 또 이지민은 조덕배의 '그대 내 맘에 들어오면은'을, 도승은은 패티김의 '이별', 조정희는 박성신의 '한 번만 더'를 부르며 각자의 개성을 뽐냈다. 관객은 출연진과 함께 노래를 흥얼거리기도 했다.

꼼짝달짝 안 하던 관객까지도 움직였던 곡은 조용필의 '돌아와요 부산항에'다.

테너 색소포니스트 이용석·알토 색소포니스트 남유선·트럼피터 홍태훈·트롬보니스트 서울이 피아노 트리오와 함께한 무대다. 익숙했던 곡에 관악기가 더해서 음이 풍성했고 곡 중간마다 솔로 연주자가 자신의 실력을 마음껏 뽐내는 연주가 관객의 귀를 황홀하게 만들었다. 70대로 보이는 관객은 두 손을 불끈 쥐며 좌우로 몸을 흔들기도 했다.

대망의 마지막 무대는 출연진 모두가 함께 사랑과 평화의 '한동안 뜸했었지', 조용필의 '단발머리'(앙코르곡)로 꾸몄다. 관객들은 "진짜 끝난 거야?" 하며 아쉬움을 안고 공연장을 떠났다.

재즈 마니아 김현수(24) 씨는 "지역에서 재즈 연주회를 접하기 어려운 데 기대 이상이었다"며 엄지를 치켜들었다. 김 씨는 "편곡 수준과 연주자 실력이 높았고 특히 앙상블이 좋았다"며 "테너 색소폰을 연주한 이용석 씨 연주는 눈을 떼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윤덕재(69) 씨는 "누구에게나 익숙한 대중가요를 소재로 해 재즈 초보자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공연이었다"며 "'님은 먼 곳에', '이별' 등을 들으며 1970년대 기억도 새록새록 떠오르고 감동적이었다"고 말했다.

한편 김해재즈콘서트는 김해시가 후원하고 한국마사회, 에스키스, 남명건설, 부경양돈농협이 협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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