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상의서 회생 간담회 열어
수출입은행·주간사 입장 촉구
법인 매각·조선소 유지 약속
지역의견 반영도…내달 본입찰

"성동조선 회생방안이 매각이라는 것은 논리모순이다. 성동조선 회생시키는 게 땅 팔아먹는 건가? 법인 회생시키자며 땅 다 팔아버리면 어떻게 회생되나."

지난 10일 오후 2시 통영상공회의소 회의실에서 열린 '지역경제 회복을 위한 성동조선해양 회생 관련 간담회'에서 성동조선 주 채권단인 수출입은행 등을 향해 통영 상공계와 정치계, 상인들의 쓴소리가 쏟아졌다.

이상석 통영상의 회장이 주재한 이날 간담회에는 수출입은행 권우석 경영기획본부장과 이철규 팀장, 성동조선 조송호·하화정 관리인, 삼일회계법인 박성우 전무를 비롯해 지역 상공인, 양문석 더불어민주당 통영고성지역위원장, 지역구 정점식 국회의원 최재호 보좌관, 진태웅 안황지역 번영회장, 정호원 통영시 일자리정책과장 등이 참석했다.

먼저 권우석 본부장의 성동조선이 법정관리에 들어가게 된 과정 설명에 이어 조송호 성동조선 관리인의 법정관리 설명이 있었다.

이에 양문석 민주당 통영고성지역위원장이 발끈했다. 양 위원장은 "오늘 이 자리가 법정관리가 뭔지 강의를 듣고자 만들어진 건가? 관리인은 왜 불렀나. 우리가 그동안 수출입은행에 조속한 성동조선 회생을 요구했는데 되면 되고 안 되면 안 된다 얘기하고, 안 되면 왜 안 되는지 설명해달라. 또 회생을 위해 우리가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답을 해줘야 하는 자리 아닌가. 우리가 수출입은행 본부장 얼굴 보러 왔나"고 불편한 마음을 표현했다.

그러면서 "수출입은행이 기본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으면서 지금까지 꼬여있는 것 아닌가"라며 "어떻게 매각할 것인가, 통매각이냐 분할매각이냐, 실질적으로 조선업을 할 수 있도록 할 것인가가 핵심"이라고 짚었다.

답변에 나선 권 본부장은 "기본적으로 성동조선이 조선산업을 영위하는 기업에 매각되는 것을 원한다. 당연히 성동조선을 매입하는 사람들은 조선소로 활용해야 가치 있는 것이지 조선소로 활용하지 않으면 기본적으로 땅이라는 것은 큰 가치가 없다. 당연히 매각 전제는 조선소를 영위한다는 것"이라며 "단순히 땅을 파는 의도를 가진 것은 전혀 아니다"고 밝혔다.

▲ 지난 10일 오후 2시 통영상공회의소 회의실에서 '지역경제 회복을 위한 성동조선해양 회생 관련 간담회'가 열리고 있다. /하청일 기자

성동조선 매각주간사인 삼일회계법인 박성우 전무도 "성동조선 M&A 방침은 법인 그대로 매각하는 거다. 법인으로서 성동조선 모든 기술, 모든 인허가, 각종 특허, 그리고 직원까지 한꺼번에 새로운 주인을 찾는 것이 큰 방침"이라며 "창원지방법원과 협의해 작년 10월 매각 시도했다. 분할매각으로 바꾼 것은 규모가 커 매각가격이 높았다. 그래서 매각을 쉽게 하고자 성동조선의 주력인 2야드를 남겨놓고 1·3야드를 따로 팔자고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박 전무 발언은 간담회 자리를 더욱 격하게 만들었다. 양 위원장이 "지금까지 관리인은 회생절차 중 어떤 채권단도 재판부에 관여할 수 없다고 밝혀왔는데 삼일회계법인은 창원지법과 협의해 법인매각 그대로 하겠다고 한다"며 "우리 논의가 어디서 막혔느냐면, 관리인들이 아무도 관여할 수 없다는 논리를 계속 활용하면서 은행은 아무런 입장 내지 않고 도망가는 회피수단으로 사용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권 본부장은 "법원에 채권단으로서 삼일회계법인을 통해 지역민과 상공계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답했고, 간담회가 한 번으로 끝이 아닌 협의체 창구를 만드는 것을 검토해 달라는 이상석 회장의 요구에 "소통의 자리를 주선해 주면 적극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날 성동조선 회생에 대한 지역민 의견 개진 창구가 마련된 데 의미 있었지만 간담회 개최가 늦은 감은 컸다. 문병주 ㈜디케이테크 사장은 "지역 최대 기업을 살리고자 얼마만큼 성의있게 지역민들과 의논했느냐 하는 그런 성의가 안 보여서 오늘까지 이 논의를 하고 있는 것 아닌가"라며 "벌써 해야 했을 논의였고, 좋은 방법을 찾고자 이 논의를 먼저 했어야 하는데 하는 안타까움이 든다"고 쓴소리를 보탰다.

지난해 8월 성동조선 매각절차에 들어갔으나 두 차례 실패하고 3차 매각을 진행하는데 이번 매각이 사실상 마지막일 가능성이 크다. 창원지법이 회생계획안 가결 기간을 10월 18일로 결정한 데다 성동조선 잔존자금도 10월이면 소진돼 이번 3차 매각이 실패하면 성동조선은 결국 청산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삼일회계법인은 6월 7일까지 원매자들로부터 인수의향서(LOI)를 받고, 6월 13일 본입찰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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