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권 들어서도 국민 삶은 제자리
반대편 무시·과거 엄벌이 능사 아냐

사람들은 누구나 좀 더 나은 삶을 추구한다. 정권을 선택하는 권력을 가진 국민들은 각자의 정치적 성향에 따라 지지를 선택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이 평범한 이치를 넘어서지 않는다. 대한민국 국민은 그 기대감으로 문재인 정권을 탄생케 했다. 집권한 지도 꽤 시간이 지난 지금 국민은 자기들의 삶이 좀 더 나아졌다고 생각할까. 다시 한번 더 정권을 잡고 코앞으로 다가오고 있는 총선에 이기고자 한다면 문재인 정권과 더불어민주당은 이런 국민의 삶부터 들여다봐야 한다.

문재인 정권이 출범할 때 평등한 기회 보장 등을 내세우고 새로운 나라를 건설하겠다는 데 대해 지지자는 물론이고 반대했던 국민들도 기대를 했을 것이다. 그러나 목을 빼놓고 기다려도 국민의 삶은 좀처럼 나아지고 있는 것 같지 않다. 오히려 못 살겠다는 아우성이 빗발치고 있다. 남북관계를 잘 풀어 전쟁의 공포 없이 발 뻗고 자길 기대했는데 변화된 것은 하나도 없으며 국민의 자존심마저 뭉개고 있다. 이런데도 여당의 대표라는 자는 50년 정권 운운하고 있다. 뭘 몰라도 한참 모르거나 객기일 뿐이다. 좀 더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고 용기를 주는 것이 정치인의 기본 덕목인 걸 알기나 하는지 모를 일이며 이미 수십 년 낡은 정치인을 대표로 추대하고도 새로운 나라 운운하는 용기가 가상할 뿐이다.

최근 3~4년 사이에 밥값이 5000원에서 7000원으로 올랐다. 올들어 쌀값만 조금 올랐을 뿐 반찬값은 그때나 별반 다르지 않다. 값이 올랐으면 식당 주인의 얼굴에 화색이 돌아야 한다. 하지만 손님은 갑자기 오른 밥값이 부담스럽고 식당 주인도 죽는 시늉이다. 소득주도라는 말은 요란해도 신음하는 경제상태에서 불필요한 부담들만 는 결과이다. 중재자도 좋고 북미정상회담을 끌어내는 것도 인정한다. 하지만 현재는 아랫것 취급하는 북한에 자존심 상해하는 국민이 많을 것이고 김정은의 대변인이라는 비아냥에 동조하는 국민도 있을 것이다. 문제가 풀리지 않으면 원인을 찾아야 한다. 그런 노력이라도 해야 답을 낼 엄두라도 내는 것이다. 문재인 정권과 더불어민주당은 그런 노력을 얼마만큼 하고 있는가. 내가 옳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먹히지 않을 때는 주위를 살펴봐야 하는데 그런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87년 민주투쟁의 주역들이며 문재인 대통령이 유신 반대에 앞장선 공로를 몰라서 하는 말이 아니다. 대다수 국민은 이 정권이 성공해서 그야말로 지금보다 잘사는 나라가 되길 갈망한다고 믿는다. 그러나 자기편 아닌 나머지 반의 의견을 무시해서는 될 일이 아니다. 얼마 전 문재인 대통령은 사회 지도급 인사들과 오찬을 했다. 그러나 그들의 의견을 잘 들었다는 소문은 들리지 않는다. 사람살이는 잘나든 못나든 세월의 때가 묻기 마련이다. 인사청문회는 그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잘못된 과거를 벌주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그런 전철을 밟지 않고 밝은 미래를 제시하는 것만 못하다. 얼마 전 더불어민주당 모 인사에게 국가를 경영할 새로운 철학을 보여주는 것은 어떠냐는 질문을 한 적이 있다. 대답은 우선 적폐청산이고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는 것이 먼저라는 것이었다. 과연 그럴까. 역사는 우리 모두가 살았던 시공간이다. 국민은 이편에도 섰고 저편에도 있었다. 그것을 부정하고 벌을 줄 수 있다면 그것은 신의 영역일지 몰라도 정치의 영역은 아니다. 민주주의는 다양성을 인정하고 더불어 같이 살기 위해 고안된 것이다. 나와 그들만의 민주주의는 독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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