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법, 긴급조치 불법행위 인정 안해
부마재단 "대법원 판례 바로잡아야" 비판

부마민주항쟁기념재단이 부마항쟁 고문피해자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를 법원이 기각한 데 대해 '사법농단 판례에 따른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지난 6일 부산지방법원 민사6부(김윤영 부장판사)는 부마항쟁 관련자 6명과 가족 24명이 지난 2013년 9월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를 기각했다.

1979년 10월 부산에서 부마민주항쟁 시위에 참여했다가 긴급조치 9호 위반으로 체포돼 구금된 부마항쟁 관련자 등은 변호인 도움을 받지 못하고 밤샘 수사·구타·고문 등 가혹행위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긴급조치 9호에 의해 원고들이 체포·구금됐다고 하더라도 "공무원 고의 또는 과실에 의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부마항쟁재단은 "2015년 '양승태 대법원'이 '긴급조치가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침해하는 위헌이지만 고도의 정치적 행위이기 때문에 불법행위는 아니'라며 개인의 국가배상청구권을 인정하지 않은 판결에 따른 것"이라며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면담에서 긴급조치 피해자의 국가배상 불가 판례를 국정운영 협조 사례로 치적 삼아 내세우며 상고법원 설치와 거래하려고 했다. 일명 대표적인 '사법농단' 사건이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가혹행위에 대해서도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지만 '불법행위일로부터 5년간인 손해배상 청구시효가 지났고, 부마항쟁 진실규명 결정일인 2010년 5월부터도 민법상 단기소멸시효 3년이 지나 손해배상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부마재단은 이와 배치되는 사법부 판결이 있었던 점을 강조했다. 올해 2월 대법원은 '과거사 사건에 대해 재심 무죄 판결을 받은 이후부터 손해배상 청구권의 소멸시효(5년)를 계산'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더불어 지난달 서울중앙지방법원은 "긴급조치 발령 자체가 불법"이므로 '가혹행위가 없더라도 국가가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인정했다.

부마재단은 "유사한 긴급조치 피해자 재판에서 전혀 다른 판결이 내려지고 있다. 사법농단 정국 속에서 국민은 어떻게 사법부를 신뢰할 수 있겠는가"라며 "무엇보다 부마항쟁 관련자를 포함한 긴급조치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이 반민주적 사법농단 판결로 가로막혀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특히 "양승태 대법원의 판례에 근거한 재판부 기각 판결에 심각한 우려와 유감을 표한다"며 "부마항쟁 피해자 손배소 기각은 촛불혁명 이후 민주주의에 대한 국민의 열망을 정면에서 가로막는 처사로, 실망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긴급조치 피해자에 대한 국가배상 문제가 이른 시일 내에 대법원 전원합의체에 회부돼 양승태 대법원 판례를 바로잡아야 한다"며 "민주주의를 위해 헌신한 분들을 보상하고 예우하는 것이 대한민국 민주주의 정통성을 제대로 살리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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