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는 말로 지켜지지 않는다. 한 집단의 과거에 대한 기억은 미래를 보는 거울이라며 아무리 강조한들 그 역사를 사는 집단이 외면하면 그대로 소멸하고 만다. 역사를 잃어버린 민족에게 미래가 없다는 말이 그냥 생긴 것이 아니다.

창원시의 역사 인식이 어떠한지 알 수 있게 하는 일이 또 벌어졌다. 근대문화유산급인 가옥이 창원시도 모르는 채 뜯겨나갔다. 기억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다시 그때를 살지 않는 한 이번에 헐린 가옥도 되돌릴 수 없다. 창원시의 문화재 정책에 구멍이 없는지 다시 살펴봐야 하고 시민들의 역사와 유물에 관한 인식도 이대로 괜찮은지 공론이 따라야 한다고 본다.

이번에 헐린 진해구의 가옥은 일제 강점기인 1938년에 건립된 것으로 추정된다. 일본식 다다미를 비롯하여 원형이 유지되고 있어서 일제 강점기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으며 활용가치도 높았다. 특히 진해는 일제의 군항이었으며 우리 근대 역사에서 차지하는 역사적 가치 또한 높다. 이런 도시에 그 시대를 볼 수 있는 가옥이 있고 없고의 차이는 도시 발전과 관련해서도 결코 간과할 수 없다.

창원시와 진해구가 이번 철거에 따른 해명을 한 것을 보면 아쉽기 짝이 없다. 등급이 C급이었고 그보다 보존 가치가 높은 건축물도 보존을 위해 주인을 설득하기 어려움을 밝힌 것은 우리 국민의 문화유산에 대한 인식을 보여 주는 것으로 공무원만 나무랄 일은 아니다. 하지만 최선을 다했느냐는 부분에서는 질책할 수밖에 없다. 보존 가치에 대해 인식하고 있었는지와 이에 따른 조치로서 주인을 얼마나 설득했는지 의문이 들기 때문이다. 문화재를 지키고 보존하는 것은 시민사회의 인식전환이 이루어져야 하지만 최종적인 책임은 지자체의 몫이다. 그런데 법적으로 미비한 줄 알면서도 보완하지 않았고 매입 등 적극적인 조치를 했다는 흔적도 보이지 않는다. 어쩔 수 없었다는 것은 변명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문제는 앞으로도 남아 있는 문화재들이 개발과 사적 이익으로 인해 허물어질 위험에 직면하고 있다는 현실이다. 현재의 제도대로라면 그것을 막을 방도는 없다. 이런 상태로는 문화 경남은 말의 성찬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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