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돌아 결국 내 뱃속으로…쓰레기의 역습
일회용 커피컵·물티슈·비닐…편리함 취해 무분별하게 사용

인류만이 '쓰레기'라는 흔적을 남깁니다. 산업 발달과 함께 대량 생산해 대량 소비하는 경제체제는 '쓰레기 재앙'을 일으켰고 기후 변화와 미세먼지로 다시 인간에게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정작 우리는 음식물 쓰레기를 수거통에 버리고, 종량제 봉투를 집 앞에 내놓을 뿐입니다. 우리가 버린 쓰레기가 어떻게 처리되는지 잘 모릅니다. 정보도 부족합니다. 재활용 선별장·음식물 폐기물 시설·생활폐기물매립장 현장 취재를 통해 내가 버린 쓰레기는 종류별로 어디로 가서 어떻게 처리되고, 다시 되돌아오는지를 알리고자 합니다. 2020년 '쓰레기 제로 마을' 실현을 앞둔 일본 도쿠시마현 가미카쓰초라는 산간 마을을 다녀와 소비에서부터 쓰레기 처리를 고민하는 이들의 실천과 대안을 전달할 계획입니다.

손으로 쓸어 어루만지는(쓰다듬다) '쓰담쓰담'은 위로와 격려, 지지를 뜻합니다. 우리가 버리는 쓰레기의 3분의 2 이상은 '잘 쓰고 잘 담으면' 재활용할 수 있습니다. 이런 의미를 담은 '쓰담쓰담 프로젝트'는 미래 세대와 다양한 생물과 더불어 사는 지구를 지키고자 시민 동참을 이끌어내는 참여형 기획입니다. 이번 기획과 함께 진행할 △불법 쓰레기 신고합니다 △시민 플라스틱 프리 챌린지 △내가 단체장이라면 △시민 토론회 등 다양한 이벤트에 많은 참여와 관심 부탁합니다. 쓰레기, 함께 줄일 수 있습니다.

▲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 활동가들은 지난 2017년 부산 해운대구 해운대해수욕장에서 일회용 플라스틱으로 파괴되는 환경을 표현한 예술작품을 통해 캠페인을 펼쳤다. 일주일 치 플라스틱 쓰레기를 전시한 코너. /그린피스

#'일회용'(가명) 씨는 아침 세안 후 '화장 솜'을 이용해 스킨로션을 바르고 손에 묻은 화장품을 '물티슈'로 닦는다. 아침은 간단하게 떠먹는 요구르트를 먹는데 '일회용 숟가락'을 쓴다. 출근해서 꼭 커피 한잔을 즐긴다. 머그컵이 있지만, '종이컵'을 꺼내 '스틱 커피'를 탄다. 책상에 놓다가 흘리면 '물티슈'로 닦는다. 오전에 출출할 때 먹으려고 '일회용 비닐봉지'에 싸온 바나나를 두 개 먹고 껍질을 다시 비닐봉지에 넣어 쓰레기통으로 버린다. 회사에 음식물 쓰레기통이 따로 없다.

오늘 점심 식사는 국밥. 국밥집은 손님이 많아 컵 대신 '종이컵'을 식탁 위에 쌓아둔다. '물티슈'도 수저통 옆에 있다. 물티슈로 손도 닦고 테이블도 닦는다. 바나나를 먹은 탓에 국밥을 절반 이상 남기고 카페에서 아이스 커피를 주문한다. 매장에서 마시다 남은 커피를 '테이크아웃 잔'에 받아오면서 회사에서 쓸 '플라스틱 빨대'를 몇개나 쥐고 나온다. 생리 중이다. '일회용 생리대' 1통은 12개가 낱개 포장돼 있고, 접착 부분에 덧대진 종이를 또 뜯어야 한다. 화장실에 갈 때마다 휴지통을 꽉 채우고 오는 듯하다.

퇴근이 늦다. 장을 봐서 집에서 밥을 해먹으려고 했지만, 오늘도 세탁소에 들러 맡겨둔 옷만 찾는다. 블라우스 하나, 바지 하나 따로 '비닐'이 씌워져 있다. 집에 도착해 음식 주문 책자를 뒤적거린다. 새 책자는 매달 문고리에 걸린다. 쌓인 책자를 버리려다 코팅이 돼 있어 종이재활용 상자에 넣어도 되는지 잠시 고민한다.

주문 후 30분 뒤 도착한 보쌈은 '물티슈', '일회용 수저'와 쌈장·새우젓·고기·쌈·막국수·김치·물김치 모두 '일회용 용기'에 개별 포장돼 있다. 설거지는 안 해도 돼 아주 편리하다. 먹다 남은 보쌈과 김치는 '일회용 비닐봉지'에 담아 냉장고에 넣어두고 먹은 자리를 '물티슈'로 쓱쓱 닦는다. 냉장고에는 언제 시켜먹고 남겼는지 모를 배달 음식이 '일회용 비닐봉지'에 들어 있다. 그대로 휴지통에 버린다.

