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신호수 등 현장직 유죄
조선소장 등 책임자 일부 무죄
노동계 "판결 잔인…재발 방치"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크레인 충돌 사고에 따른 중대재해 1심 판결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1심 재판부는 크레인 사고와 직접 관련한 노동자에게 유죄 판결을 내리고, 책임자에게는 일부 무죄를 선고했다. 노동계는 이번 판결에 대해 앞으로 산업재해 잘못을 책임자에게 물을 수 없게 될 것이라며 우려했다.

지난 2017년 노동절(5월 1일)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에서 800t급 골리앗 크레인이 고정식 지브크레인과 충돌하는 사고로 6명이 숨지고 25명이 다쳤다. 삼성중공업 크레인 사고와 관련해 법률지원단에 참여했던 한 변호사는 "산재 책임 구조는 현장관리자만이 아닌 안전관리를 제대로 못한 최고책임자에게도 있다. 그러나 기소 명단에 최고 책임자는 빠져 있으며, 재판에 넘겨진 이들은 대부분 벌금에 그칠 것이다. 무거운 처벌은 안 나올 것 같다"고 했었다. 이는 현실이 됐다.

◇책임자 산재예방의무 위반 무죄 = 7일 창원지방법원 통영지원 형사2단독(유아람 부장판사)은 업무상과실치사상·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삼성중공업 전·현직 직원과 법인, 협력업체 대표·직원 등 16명에 대한 선고를 했다.

재판부는 삼성중공업 골리앗크레인 신호수와 보조 신호수 등 2명에게 금고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보조 신호수에게는 사회봉사 240시간도 명령했다. 또 크레인 조작 관계자 5명에게 금고 6월(집유 1년·80시간)~금고 10월(집유 2년·120시간)을 선고했다. 삼성중공업 관리감독자(직장) 1명에게 벌금 700만 원, 지브크레인 운행과 관련해 하청 노동자 3명에게는 각각 벌금 500만 원과 700만 원을 선고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삼성중공업 김효섭(63) 전 거제조선소장과 관리감독자(과장·부장) 2명, 협력업체 대표 등의 업무상과실치사상·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에 무죄를 선고했다. 김 전 소장과 삼성중공업 법인이 정기적으로 운영해야 할 안전보건 협의체를 구성하지 않고, 점검 의무를 다하지 않은 잘못에 대해서만 유죄를 인정해 벌금 300만 원씩 선고했다.

재판부는 "골리앗크레인 측 현장 반장·반원과 지브크레인 측 반장·반원이 서로 상대의 움직임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아 업무상과실이 발생했다"고 했다. 무죄 부분에 대해서는 "김 전 소장과 관리감독자, 협력업체 대표 등은 현장 반장·반원에 대한 구체적·직접적 주의 의무가 인정되지 않고, 크레인사고와 관련해 안전대책이나 규정에 미비점이 있다는 것도 증명되지 않아 업무상과실치사상죄는 성립하지 않는다. 또 사고는 규정이나 지침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데서 비롯된 것이며, 김 전 소장과 협력업체 대표가 작업현황을 인식하고 있었다는 증거가 없으므로 안전·산업재해예방 조치 의무 위반은 성립하지 않는다"고 했다.

▲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경남도민일보 DB

◇"책임자는 왜 책임 없나" = 이번 판결에 대해 지난해 5월 '조선업 중대산업재해 국민참여조사위원회'가 내놓은 보고서를 반영하지 않은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국민참여조사위는 삼성중공업 크레인 사고 원인으로 △안전을 위배하는 무리한 공정 진행 △안전책임이 없는 재하도급의 확대 △원·하청 안전관리 책임과 역할 불명확 △충돌 방지 관리의 부재 △크레인 운전 방해요인 관리 미흡 △크레인 불안전한 상태 △관리자와 노동자 역할 미흡 △과도한 하청노동자 증가 등을 꼽았다.

특히 국민참여조사위는 삼성중공업(원청)이 지브크레인을 설치하면서 위험성 평가를 온전히 수행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충돌 위험을 평가하고도 관련 대책을 수립·시행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좁은 공간에 많은 노동자를 동시에 투입해 작업하면서 피해가 컸다고 했다. 원청에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민주노총 경남본부는 1심 선고에 대해 "국민참여조사위의 조사 결과가 있음에도 원청과 관리자에게 면죄부를 준 재판부의 판결은 어처구니가 없다"고 했다. 김동성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노조지회장은 "말도 안 되는 판결이다. 현장에서 사고를 일으킨 당사자만 책임이 있는 것인가. 사고의 구조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들여다보지 않고, 국민참여조사위 보고서 내용도 전혀 반영하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앞으로 현장에서 또 사고가 나면 누가 책임을 지겠나. 책임자가 책임지지 않으면 재발을 예방할 수 있겠나"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삼성중공업에서는 지난 3일 40대 협력업체 노동자가 크레인 연결고리에 얼굴을 부딪혀 크게 다쳤고, 이튿날 50대 협력업체 노동자가 떨어진 자재에 머리를 부딪혀 숨졌다.

이은주 마창거제선재추방운동연합 활동가는 "솜방망이 처벌을 예상했지만, 너무도 잔인한 판결이다. 관리 책임마저 노동자 몫으로 남기나"라고 했다.

민주노총 경남본부는 1심 선고에 대해 "국민참여조사위의 조사 결과가 있음에도 원청과 관리자에게 면죄부를 준 재판부의 판결은 어처구니가 없다"고 했다.

김동성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노조지회장은 "말도 안 되는 판결이다. 현장에서 사고를 일으킨 당사자에게만 책임이 있는 것인가. 사고의 구조적인 문제는 들여다보지 않고, 국민참여조사위 보고서 내용도 전혀 반영하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앞으로 현장에서 또 사고가 나면 누가 책임을 지겠나. 책임자가 책임지지 않으면 재발을 예방할 수 있겠나"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삼성중공업에서는 지난 3일 40대 협력업체 노동자가 크레인 연결고리에 얼굴을 부딪혀 크게 다쳤고, 이튿날 50대 협력업체 노동자가 떨어진 자재에 머리를 부딪혀 숨졌다.

이은주 마창거제산재추방운동연합 활동가는 "솜방망이 처벌을 예상했지만, 너무도 잔인한 판결이다. 관리 책임마저 노동자 몫으로 남기나"라고 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