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8명 구속 등 28명 입건
2년간 276회 밀반출한 혐의

1000억 원대 도박자금을 국외에 밀반출한 이른바 '환치기' 조직이 경찰에 적발됐다.

경남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필리핀 마닐라 호텔 카지노에서 도박장을 운영하며 현지 도박 자금으로 사용하고자 1080억 원대 외화를 밀반출한 혐의로 국내 관리·운반책 8명을 구속하고, 송금·환전·운반책 20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필리핀 총책의 여권을 무효화하고 인터폴 적색수배를 신청하는 등 현지에 체류 중인 3명에 대해서는 지명수배를 했다. 이들 가운데 9명은 기소돼 창원지방법원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일당은 지난 2016년 1월부터 올해 1월까지 276회에 걸쳐 모두 1080억 원을 밀반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필리핀에 있는 총책 ㄱ(53) 씨는 도박장을 운영하다 환전에 어려움을 겪자 조직을 결성하고, 창원 한 오피스텔에서 일당과 환치기를 공모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한국에서 환전할 때 필리핀보다 차익이 큰 점을 악용했다.

▲ 7일 오전 경남경찰청 김명상 국제범죄수사대장이 필리핀 도박자금 환치기 개요를 설명하고 있다. /김희곤 기자

경찰에 따르면 ㄱ 씨는 필리핀에서 한국 관광객에게 3~5% 수수료를 받고 돈을 빌려준 다음, 받은 돈을 국내 관리책이 가진 대포통장으로 보냈다. 그러면 국내 관리책 ㄴ(56) 씨가 이를 환전해 운반책에게 밀반출하도록 했다.

운반책 23명은 회당 50만 원을 받고, 매주 1~2회씩 신발 밑창이나 여성용 보정속옷(거들) 속에 유로나 달러 등 1인당 약 4억 원을 숨겨 출국했다. 경찰은 이들이 환치기로 회당 평균 720만 원, 모두 19억 4400여만 원을 부당하게 챙긴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김해공항에서 잠복근무를 하다 한 운반책을 현행범으로 붙잡아 이 같은 사실을 밝혀냈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은 총책·관리·환전·송금·운반책 등 역할을 분담해 치밀하게 준비했다. 경찰관에게 적발되면 필리핀에서 결혼식을 치른다거나 사업을 위해 필요한 돈이라고 둘러댈 수 있도록 교육을 하기도 했다"며 "세관에서 한 차례도 적발된 적이 없었으며, 적발이 되더라도 일정 부분 수수료를 내거나 신고를 하면 됐기 때문에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경찰은 환치기한 돈을 가지고 불법 도박을 한 이들을 찾아내고자 계속 수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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