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분류에 게임중독 포함 검토한다고?
그 기준이라면 정치계에도 '병' 보인다

세계보건기구(WHO)가 게임 중독을 국제질병분류(ICD)에 포함시키는 개정을 추진한다고 한다. 이 일이 성사되면 게임을 심하게 많이 하는 사람이 그저 게임 '덕후'('오타쿠'의 속어)가 아니라, 의학적 치료와 장기간의 관찰이 필요한 정신 질환 환자가 된다.

게임 중독에 대한 논쟁은 아주 오래전부터 있었다. '게임이 어떻게 마약, 술, 담배와 같이 중독일 수 있냐?'라는 주장과 '일상을 제대로 꾸리지 못할 정도로 게임에만 빠져 있고, 그로 인한 피해가 마약, 술, 담배 못지않다'라는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어느 주장이 맞는지 정확히 알 수 없다. 게임이 중독이라고 주장하는 측은 나름대로 과학적인 판단이라고 하지만, 이견이 많다.

참고로, '동성애'도 1970년대에는 정신 질환으로 국제질병분류에 포함됐다. 물론 지금은 빠졌다. 조금 더 가깝게 1990년대 말에는 '인터넷 중독'도 정신 질환이었다. 당시 중독 판단의 기준을 지금 적용한다면, 어림잡아 90% 이상의 사람들이 정신 질환을 앓고 있는 셈이다. 대다수 사람이 잘 때 빼고는 스마트폰을 끼고 살지 않는가.

현재 게임 중독의 판단 기준은 과거 폐기된 '인터넷 중독'의 판단 기준과 같다. 거슬러 올라가면 인터넷 중독 판단 기준은 '알코올 중독' 판단 기준을 가져왔다.

게임, 인터넷, 알코올, 이 세 가지만 놓고 보더라도 언뜻 유사성을 찾기 힘들다. 게임은 인터넷에 연결된 것이 있어서 '비슷한 거 아니야?'라고 할 사람들도 있겠지만, '알코올'에서는 대다수가 멈칫할 거다.

게임, 인터넷, 알코올 중독의 판단 기준은 다음과 같다. '처음 마음먹은 것보다 더 오래 게임을 하게 된다', '게임으로 시간을 보내느라 다른 일을 소홀히 한다', '가장 친한 친구와 놀기보다 게임을 하는 것이 더 좋다', '게임으로 새로운 사람을 사귄다', '게임 이용시간으로 가까운 사람들이 불평한다', '게임 이용시간 때문에 성적과 일에 지장을 받는다', '게임 때문에 학습능률이 떨어진다', '타인이 게임으로 무얼 하냐고 물어볼 때 숨기고 싶다', '게임을 누군가가 방해하면 소리를 지르고 화를 낸다', '밤늦게까지 게임을 하느라 잠을 못 잔 적이 있다', '남들과 밖에서 놀기보다 게임으로 시간 보내기를 택한다' 등등 총 20개 문항이다.

어려서부터 컴퓨터 게임을 접했던 30·40대, 태어날 때부터 인터넷과 게임이 존재했던 20대 이하 세대에서는 위에 언급된 내용에 해당하는 사람이 대다수일 거다. 저런 식의 기준이라면 정신 질환이라고 할 수 있는 중독은 부지기수가 될 수 있다.

가령, 정치도 중독일 수 있다. 얼마 전, 여야 4당의 패스트트랙을 저지하겠다며 국회 폭력 농성을 벌인 자유한국당을 대입해보자.

'처음 마음먹은 것보다 더 오래 반문(재인) 투쟁을 하게 된다', '반문 투쟁으로 시간을 보내느라 국회 입법 활동을 소홀히 한다', '정당 간 협상을 하기보다 반문 투쟁을 하는 것이 더 좋다', '반문 투쟁으로 태극기 부대를 사귄다', '반문 투쟁으로 많은 국민들이 불평한다', '반문 투쟁을 하는 시간 때문에 국회 일에 지장을 받는다', '반문 투쟁 때문에 입법능률이 떨어진다', '타인이 반문 투쟁으로 무얼 하냐고 물어볼 때 (주어를) 숨기고 싶다', '반문 투쟁을 누군가가 방해하면 소리를 지르고 화를 낸다', '밤늦게까지 반문 투쟁을 하느라 잠을 못 잔 적이 있다', '다른 정당 국회의원들과 입법 활동을 하기보다 반문 투쟁으로 시간 보내기를 택한다'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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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중독을 판단하는 기준을 적용하면, 자유한국당은 '반문 중독'이다. 중독은 의학적 치료와 장기간의 관찰이 필요한 정신 질환이다. 정신 차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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