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소로 변신한 옛 차고지·발전소·터널
방치된 시설 다시보고 '문화공간' 삼자

예술 활동을 하는 후배에게서 마산합포구 가포에 있는 '브라운핸즈'라는 곳에 가보라는 권유를 받고 주말 옆지기(처)와 걸음을 했다. 과거 버스차고지를 '업사이클링'해 카페로 조성한 곳이다. 어떤 곳이란 것을 대충 들어서 감은 잡고 있었지만, 차를 몰고 들어섰을 때 인상은 '뭐야, 이거!'였다. 초라해 보이는 건물에 수십 년 풍화작용으로 지워진 '안전제일'이란 글자. 버려진 건물인가 싶은 인상이다. 대신 무학산에서 이어지는 산줄기며 그 아래 건물들로 가득한 마산도심, 그리고 해양신도시 터인 인공섬과 돝섬, 그 너머로 장복산. 마산만을 안고 펼쳐지는 풍경이 만족감을 안겨주었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자 반전이 이루어졌다.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북적이는 사람들. 잘나가는 카페 분위기다. 그런데 '닦고 조이고 기름치자'란 글자가 눈에 띈다. 옛 버스정비소 느낌이 그대로 살아 있다. 낡은 것과 새것의 조화가 '낯설게 하기' 효과를 빚어 색다른 감흥이 생겼다. 어린이날이어서인지 모르지만, 사람들로 북적였다. 할아버지 손자가 함께한 가족도 몇몇 보였다. 주차장은 바닷가 절벽 위에 지어진 것이었다. 하부는 콘크리트가 떠받치고 있는 모양새다. 지하 쪽으로 조성된 이곳에는 구내식당과 갤러리가 자리 잡고 있다. 이곳을 찾는 사람이 많다 보니 갤러리에도 자연히 관람객 발걸음이 잦았다. 이런 것을 두고 '시너지'라 하지 않을까.

사람들이 빠져나간 도시의 재활성화를 위해 정책을 펴면서 도시재생이라는 말을 많이 쓴다. 엄청난 예산을 쏟아붓기도 한다. 하지만 예산만큼의 효과를 내는 경우는 드물다. 재생이 성공하려면 우선 사람들의 요구와 맞아떨어져야 한다. 긴급수혈을 한다고 해서 되살아나는 것은 아니다. 영국 템스강 변 폐발전소가 테이트모던미술관으로 변신해 연간 400만 명이 찾는 명소가 되었고 1874년에 지어진 탄약창 건물이 아름다운 원형극장으로 변신한 브라질 쿠리치바의 파이올극장, 황폐해진 채석장이 멋진 숲속 극장으로 다시 태어난 아라메극장이 성공한 데에는 수요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도 이런 재생 사례는 많다. 서울 구의취수장이 변한 서울거리예술창작센터, 부산 수영에 있는 고려제강 건물이 변한 f1963, 광명시 쓰레기소각장 부대시설이었던 광명업사이클링센터, 그리고 여러 지역의 폐선로와 터널이 변신한 레일바이크와 와인동굴 등.

찾아보면 주변에 유휴공간이 많이 있다. 문화재생의 마인드로 들여다보지 않으면 대부분 버려지고 철거되어야 할 시설일 뿐이다. 하지만 경남에는 이처럼 재생에 성공한 시설은 별로 없는 것 같다. 개발에 앞서 부술 생각부터 하기 때문일 것이다. 경남엔 여전히 제대로 된 문화공간이 부족한 실정이다. 하다못해 공연에 쓰였던 소품을 보관하는 창고도 없다. 그런 소품의 리사이클링을 위한 '예장곳간'도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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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은 문화도시를 기치로 세웠다. 새로운 문화 창조와 확산, 유휴공간을 찾는 것에서 시작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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