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평생 직장'에 의미 두지 않는 시대
나를 중심으로 삶을 바꾸는 도전이 공부

이번 달 담쟁이인문학교는 교육과 삶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대안교육 현장에서 20년 이상 활동하신 양희창 선생님을 초대해 강의를 들었다. 토론 시간에도 다양한 질문이 이어졌다.

우리는 왜 공부를 해야 할까? 학생들은 공부의 이유를 무엇에서 찾을까? 지금 학교와 학원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학습과 배움이 내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공부가 되고 있을까?

요즘 아이들의 삶은 해야 할 공부가 너무 많아 '나'를 가만히 들여다볼 여유조차 없다. 그러다보니 내가 잘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 그리고 나의 한계를 알아차릴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다. 내적 호기심으로부터 배움이 시작되어야 당연한데도 공부의 동기가 항상 외부로부터 주어지는 것에 익숙해져 있다. 내 삶과 연결되는 공부는 별개의 것이 되고 진학과 취업을 위한 도구가 되어버렸다.

4차 산업혁명 등 앞으로의 교육환경과 구조가 얼마나 달라질지는 상상 그 이상이다.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는 지금 어떤 공부를 해야 할까? 다가올 미래를 생각한다면 배움의 변화와 새로운 도전이 필요하다. 현대의 젊은이들에게는 평생직장이라는 의미가 없어진 지 오래다. 하나의 직업으로 살아갈 수 있는 시대는 지나갔다.

삶의 공부는 새로운 배움의 구조와 문화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그리고 현재 만들어진 사회구조에 나를 맞추는 방식이 아니라 나를 중심으로 삶의 문화와 구조를 바꾸는 전환을 말한다. 이것은 '나는 어떻게 살 것인가?'의 답을 찾아가는 단초가 될 수 있다.

삶의 전환을 시도하는 모든 활동을 공부로 삼아야 한다. 삶을 바꾸기 위한 도전은 학습가족, 마을학교, 전환마을 등 다양한 이름으로 전 세계에서 시도되고 있다. 그들은 왜 이런 실험을 이어가고 있는가? 그것은 시대의 변화와 도전에 응답하기 위해서이다. 배움과 삶이 연결되고 교육과 사람이 이어지는 다양한 인프라를 만들어가는 것이 미래교육의 시작이다. 양희창 선생님도 현재 아시아평화마을을 구상하고 실현하고자 아시아를 무대로 새로운 배움의 네트워크를 만들고 있다.

사람과 사람이 이어지고 마을과 마을이 연대하며 살아가는 꿈은 상상만으로도 즐거운 일이다. 내가 사는 합천군 가회면에도 이런 마을학교와 배움의 인프라가 만들어지면 얼마나 좋을까! 충분히 가능하다는 생각이다.

가회면에는 청(소)년들에게 글쓰기 공부를 가르쳐 주시는 시인이 있고 오랫동안 토종종자를 지키며 숲 이야기를 나누는 선생님도 있다. 또한, 정통방식으로 구들을 놓고 집을 짓는 분과 대목장도 있다. 어디 그뿐인가? 기타를 치며 노래를 만드는 청년이 있고 글을 쓰며 농사를 짓는 청년농부도 있다. 산에서 태어나 산에서 자란 열여덟 살 구륜이도 양계며 농사를 가르칠 수 있는 훌륭한 선생이다. 그림을 그리는 화가,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일을 하다가 농부가 된 사람도 있다.

그들 모두는 각자의 삶의 자리에서 직접적인 삶에 필요한 공부를 하고 자립을 위한 삶의 기술을 익힌 사람들이다. 그분들이야말로 전환마을을 만들어 갈 수 있는 인프라가 될 수 있다. 이웃마을과도 배움의 네트워크를 만들어간다면 지역에 사는 청소년들과 청년들이 목적 없이 도시로 가지 않고, 태어난 마을에서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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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해 선생님은 혼자 꾸는 꿈은 개꿈이어도 함께 꾸는 꿈은 현실이 된다고 했다. 시대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는 지금 우리는 삶의 공부라는 화두를 두고 진지하게 고민해 보아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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