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조 원 들여 추진하는 빅3 국책사업
이로 인해 사라질 것들부터 보살펴야

최근 몇 달간 도내 대형 사업을 다루는 기사에 천문학적인 금액을 많이 표기했다. 썼다 하면 '조' 단위였다. 창원 진해에 건설될 일명 '제2신항'은 지금의 부산항신항 규모에 버금가는 대형 컨테이너 항만을 하나 더 건설하는 대형 국책 사업인데, 12조 7000억 원이 투입된다. 경남도는 제2신항 건설 사업의 직·간접 경제 효과가 29조 원에 이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며, 고용가치는 19만 6000명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보다 앞서 남부내륙철도 건설사업도 확정된 바 있다. 아직 몇몇 굵직한 사안들이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현재로서는 김천에서 거제까지 172㎞ 구간에 철로를 까는데 4조 7000억 원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경남도는 생산 유발 효과 8조 원, 일자리 8만 개가 창출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제2신항 건설 사업은 2040년까지 이어지는 그야말로 대역사이며, 남부내륙철도 사업은 2022년 착공해 2028년 완공될 예정이다. 이와는 사업 추진 성격이 약간 다르긴 하지만 '동남권 신공항' 건설의 향방 역시 초미의 관심사다. 정부는 김해신공항에 활주로 하나를 더 건설해 동남권 관문공항으로 자리매김시키려는 계획이지만, 경남도와 부산시는 이에 반발하고 있다. 어쨌든 국토교통부가 제시한 김해신공항 확장 비용은 약 5조 9600억 원에 이른다.

경남에서 펼쳐질 이들 '빅3 국책사업'의 건설 비용만 23조 원이다. 거의 같은 시기에 이처럼 수십조 원에 이르는 국비 투입이 확정되었던 사례는 없었다. 역대 최대의 성과라 할 만하고, 향후 5∼10년 이내 경남의 지도마저 바뀌게 된다.

'국비 투입=지역 발전'이라는 등식에 무조건적으로 동의하는 건 아니다. 지역균형발전 차원에서 추진되는 국책사업이 비수도권의 성장과 활력에 기여하는 바는 분명하지만, 그에 따른 부작용이 따르는 것도 주지의 사실이다. '해피아(해수부 마피아)와 국피아(국토부 마피아)들의 자동반사적인 토건 정책에 다름 아니다'라는 비아냥이 없는 것도 아니다. 벌써 신항 건설로 말미암은 해양생태계 파괴와 어업 종사자들의 생존권 위협 우려가 대두되고 있다. 남부내륙철도 역시 마찬가지다. 김천에서 진주까지 이르는 길에 걸쳐 있는 가야산을 필두로 한 수많은 명산은 잠재적인 터널 후보지가 될 것이다. 동남권 신공항 문제는 그 주장의 타당성을 떠나 국론 분열 프레임이 덧씌워지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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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밋빛 인생'이라는 제목을 단 소설·영화·드라마 등이 여럿 있다. 그런데 이 콘텐츠들 사이에 면면히 흐르는 정서는 '장밋빛'적이지 않다. 오히려 장밋빛의 반어적 장면을 펼쳐보이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인생을 '장밋빛'적이지 않게 하는 구질구질한 인간사와 간난신고 없이는 진정한 '장밋빛 인생'도 없다는 깨달음을 전해준다. '장밋빛 경남'을 만들기 위해서는 '23조 원'이라는 외형에 지나치게 경도되기보다는 23조 원이 투입되면서 사라질 것들을 챙기고 보살피는 일을 먼저 준비해야 할 듯싶다. 그것이 민선7기 경남도정이 내건 '사회혁신'에도 부합하는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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