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뚝을 태우거나 손가락에 불침을 놓아 정진을 맹세하는 것을 ‘연비’라 하여 종교적 의례로 삼기도 합니다.



사극 <왕건>에서 궁예는 황제의 위에 올라 맞은 왕후에게 첫날 밤 ‘운우지락’을 나누는 대신 미륵부처에 귀의하라는 의미에서 가녀린 팔목에 연비의식을 거행했습니다.



하찮은 가시조각이 살에 박혀도 고통을 느끼고 손끝이 불기운에 닿을락 말락 해도 신경이 이만저만 쓰이지 않는데 온몸을 불로 스스로 태워 자진(自盡)하는 것은 김동리의 소설 <등신불>이나 프랑스의 성소녀 잔다르크의 화형식에서나 볼 수 있을 뿐입니다.



70년 칼날같은 서슬의 독재 아래 천대받던 노동자의 존엄성을 위해 몸을 태운 전태일 열사. 그의 30주기를 기념하는 연극 <전태일 그 이름앞에…>가 10일 성산아트홀에서 공연됩니다.



“부탁이 있네. 지금 이 순간의 나를 영원히 잊지말아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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