한 달 전부터 사용한 칫솔이 약간 벌어져 대형마트에서 묶음으로 산 새칫솔을 꺼낸다. 냉장고에서 '마스크 팩' 하나를 꺼내 얼굴에 붙인다. '팩에 에센스가 많이 묻어 있는데 포장지를 씻어 분리배출하는 게 더 환경에 좋을까, 그대로 휴지통에 버리는 게 더 좋을까' 생각하다 잠든다.

'일회용' 씨 하루가 과장일까. 지난 일주일의 시계를 돌려보자. 현대사회에서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우리는 너무 쉽게 일회용품을 쓰고 버린다.

테이크아웃 컵·뚜껑, 포장재, 종이컵, 비닐봉지, 비닐장갑, 빨대와 겉비닐 등 일회용은 대부분 플라스틱이다. 배달용 족발에 딸려오는 플라스틱 용기는 보통 9개다. 편의점만 가도 온통 플라스틱이다.

지난 2016년 유럽 플라스틱제조자협회가 발표한 '세계 63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플라스틱 생산량 및 소비량 자료'에 따르면 2015년 한국의 1인당 연간 플라스틱 소비량은 132.7kg에 이른다. 벨기에(170.9kg), 대만(141.9kg)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협회는 2020년에 한국 소비량이 무려 145.9kg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의 1인당 연간 일회용품 사용량(2016년 통계청 자료)은 △플라스틱 용기 98.2kg △비닐봉지 420장 △일회용 컵 509개 △페트병 5.6kg으로 집계됐다.

'일회용' 씨가 일상에서 가장 많이 쓰는 물티슈도 문제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국내 물티슈 소비패턴 분석'(2015년)에 따르면 물티슈 시장 규모는 약 3000억 원. 4년이 지난 현재는 물티슈뿐만 아니라 위생 의식이 높아짐에 따라 걸레·행주 대용으로 사용은 더 늘었다. 제조업체는 최근에는 '하루 한 장 수세미', '세균 없는 간편한 행주' 등 일회용 행주·수세미도 판매하고 있다. 몇천 원에 가격 부담도 없으니 사용량은 급증해 물티슈 시장 규모는 4000억~5000억 원대로 추산된다.

분해되지 않는 플라스틱 원단에 방부제가 들어 있어 한 장의 물티슈가 자연적으로 없어지기까지 500년이나 걸린다. 하수처리장 이물질 중 물티슈가 차지하는 비중은 점차 늘고 있다. 물티슈는 바다로 흘러 들어가 해양 생물의 생명도 위협하고 있다. 그러나 생산자 책임재활용제도(EPR·Extended Producer Responsibility) 품목에서 제외돼 있다.

세탁소 옷걸이는 재활용 쓰레기 중 고철로 분류되는데, 대개가 합성수지로 코팅이 돼 있어서 이를 재활용하려면 합성수지를 녹여야 한다. 의류 하나하나 포장하듯 감싼 세탁소 비닐 씌우개와 물 떨어짐을 방지하고자 사용하는 우산 비닐 씌우개는 굳이 사용하지 않아도 되는 일회용이다. 최근에 사용을 제한하는 기관들이 확산하고 있다.

이렇듯 무분별하게 사용한 일회용품은 부메랑이 돼 인간에게 되돌아왔다. '쓰레기 역습', 플라스틱을 많이 소비하는 만큼 폐기물량도 급증하고 있다. 2017년 기준 포장재 비닐, 용기 등 플라스틱 생활계 폐기물량은 378만 3298t을 기록했다. 우리 삶에서 사용되는 플라스틱 중 30~40% 제품만이 재활용된다.

그렇다면, 나머지 플라스틱은 어떻게 처리될까. 버려진 플라스틱은 썩지 않고 '플라스틱 빨대가 꽂힌 거북이'처럼 바다 생물들을 위협하고 있다. 조각조각 분해된 미세 플라스틱은 바다와 호수 등에 흘러들어 플랑크톤과 물고기가 먹고, 인간은 그 물고기를 먹는다.

김승규 인천대 교수팀은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와 함께 바다의 플라스틱 오염과 일상에서 소비하는 소금 오염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논문을 지난해 발표했다. 논문에 따르면 우리가 매일 먹는 소금, 특히 바닷물로 만든 해염이 전 세계적으로 미세 플라스틱에 광범위하게 오염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6개 대륙의 21개 국가에서 생산한 39개 브랜드 소금을 분석했다. 한국에서 생산·소비되는 3개 브랜드 천일염도 포함됐다.

김 교수는 "바다로 흘러드는 플라스틱이 해산물뿐 아니라 소금을 통해 다시 인간에게 되돌아오는 것"이라며 "미세 플라스틱의 인체 침투 경로는 다양하고 소금 섭취로 말미암은 침투는 약 6%다. 하지만, 우리가 환경에 배출하는 플라스틱 쓰레기량과 소금을 통해 삼키게 되는 미세 플라스틱양이 매우 밀접하게 연관돼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회용 플라스틱은 생산하는 데 5분, 사용하는 데 5분, 분해되는 데 500년이 걸린다. 2050년에는 바다에 물고기보다 더 많은 플라스틱이 존재하게 될 것이다." (프란스 팀머만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부위원장)

최대한 적은 양의 플라스틱 제품을 소비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잘 쓰고 잘 담자. 쓰담쓰담.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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