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봄, 아끼던 천리향의 분갈이를 부탁하면서 "거름 좀 듬뿍 넣어주세요"했더니 꽃집 아저씨께서 웃으면서 "아이고, 다 때가 있는 거지, 지금 분갈이하면서 거름 듬뿍 넣으면 이 나무는 죽어"하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거름을 넣어주는데 왜 죽느냐고 되물었다. "때가 있다니까 그러네. 뿌리가 자리를 잡고 실해지고 나면 거름이 약이 되지만, 아직 터도 못 잡은 약한 뿌리는 거름의 독기를 못 이겨. 잘되라고 준 거름이 뿌리를 상하게 해서 어린 꽃나무 죽이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데…." 아마도 그 순간이었던 것 같다. 그 '때'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을 시작한 것이.

저출생의 시대, 그 귀한 생명을 소중히 여기지 않는 부모가 있겠느냐마는 잘못된 사랑으로 아이들의 건강한 성장에 오히려 생채기가 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아동학대 현황보고서에 따르면 아동학대로 판단된 사례 1만 8700건 중 1만 5048건(약 80.5%)의 학대행위자가 부모였으며, 양육태도 및 방법에서의 미성숙함을 주된 원인으로 보기도 한다. 결국, 부모의 긍정적인 양육태도와 기술, 올바른 부모 됨에 대한 인식은 건강한 아동 성장과 직결되는 요인이므로 부모교육의 제도화에 대한 요구가 커지는 것은 당연한 사회적 흐름이라 할 것이다.

특히 전문가들은 예비부모교육 시기를 청소년기로 앞당겨야 한다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발달단계로 봐도 중·고등학생쯤이면 자신의 부모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눈이 생겨 예비 부모교육에서 가르쳐주는 올바른 부모됨을 적절하게 받아들일 수 있으므로 학습의 시기 면에서도 효과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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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부모교육의 필요성과 사회적 요구가 확대됨에 따라 경상남도에서도 청소년 예비부모교육 활성화를 위해 경상남도건강가정지원센터에서 청소년대상 예비부모교육 전문 강사를 양성하고, 경남도내 중·고등학교 및 청소년 복지시설을 대상으로 찾아가는 예비부모교육을 지원하고 있다. '부모됨의 의미', '배우자의 선택과 결혼', '부모역할 연습' 등의 내용은 청소년들에게 책임 있는 부모 역할을 생각해 볼 계기가 된다. 청소년 대상 예비부모교육 전문 강사들의 작은 발걸음이, 사랑을 바르게 표현함에 서툰 많은 부모에게 작은 도움이 되길, 그리고 삶에 여린 뿌리를 내리기 시작하는 아이들에게 거름 줄 때를 맞추어 줄 수 있기를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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