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중·배려·공공성·민주주의 철학 토대
배움도 가르침도 자발적이고 즐겁게

필자가 올해 3월부터 새로 근무하고 있는 학교는 4년의 혁신학교인 행복학교를 거쳐 경남교육청으로부터 '행복나눔학교'로 지정 운영되고 있다. 행복나눔학교란 '행복학교 운영을 바탕으로 교육과정을 심화 발전시키고 지역 중심학교 역할을 수행하는 경남형 미래학교'이다. 지난 2월, '새학년맞이 워크숍'이 4일간 진행되었다. 워크숍은 기존 교사들이 전입하는 교원들에 대한 진정어린 환영과 함께 질적으로 높은 수준의 프로그램으로 운영되어 감사했다. 워크숍 내내 지금까지 교직 생활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교사들의 높은 자발성과 열정, 그리고 헌신의 힘이 어디서 비롯된 것인가, 그 철학은 무엇인가 하는 강한 호기심이 들었다. 그 의문점을 풀어보고자 한다.

첫째, 학생들을 존중하고 배려한다. 교사들은 학생들을 학교의 삶 속에서 진정성 있게 존중하고 배려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 자기 자신이 존중과 배려받은 경험이 있어야 다른 친구들을 배려하고 공감하며, 함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로 소통하기 때문이다.

둘째, 학교의 공공성에 충실한다. 학생들은 공적인 공간인 학교에서 만남을 통해 대화와 사고로 배움과 성장을 추구하고 있다. 수업은 학생참여형인 배움중심 수업으로 배움의 발돋움과 점프가 있게 한다. 아이 한 명 한 명에 대하여 배움이 어떻게 일어나는지, 무엇을 잘하는지, 무엇이 부족한지 각자의 형편에 맞추어 유의미한 배움이 일어나도록 공개수업으로 함께 나눈다.

셋째, 학교 민주주의를 실천한다. 학교 민주주의의 핵심은 학교자치와 학생자치이다. 학교자치는 교사자치로 실행되어야 높은 사명감과 자발성이 발현될 수 있다. 수평적인 구조인 교사자치의 전문적 학습공동체에서 학교의 모든 교육활동이 의논되고 토론된다. 그 중심에는 학생들이 있다. 학생자치는 학생이 참여하는 모든 사업을 학생자치회에서 학생들이 주체가 되어 기획하고 진행한다. 하지만 아이들은 미숙하다. 미숙하다고 교육의 대상으로만 여겨서는 안 된다. 아이들에게 맡겨보면 스스로 자정 능력과 문제해결 능력이 길러진다.

넷째, 미래 사회에 필요한 역량을 길러준다. 미래 역량을 길러주기 위해 저마다 특별하고 다양한 학년별 프로젝트 활동(project based learning)을 진행한다. 프로젝트 활동은 교과를 넘나드는 교육과정 재구성으로 풀어내며 배움의 즐거움과 문제해결의 몰입 경험을 가지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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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함께하는 공동체성이다. 교사는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수업을 디자인하고 수업 임상을 통해 역량을 키워가는 고도의 지적인 작업을 요구하는 전문직이다. 교사끼리 전문가의 관계로 만나서 동료 인식의 공동체성을 세워야 집단지성이 발휘될 수 있다. 학년부에 small school 개념을 도입하여 공동체성을 높여줄 필요가 있다. 그 전문적 학습공동체에서 교육과정을 재구성하여 학년의 비전을 실현할 수 있다. 교사 혼자서는 불가능한 거대한 교육 프로젝트를 학년이라는 전문적 학습공동체를 통해서 성공적인 실천 경험을 갖게 된다. 이때 교사의 자존감도 함께 성장한다. 따라서 학교 구성원들의 높은 자발성과 열정, 그리고 헌신이 이어진다. 이와 같은 민주적인 학교 운영을 위해 관리자가 해야 할 일은 그렇게 어렵지 않다고 본다. 교직원들을 진정성 있게 믿어주고 지지해주며 함께하는 것이다. 수평적인 구조로 대화하면 문제 상황의 해결책과 대안을 지혜롭게 마련할 수 있다. 학교 내 전문적 학습공동체를 지속가능한 시스템으로 만들고 그것을 넘어 문화로 정착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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