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격한 사회변화에 몸앓이 하는 가정
사랑 훈련하는 기본 단위가 행복해야

5월이 가정의 달인 것은 5월이 계절의 여왕인 것처럼 우리 삶에 있어서 가정이 차지하는 비중이 그만큼 크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5일이 어린이날, 8일이 어버이날, 21일이 부부의 날이고 이외에도 5월에 가정과 관련된 기념일이 많은 것은 달리 말하면 그만큼 문제가 많다는 것을 시사해 주는 것인데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 가정인데도 언제나 우선순위 밖으로 밀려나 있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지금 우리들의 가정은 산업화와 함께 급격한 변화들을 경험하면서 심한 몸앓이를 하고 있고, 한 번 무너진 가정은 다시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사회적인 지원망조차도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 가족들에게는 치유가 필요하고, 가정 가정마다 위로와 격려가 필요합니다. 그러나 모두가 자기 가정 챙기기에만 급급하고 각자 자기 팔을 흔들기도 바쁘다 보니 모두가 섬이 된 지 오래되었고 나라조차도 못 하는 일을 누가 할 수 있겠습니까?

이 땅 위에 존재하는 모든 것이 홀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연결된 것처럼 가정도 마찬가지입니다. 홀로 떨어진 가정은 없습니다. 모든 가정이 서로 연결되어 있고, 서로를 위해 상생하는 우주적인 공동체입니다. 이것이 하늘의 뜻이고, 이 뜻을 이루는 것이 사랑입니다. 그러므로 사랑은 개인과 개인뿐 아니라 가정과 가정을 연결하는 고리이고, 사랑이 살아 있는 곳마다 자유, 평화, 정의, 생명 등과 같은 선한 열매를 맛보게 될 텐데 이러한 사랑을 경험하고 훈련하는 가장 작은 단위가 가정이고 가정의 행복은 모두의 행복과도 직결되는 것입니다.

어느 날 예수님께서 미쳤다는 소문을 듣고 예수님의 어머니와 형제들이 예수님을 찾으러 왔을 때 예수님께서는 '누가 내 어머니이며 누가 내 형제들인가?' 반문하면서 둘러앉은 사람들을 향하여 '바로 이 사람들이 내 어머니이며 내 형제들이다. 하나님의 뜻을 행하는 사람이 곧 내 형제요, 자매요, 어머니'라고 하셨습니다.(막3:34-35) 이 엄청난 선언은 혈연적 가족이 아니라 우주적인 차원의 가족을 말하는 것이고, 가족이라는 틀 안에 하나님의 뜻을 가둘 수가 없다는 것인데 결국 혈연적인 가족주의를 벗어나지 않고서는 누구도 형제나 자매나 어머니로 끌어안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지금 우리들의 삶의 근원인 가정이 소리 없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가족만 똘똘 뭉친다고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모든 가정이 건강해야 우리 가족도 건강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가족주의로 꽁꽁 얼어붙은 마음들을 깨뜨리고 모두를 내 어머니, 내 형제, 내 자매로 끌어안을 수 있어야 희망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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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모두가 너무나 지치고 피곤하기 때문에 더 이상의 것을 요구할 수 없지만, 그러나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따뜻한 말 한마디, 먼저 찾아가는 발, 내미는 손, 끌어안는 가슴인데 이러한 실천이 곧 하나님의 뜻을 행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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